고교 교사로 35년 재직 후 정년
산과 집, 잔디와 꽃 소재로 작업
선과 면 분할 통해 이미지 전달

목포에서 활동하는 정병하 작가의 작품 소재는 산과 집, 잔디와 꽃이다.
작가의 작품은 직선과 면 분할, 채색이 조화를 이루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얼핏 몬드리안의 직선을 연상시키는 그의 선은 사선과 면 분할 등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드러내 차이를 드러낸다. 선과 선의 교차, 적절한 색의 농담에 의해 산과 집, 꽃의 형상을 연상시킬 수 있다.
작가가 산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고향 목포와 관련이 깊다. 유달산을 비롯한 크고 작은 산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가슴 속에 품게 된 것이다. 작가는 산을 그리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풍경을 담기보다 내면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그의 산은 직선을 활용한 기하학적인 형태와 청록, 파랑, 남색, 빨강 등의 다양한 색을 통해 마음을 전달한다. 따뜻함과 차가움, 슬픔과 기쁨 등의 내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셈이다.

집과 꽃 연작은 한국의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 점이 특징이다.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이 맞물린 화면 안에서 붉은 바탕에 하얗게 핀 꽃, 검은 바탕에 하얗고 파란 꽃들이 동화적이고 서정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뾰족한 지붕이 잇닿은 집들이 늘어선 풍경을 담은 '도시의 전경' 역시 회색 도시보다는 꿈과 희망이 담긴 '공동체 마을'을 연상시켜 훈훈함이 전해진다.
작가의 작업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잔디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녹색은 사람에게 가장 안정감을 주는 색이어서 누구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어느 날 잔디를 바라보는데 그 위에 들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마음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녹색의 잔디를 소재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다양한 스크래치 기법을 활용해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주고 추상적인 기법을 더해 작가만의 '녹색 잔디'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강조하는 메시지는 현대 사회에서 겪는 고통이나 상실감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에 있다. 굽어지지 않고 힘차게 뻗어내린 직선(사선)과 녹색의 따뜻함은 그가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희망이다.
정병하 작가의 전시회는 오는 8월 1일부터 6일까지 목포 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가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35년 재직 후 정년한 후 처음 갖는 개인전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한국미협 목포지부, M Art70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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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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