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기계 중간 ‘트랜스휴먼’ 주제
비대칭적 화면 다양한 기호 활용
진화하는 삶과 예술 세계 담아내

인간과 기계의 중간적 존재인 '트랜스휴먼'의 모습을 표현해온 기옥란 작가가 오는 20일까지 송정작은미술관의 초대로 전시회를 갖고 있다.
작가가 천착하는 '트랜스휴먼'은 노화도 없고 아프지도 않으며, 영생을 추구하는 21세기 신인류의 바람과 맥이 닿아 있다. "오랫동안 철학 서적에 관심을 갖고 읽다 보니 트랜스휴먼의 의미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지난 2010년께부터 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시작했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트랜스휴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DNA, Digital, Design, Divinity(신성, 영성) 등의 4D와 Feeling(느낌, 감성), Female(여성성), Fiction(상상력)을 포함한 3F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해왔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인간성 회복'이다. 그는 트랜스휴먼을 바탕으로 인간 본질을 재탐구하고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기후위기와 전쟁, 인종문제 등을 초월해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인간과 공존하는 모든 것들과의 '화해' 역시 인간성 회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
작가는 인간과 인간 간의 화해는 물론 도시와 자연의 화해, 정신과 물질의 화해, 실제 세계와 가상세계의 만남 등을 통해 인간과 자연, 기술이 어떻게 서로 융합하고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이를 시각 언어로 형상화했다.

그는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리드미컬한 구성 속에서 비대칭적인 표현과 기호 등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삶과 예술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현대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은 중요한 작품 소재가 된다. 인종과 인종의 만남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느 곳에 가든 이방인(노마드)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과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위한 변주곡' 등이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다. 또 인간의 에너지나 감성, 욕망 등이 어떻게 기술과 결합해 조화를 이루고 화해할 수 있는가를 고민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그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초월해서 조화롭게 살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인간에게 무엇인가 위안과 위로를 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옥란 작가는 그동안 사진전을 포함해 70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현재 현대미술에뽀끄회, 이형회, 광주전남여성작가회, 그룹터, 침묵과 은유회 등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만선기자 geosigi2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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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 경계 허문 작가의 마지막 10년
황창배 작 ‘무제’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화의 경계를 확장했던 황창배의 작품세계를 광주에서 만난다. 괴산에서 보낸 마지막 10년 동안 더욱 자유롭고 치열해진 그의 예술을 조명한다.광주 복합문화공간 김냇과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사업으로 ‘괴산의 그림쟁이 : 황창배’ 전시를 지난 16일부터 선보이고 있다.내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타지역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다양한 작업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황창배로 이번 전시는 그가 충북 괴산에 정착한 이후부터 작고하기까지 약 10년 동안 펼쳐낸 그의 예술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괴산은 황 작가가 안정된 교수직을 내려놓고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공간이자 그의 예술이 가장 자유롭고 치열하게 확장된 곳이다.황창배 작 ‘무제’황창배는 한국화의 전통을 답습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는 지필묵이라는 익숙한 틀에 머무르지 않고 한지와 먹은 물론 캔버스, 아크릴, 잿물, 연탄재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 문자와 그림, 시와 회화를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결합하고 서기 대신 단기를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했다.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 회화 세계를 만들어냈다.황창배 작 ‘무제’그에게 괴산에서의 삶은 예술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도시와 제도를 떠난 그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며 꽃과 나무, 새와 물고기 같은 생명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아냈고 자연의 질서와 삶의 본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말년에는 예수의 생애를 주제로 한 대형 연작을 제작하며 신앙과 인간, 생명에 대한 사유 등을 회화 안에 담아냈다. 그의 화면에는 한국화의 전통 뿐 아니라 삶과 자연, 신앙, 문학적 감수성이 함께 녹아 있다.이번 전시 제목인 ‘괴산의 그림쟁이’는 작가가 생전에 자신을 부르던 이름이다. ‘그림쟁이’는 화가나 교수라는 제도적 명칭보다 끝까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던 그의 태도를 상징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괴산에서 보낸 그의 마지막 10년을 중심으로 전통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끝까지 밀고 나간 한 작가의 치열한 실험과 자유를 되돌아본다.최아람 김냇과 대표는 “한국화의 경계를 넘어 자신만의 회화를 완성했던 황창배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적 질문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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