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헌법 개헌 무산…이 길에 국민들이 함께 해달라”
민주의 밤·전야제 16~17일 이틀간 5·18 광장서 열려
“다시 돌아온 광장 민주주의…광주 정신 다시 살아났다”

이틀간 열린 5·18민주화운동 46주년 ‘민주의 밤’과 전야제는 5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무산을 비판하며 대동 정신을 기억·계승하겠다는 다짐의 무대였다.
특히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이 정부 대표로는 처음으로 5·18 전야제에 참석해 조속한 오월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17일 오후 5시18분부터 7시까지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분수대 특설무대에서 ‘46주년 5·18 전야제’를 개최했다.
행사위는 이번 전야제를 통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과 민주주의 공고화, 내란 완전 단죄 등의 메시지를 시민들과 공유했다. 또 인권과 기후, 평화, 전쟁 반대 등 동시대 사회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의미도 담아냈다.
올해 전야제는 기존 사회자 중심 형식에서 벗어나 배우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민주대성회’ 형식으로 꾸며졌다. 마당극 기법을 활용해 발언과 공연, 무용 등을 결합한 현장성 있는 무대가 이어졌다.
오월풍물단 공연으로 시작된 전야제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묵념, 우원식 국회의장의 5·18 헌법 전문 수록 관련 발언, 5·18 성폭력 피해 생존자 단체인 ‘과거사 젠더폭력 진실과 치유의 길을 여는 5·18 열매’ 관련 영상 상영 등으로 진행됐다.
우 의장은 무대에 올라 “39년 만의 개헌이 무산되면서 5·18 정신을 헌법에 새겨 넣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광주에 오게 됐다”며 “오월 시민과 영령들 앞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국회를 대표해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자부심과 국민주권의 역사를 헌법에 새기는 일”이라며 “4·19와 부마, 1980년 5월 광주까지 이어진 시민 항쟁과 민주주의를 지켜온 책임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개헌안을 무산시키고 필리버스터까지 언급하며 국민의 개헌 투표 권리마저 빼앗았다”며 “헌법 전문 수록을 가로막은 세력은 역사 앞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전야제에 참석한 장관급 정부 인사인 권 장관은 축사에서 “4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의 상처와 아픔은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며 “국가보훈부는 그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시민들께서 민주주의의 상징인 이 광장을 정부 기념식을 위해 흔쾌히 내어주셨다”며 “덕분에 정부가 시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월을 기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46년 전 이곳에서 광주시민들은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외쳤고 5월 정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자 정체성이 됐다”며 “여야 합의를 통해 조속히 헌법 개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무대에 올라 “개헌될 헌법 전문을 전일빌딩 245에 내걸었다”며 “매우 아쉽게도 우리는 헌법 전문에 오월 정신을 넣는 개헌 투표조차 국회에서 이뤄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강 시장은 “국민들에 죄송하지만 우리는 헌법 전문 개헌을 위해 계속 힘써야 할 것 같다”면서 “그 험난한 길에 국민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해줬던 것처럼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행사에서는 과거사 젠더폭력 진실 규명 활동과 내란 종식, 사회적 참사 유가족 발언, 침략전쟁 반대 메시지 등도 이어졌다. 일본 시민사회 활공연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진행됐다. 박성언 밴드와 공주 연극인 연합팀, 오월 어머니 합창단, 김연우 무용팀, 백금렬과 촛불밴드 등이 참여해 민주주의와 연대, 광장의 의미를 예술로 풀어냈다.
앞서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지난 16일 ‘민주의 밤’부터 이날 전야제까지 이틀간 행사를 이어갔다. 전날인 16일 5·18민주광장 일대에서는 ‘오월의 꽃, 오늘의 빛’을 슬로건으로 시 낭송과 공연, 민주주의 발언 등이 진행됐다. 행사는 전야제의 전통을 이어 받은 민주평화대행진으로 시작됐다. 1980년 5월14일 전남대학교 정문에서 금남로로 향했던 ‘민족민주화성회’ 행진을 재현했다.
시민과 사회단체 등 참가자 2천여명은 오후 4시부터 광주고등학교와 북동성당, 광주역, 광주교 등 5·18 사적지에 모여 행진에 나섰다. ‘오월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5·18정신, 헌법으로!’, ‘가자! 도청으로!’ 등 팻말을 들고 광장으로 향했다. 같은 시간 금남로 일대에서는 ‘오월광주, 민주주의 대축제’를 주제로 한 ‘오월시민난장’ 프로그램이 열렸다.
전남대에서 출발한 ‘RUN 5·18-도청 가는 길’ 참가자들은 민주광장까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외쳤던 역사 현장을 달리며 오월의 의미를 되새겼다. 오후 5시18분 민주광장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울려 퍼지며 1부 행사가 시작됐다. 시민들은 자연스레 묵념하며 오월 영령의 희생을 기렸다.
이후 무대 행사는 ‘광장이 깨어나다’와 ‘이토록 아름다운 꽃, 찬란한 빛’ 등 1부와 2부로 꾸려졌다. 1부에서는 46년 전 비극과 항쟁의 의미를 시로 표현한 낭송 퍼포먼스와 추모의 메시지를 담은 ‘오월의 노래’, 민주주의 발언 등이 이어졌다. 2부는 동학농민운동과 항일운동을 시작으로 제주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집회와 12·3 비상계엄까지 한국 민주주의 역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무대 위에 풀어냈다. 이틀간 열린 민주의 밤과 전야제에는 각각 1만5천명씩 총 3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광장을 방문했다.
한편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는 5·18민주화운동 46주년 추모식이 엄수됐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가 주관한 추모식에는 5·18 유가족과 시민, 각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해 오월 영령의 넋을 기렸다. 추모식은 1부 전통 제례 방식의 추모제와 2부 추모식으로 나눠 진행됐다. 1부 추모제에서는 양재혁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이 초헌을, 신극정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이 아헌을, 윤남식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장이 종헌을 맡았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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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에도 못 끊는 5·18 왜곡···정보통신망법은 통할까
5·18기념재단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시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12월18일 ‘스카이데일리’ 외부필진 2명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허위사실 유포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왜곡은 이미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다. 그럼에도 AI가 만든 가짜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퍼지는 허위정보, 조롱성 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하 정통망법)이 기존 사후 처벌 중심 대응의 한계를 보완해 온라인상 5·18 왜곡 확산을 막을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7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개정 정통망법은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인 대규모 플랫폼에 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체계 마련을 의무화하고, 법원에서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통해 수익을 얻은 정보 게재자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정통망법은 특정 역사 왜곡만을 겨냥한 법은 아니다. 그러나 SNS와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5·18 왜곡 역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정통망법은 기존 5·18 특별법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2022년 개정된 5·18 특별법은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정통망법은 허위정보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반복적으로 유통되고 확산되는 과정까지 관리 대상으로 삼았다. 책임을 묻는 데 그쳤던 기존 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허위정보의 확산 자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이 같은 제도 변화는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왜곡이 끊이지 않았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5·18기념재단이 2024년부터 올해 4월까지 온라인을 모니터링한 결과 5·18 관련 왜곡·폄훼 게시글은 9천54건에 달했다.특별법 시행 이후 재단이 직접 고소·고발한 사례도 지난 5월까지 22건에 이른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게시물은 다른 계정과 플랫폼으로 복제되거나 비슷한 형태로 재생산되는 일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북한군 개입설이나 폭동론을 넘어 AI를 활용한 허위 신문기사, 짧은 영상(쇼츠), 조롱성 밈 등으로 왜곡 방식도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실제 광주경찰청은 최근 AI를 이용해 허위 신문기사 이미지를 제작·유포한 피의자를 검거했고, 경찰청도 5·18 허위사실 유포 계정 74개를 수사해 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기존 법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허위정보가 온라인에서 퍼지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다만 개정 정통망법이 곧바로 5·18 왜곡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 적용의 핵심 대상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유통해 수익을 얻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 게재자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유튜브 등에서 왜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유통하는 수익형 채널이 실제 적용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지만원씨의 북한군 개입설 관련 저술과 안정권 등 극우 유튜브 채널의 반복적인 왜곡 콘텐츠, 스카이데일리의 연이은 왜곡 보도 등은 광고·후원 등의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생산·유통돼 왔다는 점에서 정통망법이 겨냥하는 대표적 유형으로 꼽힌다.플랫폼 운영 방식 역시 변수다. 신고를 받은 플랫폼이 삭제나 노출 제한 여부를 우선 판단하는 구조인 만큼 허위정보와 의견·비판의 경계를 어떻게 나눌지, 플랫폼마다 다른 운영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전문가들은 정통망법이 기존 5·18 특별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은 신속한 법 적용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5·18기념재단과 4·16재단,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주4·3평화재단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개정법 시행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혐오·왜곡 정보의 법 적용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왜곡 정보가 집중적으로 유통되는 중소형 커뮤니티 상당수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다 플랫폼의 알고리즘 책임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김희송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교수는 “지만원 사례처럼 법원에서 허위정보로 판단된 뒤에도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경우에는 이번 법이 일정 부분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5·18 왜곡이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는 만큼 금전적 제재를 강화한 이번 법이 억제 효과를 낼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결국 사법적 판단을 거쳐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왜곡 콘텐츠가 계속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남는다”고 진단했다.이어 “5·18은 이미 역사적·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인 만큼 신속한 법 적용을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통망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역사왜곡과 혐오표현에 대한 별도 법적 규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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