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난장·주먹밥 나눔 북적
분수대 무대서 ‘민주의 밤’ 개막
"오월 정신 이어가자" 한목소리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 금남로와 옛 전남도청 일대는 민주주의를 기억하고 계승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가득 찼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은 행진과 공연, 체험행사에 함께하며 1980년 5월 광주의 정신을 다시 되새겼다.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이날 광주 동구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일대에서 ‘오월의 꽃, 오늘의 빛’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오월 광주, 민주주의 대축제’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부터 금남로 일대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거리 곳곳에는 시민난장 부스가 줄지어 들어섰고, 주먹밥 나눔과 오월 굿즈 만들기, 민주·인권 메시지 체험 행사 등이 이어졌다.
오후 들어서는 오월 사적지를 직접 달리는 특별 행사 ‘RUN 5·18 도청가는 길’이 진행됐다. 전남대학교를 출발해 광주역과 대인광장 교차로, 금남로를 거쳐 5·18민주광장까지 총 5.18㎞를 달리는 코스다.
2030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러닝 문화와 5·18 역사를 접목한 행사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며 오월의 길을 함께 달렸다. 운동복 차림의 청년들부터 가족 단위 참가자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도심을 가로질렀다.
참가자 박현우(29)씨는 “평소 러닝을 즐기는데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역사 현장을 직접 뛰며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금남로 일대에서는 1980년 ‘민족민주화성회행진’을 재현한 민주평화대행진도 펼쳐졌다. 시민사회단체와 노동·농민단체 등 시민 2천여명은 광주고등학교와 북동성당, 광주역 등 세 갈래로 나뉘어 출발해 5·18민주광장을 향해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5·18정신 헌법으로’, ‘오월정신 계승하자’ 등이 적힌 손팻말과 깃발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북과 꽹과리 소리가 도심을 울렸고, 행렬이 금남로에 들어서자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며 발걸음을 맞췄다.
이어 분수대 특설무대에서는 ‘민주의 밤’이 펼쳐졌다. 무대에서는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과 항쟁의 의미를 담은 시 낭송과 공연, 민주주의 발언 등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노래와 공연에 맞춰 손뼉을 치고 손을 흔들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46년 전 시민들이 목숨 걸고 지켜냈던 광주의 정신은 이날 다시 금남로 한복판에서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딸과 함께 공연을 지켜보던 김지연(43)씨는 “아이에게 책으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광장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어 나왔다”며 “세대가 달라도 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던 광주의 마음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5시18분께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이날 행사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시민들은 고개를 숙여 묵념하며 오월 영령을 기렸다.
한편, 이날 금남로 일대에는 주최 측 추산 1만여명이 모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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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에도 못 끊는 5·18 왜곡···정보통신망법은 통할까
5·18기념재단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당시 광주광역시)는 지난해 12월18일 ‘스카이데일리’ 외부필진 2명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허위사실 유포 금지)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주화운동 왜곡은 이미 법적으로 처벌 대상이다. 그럼에도 AI가 만든 가짜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퍼지는 허위정보, 조롱성 밈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본격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이하 정통망법)이 기존 사후 처벌 중심 대응의 한계를 보완해 온라인상 5·18 왜곡 확산을 막을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7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개정 정통망법은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인 대규모 플랫폼에 허위조작정보 신고·처리 체계 마련을 의무화하고, 법원에서 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통해 수익을 얻은 정보 게재자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정통망법은 특정 역사 왜곡만을 겨냥한 법은 아니다. 그러나 SNS와 플랫폼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5·18 왜곡 역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정통망법은 기존 5·18 특별법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2022년 개정된 5·18 특별법은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정통망법은 허위정보가 온라인 플랫폼에서 반복적으로 유통되고 확산되는 과정까지 관리 대상으로 삼았다. 책임을 묻는 데 그쳤던 기존 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허위정보의 확산 자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이 같은 제도 변화는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왜곡이 끊이지 않았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5·18기념재단이 2024년부터 올해 4월까지 온라인을 모니터링한 결과 5·18 관련 왜곡·폄훼 게시글은 9천54건에 달했다.특별법 시행 이후 재단이 직접 고소·고발한 사례도 지난 5월까지 22건에 이른다. 그러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게시물은 다른 계정과 플랫폼으로 복제되거나 비슷한 형태로 재생산되는 일이 반복됐다. 최근에는 북한군 개입설이나 폭동론을 넘어 AI를 활용한 허위 신문기사, 짧은 영상(쇼츠), 조롱성 밈 등으로 왜곡 방식도 더욱 다양해지는 추세다.실제 광주경찰청은 최근 AI를 이용해 허위 신문기사 이미지를 제작·유포한 피의자를 검거했고, 경찰청도 5·18 허위사실 유포 계정 74개를 수사해 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기존 법체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허위정보가 온라인에서 퍼지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다만 개정 정통망법이 곧바로 5·18 왜곡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법 적용의 핵심 대상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반복적으로 유통해 수익을 얻는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 게재자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유튜브 등에서 왜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유통하는 수익형 채널이 실제 적용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지만원씨의 북한군 개입설 관련 저술과 안정권 등 극우 유튜브 채널의 반복적인 왜곡 콘텐츠, 스카이데일리의 연이은 왜곡 보도 등은 광고·후원 등의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생산·유통돼 왔다는 점에서 정통망법이 겨냥하는 대표적 유형으로 꼽힌다.플랫폼 운영 방식 역시 변수다. 신고를 받은 플랫폼이 삭제나 노출 제한 여부를 우선 판단하는 구조인 만큼 허위정보와 의견·비판의 경계를 어떻게 나눌지, 플랫폼마다 다른 운영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전문가들은 정통망법이 기존 5·18 특별법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실효성은 신속한 법 적용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5·18기념재단과 4·16재단,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제주4·3평화재단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개정법 시행을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혐오·왜곡 정보의 법 적용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왜곡 정보가 집중적으로 유통되는 중소형 커뮤니티 상당수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다 플랫폼의 알고리즘 책임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김희송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교수는 “지만원 사례처럼 법원에서 허위정보로 판단된 뒤에도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유포하는 경우에는 이번 법이 일정 부분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5·18 왜곡이 수익 창출 수단으로 활용되는 측면도 있는 만큼 금전적 제재를 강화한 이번 법이 억제 효과를 낼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결국 사법적 판단을 거쳐야 하는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왜곡 콘텐츠가 계속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남는다”고 진단했다.이어 “5·18은 이미 역사적·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인 만큼 신속한 법 적용을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통망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역사왜곡과 혐오표현에 대한 별도 법적 규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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