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민주주의·역사 교육 산실될 것"
광주시민 뿐 아니라 관광객·외국인도 찾아
영상·체험 전시 눈길…총탄 흔적에 발길 멈춰
"영어 설명 더 필요", "다른 지역에 홍보하길"

1980년 5월 계엄군의 총성이 울렸던 옛 전남도청이 추모의 공간이자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옛 도청을 찾은 관람객들은 “총탄 자국을 직접 보니 당시의 치열함이 실감 난다”, “역사적 공간이 다시 열려 감회가 새롭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28일 오전 복원 뒤 개방 첫날을 맞은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공사 가림막에 가려져 있던 흰색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 이날, 이곳을 지나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하나둘 멈췄다. 시민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복원된 도청을 올려다보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고, 일부는 잠시 걸음을 멈춘 채 건물을 유심히 바라봤다.
도청 내부는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분위기 속에 관람객을 맞았다. 곳곳에 배치된 안내요원들은 동선을 설명하며 전시 공간을 안내했고, 관람객들은 삼삼오오 흩어져 전시를 관람했다. 설명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카메라로 사진을 남기는 모습도 이어졌다. 건물 외벽에 남은 총탄 흔적과 복도 곳곳에 보존된 당시의 자취는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부지사 비서실과 도경찰국 본관 2층, 상무관 등 주요 공간마다 마련된 영상 전시물 앞에서는 숨죽인 채 화면을 응시했다. 직접 버튼을 눌러 영상을 보거나, 기동타격대 방석모를 쓰고 선서문을 읽는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에 호기심 어린 표정도 엿보였다.

이날 자녀의 손을 잡고 방문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눈에 띄었다. 중학생 아들 임연성(16)군과 함께 도청을 찾은 채미라(47)씨는 “충장로에 왔다가 옛 도청이 개방된 모습을 보고 아이 교육 차원에서 들어왔다”며 “저 또한 계엄령 날짜 등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열사들이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과 그날의 상황이 자세히 적힌 설명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임군은 “학교에서 5·18에 대해 배우긴 했지만 실제 역사 현장에 와보니 더 인상 깊다”며 “건물 외벽과 내부에 남은 총알 자국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딸 셋과 함께 옛 도청을 찾은 A씨는 “5·18 당시 둘째 아주버님이 대학생이어서 그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직접 현장을 보니 마음이 막막해진다. 광주 시민들이 이곳을 지켜내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A씨의 딸은 “방송실과 시민수습대책위원회 공간이 특히 인상 깊었다”며 “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서 어떻게 항쟁했는지를 체계적으로 알 수 있어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관람객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서울 소재 대학 어학당에 다니는 라오스 국적 랏다완(28)씨는 “일 때문에 광주에 왔다가 건물이 눈에 띄어 전시를 둘러봤다”며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선생님께 5·18에 대해 간단히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요 전시물에는 영어 안내가 돼 있지만 일부는 한국어로만 설명이 적혀 있어 아쉬웠다”며 “전국 유학생들이 단체로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1980년 5월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다는 최준영(60)씨는 복원된 건물 곳곳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최씨는 “5·18 때 돌멩이를 던지며 이 주변을 누볐던 기억이 난다”며 “시간이 없어 전시는 나중에 봐야 할 것 같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 복원된 도청을 다시 보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롭다. 아픈 기억이지만 역사적 공간이 시민 품으로 돌아온 것이 기쁘고 반갑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여행차 광주를 찾았다는 30대 부부 이모·김모씨도 우연히 도청을 찾았다. 이들은 “5·18은 어렸을 때 영화로만 접했는데 여행 첫날 이렇게 의미 있는 전시를 관람하게 됐다”며 “총탄 자국을 직접 보니 당시의 치열함이 느껴졌다. 이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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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꽃, 오늘의 빛” 46주년 5·18 행사위 출범···헌법전문 수록 재점화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출범식이 진행됐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가 출범식을 열고 올해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행사위가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최근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헌법 수록의 제도적 물꼬가 트였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행사위는 4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5·18기념재단을 비롯해 민주노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 대학 및 청소년 단체 등 9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올해 기념행사 슬로건은 ‘오월의 꽃, 오늘의 빛’으로, 1980년 5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영령들의 정신과 용기가 오늘날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의 ‘빛’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행사위는 출범 선언문을 통해 “발포 명령자와 발포 경위, 5·18 당시 희생자들의 암매장 진실, 학살 책임자의 법적 책임을 묻는 정의의 구현 등 밝혀져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폐해와 악행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도 5·18의 숭고한 가치와 정신은 헌법 전문에 반드시 수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위경종 상임행사위원장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왜곡과 폄훼 시도는 갈수록 극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왜곡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책임자에 대한 온전한 처벌과 진실 규명이 끝까지 이뤄져야 한다”며 “5월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은 내란을 완전히 청산하고 민주주의 시스템을 확고히 정착시켜 국민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최근 국민투표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도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국회는 지난 1일 본회의에서 재외국민의 국민투표권 보장 등을 담은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176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입법 공백이 해소된 것이다.이번 개정안 통과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논의도 다시 추진력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4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6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출범식이 진행됐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자는 요구는 1987년 현행 헌법 제정 이후 약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과제로 꼽힌다. 이후 광주 시민사회와 5·18 단체를 중심으로 수록 요구가 이어졌고 2018년 문재인 정부 개헌안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되면서 개헌 절차가 추진됐지만 국회 의결 정족수를 넘지 못해 개헌은 성사되지 못했다.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정치권 합의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입장이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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