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족회, 국제교류 '외유성 논란'

입력 2025.12.10. 21:33 박승환 기자
보훈부 사업비로 집행부 中 방문
5·18 정신 선양보다 관광 치중
공산주의 상징 뇌봉 선전 지적도
내부 "정부 관리·감독 강화해야"
양재혁 공법단체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사진 가운데)과 집행부 10여명이 지난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아시아민주희생자 연대회의 해외교류'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광저우를 방문했다. 독자제공
양재혁 공법단체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사진 오른쪽)이 집행부 10여명과 지난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아시아민주희생자 연대회의 해외교류'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광저우를 방문해 현지 자원봉사 단체와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독자제공

공법단체 5·18민주유공자유족회(이하 유족회) 회장 등 집행부가 국가보훈부로부터 받은 사업비로 추진한 중국 국제교류 활동을 두고 회원들 사이에서 '외유성 관광'이 아니냐는 뒷말이 일고 있다.

회원들은 유족회가 5·18 정신의 세계화라는 역할은 소홀한 채 관광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며 집행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10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재혁 유족회장 등 집행부 10여명은 지난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아시아민주희생자 연대회의 해외교류'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광저우를 방문했다. 아시아민주희생자 연대회의 해외교류 사업은 유족회가 아시아 각국의 민주화·인권운동 희생자 단체 및 활동가들과 연대하고 경험을 나누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양재혁 공법단체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사진 가운데)과 집행부 10여명이 지난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아시아민주희생자 연대회의 해외교류'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광저우를 방문했을 당시 SNS에 올린 관광지에서 기념촬영 한 사진. 독자제공

유족회는 20여년 전 사단법인 시절부터 국가보훈부 지원을 받아 매년 해외교류를 진행해 왔다. 올해도 국가보훈부로부터 1천600만원의 사업비를 받아 중국 현지 자원봉사단체와 함께 복지시설을 방문해 과일 등 생필품을 기증하고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그러나 집행부의 이번 중국 방문을 놓고 회원들은 외유성 국제교류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5·18 정신을 선양하기 위한 의미 있는 활동은 찾아볼 수 없고 상당한 시간을 관광지 방문에 할애했다는 것이다.

회원들은 집행부가 과거부터 해마다 결과 보고서를 만들기 위한 형식적인 사진 찍기를 관행처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도 이발 봉사, 휠체어 끌기, 만두 빚기 등 사업 목적과는 거리가 먼 보여주기식 일정이 되풀이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어떤 민주화·인권운동 희생자 단체와 연대하고 교류했는지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사업 취지 자체가 모호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족회 회원은 "보훈문화의 날 홍보책자 등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도대체 아시아의 어떤 민주화·인권운동 희생자 단체나 활동가와 교류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집행부가 공개적으로 올린 사진도 대부분 관광 사진뿐이다"며 "과연 닷새간 5·18 정신 세계화에 얼마나 힘썼는지 의문이다. 사업비 1천600만원을 지원받아 관광만 하다 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5·18 정신과 대치되는 중국 공산주의 체제의 상징인 '뇌봉(레이펑)' 정신을 선전하고 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양재혁 공법단체 5·18민주유공자유족회 회장(사진 가운데 하단)과 집행부 10여명이 지난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닷새간 '아시아민주희생자 연대회의 해외교류' 사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중국 광저우를 방문했을 당시 SNS에 올린 관광지에서 기념촬영 한 사진. 독자제공

실제 집행부가 공개한 사진 속 현수막에는 중국어로 '뇌봉정신을 알리고 자원봉사를 실천하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에 또 다른 유족회 회원은 "5·18 정신 세계화에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중국 공산주의 체제 상징인 뇌봉 정신을 홍보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며 "국가보훈부도 보훈 사업과 관련된 사업비가 헛으로 쓰이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양 회장은 "뇌봉의 겸손, 희생, 봉사 정신이 주먹밥을 나누고 피를 나눈 5·18 대동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공산주의와 관련돼 있다고 선전했다고 몰아가면 잘못됐다고 본다"며 "집행부는 개인 사비 30만원씩도 모았다. 방문한 온천도 숙소와 함께 있는 곳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홍콩인권단체와 중국 총영사가 소개하기로 한 관련자 단체는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무산됐다. 전반적으로 지난 정부 3년간 좋지 않았던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두터워지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사업을 추진했다"며 "애초 사업 취지인 아시아 민주화·인권운동 희생자 단체나 활동가들과 교류를 못했지만 현지의 소외된 양로원을 찾아 봉사도 하는 등 나름대로 주어진 환경 속에서 국위선양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보훈부는 연말 사업비 정산 시 유족회가 제출한 국제교류 결과보고서를 검토해 사업 진행이 적절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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