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로·민주광장, 광주 시민 집결의 축

"광주 시민 여러분, 도청을 향해 나와주십시오."
1980년 5월 항쟁 당시 울려 퍼졌던 이 문장은 45년이 지난 지금도 광주의 집결지를 상징한다. 옛 전남도청 본관 앞, 지금의 5·18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다. 지난해 12·3 불법계엄 사태 때도 시민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 역시 이곳이었다. 위기의 순간마다 이 일대가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이유는 공간이 품고 있는 항쟁의 기억과 역사적 기능 때문이다.
5·18민주광장은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이어진 항쟁의 중심무대였다. 도청 앞에서는 시민군의 지휘와 논의가 이어졌고, 분수대 주변은 정보와 소식을 교환하려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계엄군의 봉쇄로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도 금남로 일대에서는 헌혈이 계속됐고, 시장과 상가에서 내놓은 음식이 전달되며 공동체가 유지됐다. 항쟁의 전 과정이 이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된 것이다.
금남로는 시민 저항이 집중되던 거리였다. 5월 20일 밤 택시와 버스 수백 대가 일제히 금남로로 진입한 장면은 항쟁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시민들의 행진 뿐 아니라 부상자 후송, 주먹밥 전달, 자율적 질서 유지 등 각종 활동도 이 거리를 따라 이뤄졌다. 금남로는 항쟁 기간 시민의 몸과 판단, 연대가 움직인 실질적 행동의 공간이었다.
항쟁이 끝난 뒤에도 이 일대는 광주의 대표적 공론장으로 기능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횃불시위 등 시대마다 중요한 시민 행동은 대부분 금남로와 민주광장에서 진행됐다. 이러한 반복은 이 공간을 광주 시민이 의견을 모으고 방향을 결정하는 아고라로 자리잡게 했다.
지난해 12월3일 불법계엄 당시 시민들이 민주광장으로 모인 것도 이러한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해진 적이 없는데도 금남로와 민주광장이 집결지로 떠오른 것은 항쟁 당시 축적된 집단적 경험이 지금도 광주만의 행동 좌표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위기의 순간, 섬광처럼 번쩍이는 5·18의 기억이 작동한 것"이라며 "4·19에서 5·18, 6월 항쟁, 촛불혁명, 그리고 12·3까지 이어지는 시민 저항의 계보가 오늘의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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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사랑방' 홍남순 변호사 가옥 내달 문 연다
박물관으로 개관을 앞두고 있는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제29호 사적지인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이 박물관으로의 변신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5일 광주시에 따르면 복원 준비 중인 홍남순 변호사의 가옥은 홍 변호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을 전시, 내달 중 개관해 대중들에게 공개된다.홍 변호사 가옥은 지난 2017년 5·18 사적지 제29호로 지정됐으며, 광주시 동구 궁동 15의 1 내 지상 1층(토지 135.8㎡, 건물 99.47㎡) 규모다. 가옥은 홍 변호사가 광주에서 지내며 업무와 생활을 하던 공간으로, 5·18 당시 구속자 석방 논의와 관련 문건 작성이 이뤄진 민주·인권운동의 산실이었다.박물관으로 개관을 앞두고 있는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홍 변호사는 꼿꼿한 리더십을 지닌 광주의 대표적 인권 변호사였다. 그의 집은 1960년대부터 30년 넘게 민주인사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재야사랑방'이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홍 변호사는 남동성당 수습 모임과 5월26일 '죽음의 행진'에 참여했으며, 이로 인해 '재야 수괴'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복원·개관하기 전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모습.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석방된 이후에도 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다가 2006년 뇌출혈로 사망, 11년 뒤인 2017년 제29호 5·18 사적지로 지정된 가옥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장소성'이 매우 짙은 곳이다.사적지 지정 이후에도 마땅한 관리 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다시피 되다 지난 해 광주시가 10억원을 투입, 매입·복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내부 공사를 마친 가옥에는 홍 변호사 관련 전시 콘텐츠 조성 작업이 진행 중이다. 내부 전시 콘텐츠로는 홍 변호사의 생애 일대기, 업무 공간 재현, 유품 전시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 내 전시 공간 배치도. 광주시 제공시는 당초 1월 개관을 목표로 했지만 전시내용과 연출 방향에 대한 관련 단체 의견수렴과 협의 필요성이 제기돼 잠시 공사가 중단됐다가 재개, 개관 시기가 한 달 가량 연기됐다. 시는 2월까지 전시물 제작과 시공을 마치고 대중들에게 홍 변호사의 가옥을 공개할 계획이다.홍 변호사는 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시민 학살에 항의하며 '죽음의 행진'에 참여, 내란중요임무종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1년 7개월 복역 후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이후 5·18구속자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5·18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에 앞장섰다. 광주변호사회는 홍 변호사의 업적을 기려 2018년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을 제정, 매년 수여하고 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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