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개입·가짜 유공자설 등 여전
재단, 고발사건 재판 진행 0건
전문가 “법 허점투성이 개선”

5·18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45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지만 왜곡과 폄훼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5·18 왜곡·폄훼가 특정 세력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만큼, 이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5·18 특별법을 비롯해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온라인 포털사이트와 블로그, 커뮤니티, SNS 등 곳곳에서 5·18을 왜곡·폄훼하는 게시글과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국가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규명한 5·18 북한군 개입설부터 5·18 폭동설, 5·18 가짜 유공자설, 5·18 유공자 귀족 대우설 등 다양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8일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조희연 전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자신의 SNS에 "5·18은 폭동이다"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조씨는 "무슨 헌법에 5·18 정신을 넣겠다느니 어쩌느니 한숨만 나온다"고도 했다.
5·18기념재단(이하 재단) 공식 홈페이지 5·18 왜곡 제보 게시판에도 조씨처럼 5·18을 왜곡·폄훼하는 사람들을 신고한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무수히 올라오고 있다.
재단은 제보 내용을 확인하고 5·18 왜곡·폄훼라고 판단하면 해당 게시글과 댓글에 대한 삭제를 요청하는 중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가 5·18을 왜곡·폄훼할 경우 5·18 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있기도 하다. 5·18 특별법은 지난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5·18 특별법 제8조에서는 5·18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재단이 지난 2023년 11월 14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5·18 특별법 위반(허위사실유포 금지)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건수는 총 12건이다.
실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주옥순 대한민국 엄마부대 대표가 광주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5·18은 공산당 간첩 등이 일으켰다"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가 고발됐다.
또 '5·18 진실 찾기'라는 제목의 기획시리즈로 5·18을 왜곡·폄훼한 조정진 스카이데일리 대표와 소속 기자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광주 도심 곳곳에 '5·18 북한군 개입은 사실', '현재 유공자 상당수는 가짜'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건 고영주 자유민주당 대표와 권영해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등도 수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법적 처벌을 위한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5·18 왜곡·폄훼 사건에 대한 수사 자체가 천천히 진행되는 데다 경찰이 송치를 해도 검찰이 보완수사요구를 내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지금까지 재단이 고발한 12건 중 재판에 넘겨진 건은 단 한 건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판에 넘겨진다고 하더라도 5·18 특별법 위반으로 처벌이 이뤄진 사례가 극히 드물어 처벌로 이어질지도 불투명하다.
처벌 사례가 없다 보니 기존의 명예훼손의 법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5·18 왜곡·폄훼를 뿌리 뽑기 위해 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주지역 법조계 한 관계자는 "5·18 특별법을 보면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수사가 더딘 실정이다"며 "표현은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수사기관이나 사법기관이 기존 명예훼손 법리를 적용해 의견 주장이나 가치 판단으로 해석해서 처벌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5·18 특별법 위법성 조각사유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행위의 목적이 학문 연구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 등일 경우 처벌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며 "현재 법인에 대해서는 양벌규정도 없으므로 범죄수익에 대해 몰수하거나 추징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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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되살아난 80년 5월 '안병하 치안감' 극단 도깨비가 지난해 진행한 연극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다' 쇼케이스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을 향한 발포를 거부해 신군부에 의해 모진 고문을 당했던 고(故) 안병하 치안감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돌아온다.극단 도깨비는 오는 21일 오후 7시와 22일 오후 3시 광주 서구 서빛마루문화예술회관에서 연극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다' 무대를 올린다. 극단 도깨비의 창작극인 이번 작품은 광주문화재단의 광주문화자산콘텐츠화제작지원사업으로 제작됐다.연극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다'연극은 45년 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와 전남의 치안을 책임진 인물이었던 안병하 치안감의 삶을 조명한다.공연은 단조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던 최 기자가 안병하 치안감을 취재하면서 과거 속으로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세상에 순응하며 살고 있던 최 기자는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격투기 영상을 보고, 학교생활은 '안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다 최 기자는 안병하 치안감과 관련된 기획 취재로 지방에 가게 된다.취재를 이어가던 중, 최 기자는 5·18 당시 경찰들의 진압 과정, 신군부의 진압 명령 등의 상황 속에서 안 치안감이 광주 시민을 지키고자 했던 일생을 알게 되고 1980년 5월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게 된 최 기자는 안 치안감의 선택의 순간을 같이 하면서 지금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작품은 이재의 작가의 '안병하 평전'을 원작으로, 극작과 연출은 최용규가 맡았다. 안병하 역에 김예성, 전임순 역에 김수옥, 최 기자 역에 송민종을 비롯해 총 12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극단 도깨비가 지난해 진행한 연극 '경찰은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눌 수 없다' 쇼케이스연출을 맡은 최용규 씨는 "기획 단계에서 동료들에게 안병하 치안감을 아느냐고 물으면서 시작했다"며 "이 공연을 통해 5·18 당시 광주 시민을 지킨 안병하 치안감의 위민 정신과 숨겨진 영웅들을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1928년 강원도 양양에서 태어난 안병하 치안감은 한국군 최초로 압록강에 도착한 초산부대 지휘관 출신으로, 1962년 총경으로 경찰에 투신했다. 안 치안감은 1980년 5월25일 광주를 방문한 최규하 당시 대통령 앞에서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며 발포 명령을 거부했고, 이에 전남도경 국장 직위가 해제되고 보안사로 연행돼 8일 동안 혹독한 고문을 받았다. 그는 1988년 10월10일 고문 후유증으로 8년간 투병 중 별세해 현재 국립 현충원에 안장돼 있다.공연 티켓은 전석 1만원이며, 현장 구매만 가능하다.한편 극단 도깨비는 '온 가족에게 재미와 웃음'이라는 슬로건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인권 인형극과 민주 평화 아동극, 성인극 등을 시리즈로 제작해오고 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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