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자료만 전시?...옛 전남도청 보도검열관실 복원 논란

입력 2025.01.07. 17:56 박승환 기자
12·3 계엄 사태 이후 ‘언론탄압 상징’ 복원 목소리 고조 불구
“80년 당시 재현 원칙 깨진다” 사실상 ‘반영 불가’ 입장 고수
지난달 26일 광주전남언론인회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옛 전남도청에 보도검열관실을 되살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옛 전남도청에 보도검열관실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복원사업을 추진 중인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하 추진단)은 자신들이 세운 원칙만을 고집하며 보도검열관실 복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7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979년 10·26 사건으로 선포된 비상계엄이 해제되는 1981년 1월24일까지 전국적으로 신문과 통신, 방송, 잡지에 실리는 모든 기사는 계엄사령부의 철저한 사전 검열을 받았다.

계엄사령부는 검열 지침을 만들고 매일 어떤 내용의 기사를 보도해야 하는지부터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하는지, 사진은 사용해도 되는지, 기사의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통제했다. '보도검토필'이라는 도장이 찍혀야만 보도할 수 있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에는 무차별 구타를 비롯한 계엄군의 과잉진압과 인명피해 사항 등에 대해서는 일체 보도를 금지시켰다. 광주에서 자행한 불법적인 행위를 은폐시키기 위함이었다. 광주가 처한 상황이 사실대로 보도되지 못하다 보니 철저하게 고립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지금까지 왜곡·폄훼가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검열을 통해 삭제된 기사는 총 2만7천58건(전면 삭제 1만1천33건·부분 삭제 1만6천25건)에 달했다. 광주·전남지역 언론인들도 옛 전남도청에 설치된 계엄사령부 전남북계엄분소 보도검열관실에서 검열을 받았다.

이 같은 아픈 역사를 알리기 위해 광주·전남지역에서 활동한 퇴직 언론인들이 모인 광주전남언론인회(이하 언론인회)는 옛 전남도청에 보도검열관실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내려진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과거 군사독재 시절 횡행하던 반민주적인 보도검열의 위험성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전남기자협회도 언론 통제 망령을 되살린 12·3 비상계엄 사태로 보도검열관실 복원의 필요성과 명분이 분명해졌다며 입장문이나 성명서를 내는 것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추진단은 보도검열관실의 위치가 사진 등의 자료로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원형 복원'이라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언론인회에서 구술로 증언한 위치인 도청 별관 2층 공간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설치하면서 없어졌으므로 다른 공간에 보도검열에 대한 내용을 전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사실상 복원하지 않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도청 본관에 5·18 당시 도난과 절도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등 알려지지 않은 5가지 이야기를 소개하거나 도청 별관에 민주주의 교육 체험실을 만드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추진단 관계자는 "1980년 당시 모습으로 재현한다는 원칙을 깨고 구술자료로만 공간을 재현하게 되면 영화세트장과 다를 게 없어진다"며 "일부 공간에 대한 서사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하는 5가지 이야기 소개나 발견된 서사가 없어 전반적인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문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연식 전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2과장은 "보도검열관실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 가장 강제적이고 악랄한 공권력 행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며 "추진단이 원형 복원과 최후항쟁에 매몰돼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추진단은 오는 10월31일 준공을 목표로 시설 복원공사와 함께 내부 전시콘텐츠 제작·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지난 4일 불이 난 도경찰국 본관은 외부 업체를 통해 구조적 안전성 등을 점검한 뒤 공사를 이어갈 예정이나, 피해가 경미해 준공 기한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기준 시설 복원공사 공정률은 42%로 준공 이후 3개월가량 리허설을 거친 뒤 2026년 1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