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상징 '옛 전남도청' 전시콘텐츠 기본설계 20일 완료···우려 여전

입력 2024.12.18. 17:06 박승환 기자
설계 끝내고 내년 10월 준공 목표로 제작·설치
보도검열관실, 한강 작가 등 의견 일부 반영했지만
공간이 갖는 의미 못 살렸다는 우려 목소리 여전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이 18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다목적강당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 전시콘텐츠 관련 대시민설명회'를 열고 내부 전시콘텐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ygs02@mdilbo.com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옛 전남도청 내부를 채울 전시콘텐츠 구상이 마무리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시콘텐츠 대부분이 여전히 옛 전남도청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은 18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다목적강당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 전시콘텐츠 관련 대시민설명회'를 열고 오는 20일 전시콘텐츠 기본설계를 끝낸다고 밝혔다.

6개 공간별로 각각 설계된 전시콘텐츠의 전반적인 콘셉트는 옛 전남도청을 5·18 정신을 계승·확산하고, 5·18 정신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장 많은 콘텐츠가 들어가는 도청 본관에는 부당한 국가폭력에 저항했던 열흘간의 항쟁 과정을 총 3개의 대형 화면을 통해 영상으로 소개한다.

또 외벽에서 발견된 9개의 탄흔과 아직 벽에 박혀있는 6개의 탄두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영상 등으로 생생하게 설명하며, 시민군을 모집하고 헌혈을 호소했던 방송실 영상과 음성으로 재현한다.

본관에서 도청 회의실로 이어지는 통로도 사진과 영상으로 당시 5·18 당시 임시분향소로 사용되던 모습을 전시하며, 5월27일 새벽 사망자가 발견된 위치에 이름과 신분 등이 담긴 별도의 표지판을 설치한다.

회의실 지하에는 시민군 무기고를 복원해 자체 회수한 무기를 모형으로 연출하고, 도경찰국 본관에는 전두환 신군부의 탄생인 12·12군사반란부터 열흘간의 항쟁, 민주화를 이뤄낸 1987년 6월까지의 역사와 최후항쟁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시한다.

아울러 희생자들의 주검이 임시로 안치됐던 상무관은 시신 관리와 추모 과정을 대형 슬라이드 영상으로 구성했으며, 도청 별관에는 별관 철거를 왜 반대했는지 등 도청 복원을 위한 17년간의 과정을 설명한다.

앞서 지난달 20일 전시콘텐츠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도 일부 반영했다.

추진단은 본관 2층과 회의실 지하에 무기와 폭탄을 전시하는 것은 5·18 왜곡·폄훼세력에게 시민군 무장폭동설을 악의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 전시물 옆에 국가폭력의 만행을 알리는 자료를 추가하기로 했다.

광주전남언론인협회에서 요구한 보도검열관실은 별관 2층 유휴 공간에 조성하기로 했다. 협회로부터 보도검열관실이 있었던 위치를 진술로 확인했지만, 해당 위치가 과거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지으면서 철거된 곳이라 완벽한 원형복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도청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으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 만큼 전시콘텐츠로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와 출판사, 광주시 등을 통해 연락을 취하는 중이다.

추진단은 현재 소년이 온다의 주 배경인 상무관에 들어서는 영상에 소년이 온다의 내용 일부를 인용하거나 한강 작가의 나레이션을 넣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추진단의 이 같은 전시콘텐츠 설계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나온다.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청이라는 공간을 문화전당으로만 알고 있다"며 "이곳이 최후항쟁지라는 5·18의 상징적인 장소임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허연식 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2과장은 "최후항쟁에 이르기까지의 기승전결이 없다. 광주를 철저하게 고립시키기 위해 진실을 전달하려는 언론을 통제하고 광주 외곽 지역에서 자행한 민간인 집단학살에 대한 내용이 있어야 왜 도청에서 최후 항쟁을 하게 됐는지 방문객들이 이해할 수 있다"며 "5·18은 광주시민 모두의 항쟁이었다. 전시콘텐츠의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추진단 관계자는 "기본설계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내용이 발견되면 얼마든지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추진단은 오는 2025년 10월31일 준공을 목표로 전시콘텐츠를 제작·설치할 계획이다. 이날 기준 시설 복원공사 공정률은 39.2%다. 전시콘텐츠 설계가 끝나면 3개월가량 리허설을 거친 뒤 2026년 1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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