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패싱·주청사 갈등·권역 소외감 ‘시한폭탄’ 산재
초대 특별시 4년 내내 현안 표류…‘조기 레임덕’ 경고
타 지자체 반면교사 삼아 ‘상설 중재 기구’ 제도화 필요

“출범과 동시에 큰 혼란이 시작될 것이다.”
오는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학계와 연구기관, 관가 등에서 나오는 냉철한 경고다. 전문가들은 행정통합이 몰고 올 지역·단체·조직 간의 분열과 갈등이 4년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특별시장이 수면 아래 잠재돼 있는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임기 초부터 레임덕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취지에서다. 예견된 지역 분열과 도·농 갈등, 광주·전남 조직·단체를 아우르는 ‘범시민 협의체’(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10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형배 통합특별시장직 인수위원회는 갈등 조정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위 관계자는 “현재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 관리로 인수위 내에서도 이를 가장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며 “통합시 출범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 지역 간 이해관계와 기관·조직 통폐합 등의 갈등 관리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시·전남도 광역시 간 통합이라는 점에서 유례없는 갈등이 촉발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6·3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주청사 소재지’가 대표적이다. 행정통합 특별법 통과와 지방선거 과정에서 방치돼 있던 뇌관들이 출범을 전후로 한꺼번에 터져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오승용 메타보이스 이사는 “통합시 출범이 현실화 되면서, 인수위가 내놓은 정책들이 발표될 때마다 지역 간 갈등 구조가 선거 국면에서보다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당장 공직 사회부터 인사 교류, 직급 조정, 조례 통합, 수당 체계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여기에 수십여 개에 달하는 공공기관과 산하 연구기관의 통폐합도 순탄치만은 않다. 광주시가 5개 자치구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기존 자치구들의 행정·재정적 권한 축소에 따른 반발, 전남 22개 시·군이 우려하는 ‘도심 빨대 효과’와 ‘농촌 소외론’도 점차 수면 위에 올라오고 있다. 특히 정부의 ‘4년간 최대 20조원’에 이르는 재정 인센티브는 물론, 공공기관 이전 등을 두고도 각 지역과 조직들의 ‘나눠먹기’ 다툼 우려가 높다. 각종 이해관계를 조정할 상설 중재 기구인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내놓은 ‘자치단체 통합을 둘러싼 갈등해소 방안’(2010)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제안했다. 통합 과정에서 당사자 간 갈등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3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도 지난 4월1일 보고서를 통해 주민과 전문가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상설 거버넌스 구조 마련을 제안했다. 숙의 기반의 의사결정 기구를 운영해 정책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광섭 호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타 지자체의 경우 1~2년 이상의 긴 논의 기간을 거치고도 결국 좌절됐는데, 광주·전남은 주민 의견 수렴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안개 속에서 ‘선 통합, 후 보완’ 방식으로 추진됐다”며 “당장 인수위원회 구성만 보더라도 행정학 교수 등 관련 전문가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버넌스 참여자들이 공익보다 자기 지역과 조직의 이익만 대변하려 한다면 실패하게 된다”며 “통합에 따른 부작용을 정교하게 보완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프로세스와 갈등 조정 기구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특별시장의 과감한 결단과 정무적 돌파력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승용 이사는 “과거 사례를 보면 공론화위원회(거버넌스)라는 것이 결국 단체장이 면피용 시나리오로 썼던 방식이 많았다”며 “결론이 뻔히 보이는 사안조차 거버넌스 뒤에 숨어버리면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시간만 지체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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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상무광천선·호남고속도로 재점검"···배경 살펴보니
호남고속도로 구 광주 도심 통과 구간 확장 사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직 인수위원회가 해당 사업에 대해 지방비 부담, 도심 단절, 우회축 조성 등 다각적으로 비교분석하는 ‘재점검’을 권고했다. 광주특별시 북구 오치동에서 바라본 용봉IC 진입로 인근 전경.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전남광주통합특별시(약칭 광주특별시)가 최대 교통 SOC 현안 사업인 ‘호남고속도로 광주 도심 구간 확장’과 ‘상무광천선 신설’ 사업에 대해, 이전 민선 8기 때와는 다른 판단을 할 지 주목된다. 광주특별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초단기 재검토’를 통해 다른 대안들과의 비교·분석하는 재점검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전주 등 타 지자체 도심 통과 구간이 전액 국비로 추진되는 반면, 호남고속도로 확장 사업(광주 구간)의 경우 지방비 50%를 부담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비 반영 비율 조정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21일 민형배 시장 인수위인 전남광주대전환기획위원회 백서에 따르면, 인수위는 ‘미래 수요에 맞는 교통인프라 재점검’을 초대 특별시 정책 과제로 제안했다. 도시철도 2호선과 광천상무선, 호남고속도로 확장을 대상 사업으로 명시했다. 인수위는 “사업비 증가, 지방비 부담, 운영비 부담, 장래 이용수요 불확실성을 확인하고, 현재 계획이 적절한 지 검토하라”고 했다. 국내외 전문 연구기관의 단기 검토를 통해 사업별 추진 필요성과 추진 방식, 조정 가능성, 대안 교통수단을 비교하고 향후 정책 판단 근거를 마련하라는 취지에서다. 인수위가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교통 프로젝트에 대해 재점검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춘 교통망 재설계와 재정 효율화 필요성 때문이다. 도시철도 2호선은 1단계 토목공사가 완료됐고, 2단계가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공정 일정과 사업비를 재산출하는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핵심은 상무광천선과 호남고속도로 광주 도심 통과 구간이다. 상무광천선은 상무역~ 광주역을 잇는 도시철도로, 2028년 착공 2032년 완공이 목표다. 대규모 복합개발과 종합버스터미널이 위치한 광천권역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됐다. 도시철도법에 따라 국비 60%(4천155억 원)와 시비 40%(2천770억 원)다. 시비는 모두 옛 전방·일신방직 개발사업과 광천터미널 복합화 사업에 따른 공공기여로 충당할 계획이었다.인수위는 도시철도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BRT(간선급행버스체계)와 트램, 버스전용차로 등 대안을 검토”하라고 제안한 것이다. 인수위 백서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통합특별시의 지침과도 같다는 점에서 재검토가 유력한 셈이다. 광천상무선은 현재 정부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심의를 통과해 예비타당성 조사 등 후속 절차를 준비 중이다.호남고속도로 광주 구간 확장 사업도 관심이다. 동광주IC~산월JCT(11.2km) 구간의 상습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4차로를 6~8차로로 넓히는 사업이다. 현재 전체 공정률은 2%가량이다. 지장수목 이설 등 사전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인수위가 호남고속도로 확장에 대해 재점검을 지시한 것은 막대한 지방비가 투입되는 탓이다.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도 주된 원인이다. 이 사업엔 모두 7천934억원이 투입된다. 광주특별시가 그 중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고속도로 확장 사업은 한국도로공사와 국비로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전주 인근 구간(삼례IC~이서JC~김제IC)과 대전 지선(서대전JC~회덕JC)도 현재 왕복 4차선을 왕복 6차선으로 확장 중인데, 모두 국비로 추진된다.민 시장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3일 당선인 신분으로 기초단체장과 면담할 당시 “도심에 고속도로를 넓히는 사업의 실익이 무엇이며, 비용을 광주가 절반이나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이었다”면서 “통합특별시가 시비 4천억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재정 여력이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민 시장은 “선결 과제로 재정 문제 해결을 정부에 요청했으며 사업 시행자가 한국도로공사이고 시비가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국토교통부 장관과 협의해 정부 부담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호남고속도로 확장 사업이 오랜 주민 숙원사업이다보니 전면 취소보다는 국비 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인수위 관계자는 “사업의 전면 취소를 전제로 한 검토가 아니라, 다른 대안들과의 종합적인 비교분석을 통해 시민 편익과 재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려는 초단기 재점검”이라고 설명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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