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개점 이후 매년 1억여 원씩 증가
지난해 전시 콘텐츠 바탕 제작 굿즈 호응
음악·패션·생활 아이템 등 구성도 다채
올 상반기 50여 종 신상품 선보일 계획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재단·사장 김명규)의 문화상품점 ‘들락(DLAC)’이 개점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연 매출 3억원을 넘어섰다. 문화 콘텐츠를 일상 속 상품으로 풀어내는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27일 ACC 재단에 따르면 들락은 2023년 6월 개점 이후 매년 1억원 안팎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개점 첫해인 2023년 매출은 8천600만원으로 당시 개발된 문화상품은 33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4년에는 상품 개발 종수가 112종으로 늘어나며 매출이 2억2천만원으로 급증했고, 2025년에는 122종의 상품을 선보이며 연매출 3억3천만원을 기록했다. 문화상품이 기념품을 넘어 ACC 브랜드와 콘텐츠를 확장하는 주요 접점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ACC 광장 옆에 자리 잡은 들락(DLAC)은 ‘Dots and Lines to Asian Culture’의 약자로, 서로 다른 점들이 선으로 이어져 하나의 문화적 맥락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과 예술, 콘텐츠와 일상이 점으로 찍힌 뒤 상품이라는 선을 통해 연결되듯, 아시아 문화예술의 다양한 이야기가 소비자의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라는 기획 의도가 반영된 공간이다.
지난해 들락에서 판매된 문화상품은 ACC 기관 상품, ACC 콘텐츠 상품, ACC 디자인(BI) 상품 등으로 구성됐으며, 이 중 ACC의 전시와 연구 성과를 직접적으로 반영한 콘텐츠 상품들이 특히 관심을 받았다.

들락의 콘텐츠 상품은 전시 기획 단계부터 함께 구상된다. 매년 초 전시기획과와 협의를 거쳐 연간 전시 일정과 주요 기획을 공유하고, 그중 상품으로 확장할 전시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이후 전시 콘셉트에 맞는 상품군을 제안하면 전시기획과가 참여 작가들과 내부 논의를 통해 어떤 작품을 어떤 디자인으로 구현할지 최종 결정한다. 전시의 메시지와 작가의 작업 세계가 상품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기획 단계부터 조율하는 구조다.

ACC 재단의 상품 판매량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ACC 콘텐츠 상품 가운데 판매 상위권에 오른 제품은 ‘아시아 사운드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바이닐 음반과 료지 이케다 전시 연계 상품인 SAN SAN GEAR 협업 모자, 그리고 ‘애호가 편지’ 전시에서 파생된 한지 부채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사운드 아카이브’ 바이닐은 1970년대 한국 재즈 아티스트들이 예견했던 한국적 사운드를 출발점으로 한다. 1960~197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어법과 신민요, 전통 장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을 담았으며 500매 한정 제작으로 기록성과 소장 가치를 동시에 갖췄다.
일본 작가 료지 이케다의 전시와 협업한 SAN SAN GEAR 모자는 전시 타이포그래피와 ‘data.gram series’ 작품을 그래픽 요소로 재구성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작가의 작업 세계를 패션 아이템으로 번역해 전시 관람 이후에도 작품의 이미지를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애호가 편지’ 전시를 바탕으로 제작된 한지 부채는 남원에서 50년 이상 부채를 만들어온 최수봉 장인이 손잡이와 부챗살을 직접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한지에는 판화 기법 가운데 하나인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전시를 상징하는 무궁화와 장미 이미지를 인쇄해 전시의 아련한 감성을 생활 소품에 담아냈다.

ACC 디자인(BI)을 중심으로 한 들락 자체 브랜드 상품도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들락 양우산과 니트 블랭킷, 수건 등은 ACC 방문 경험을 일상으로 이어주는 생활형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ACC재단은 올해 상반기 50여 종의 신규 문화상품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캘린더 스티커와 양말, 만년일력 등 생활 밀착형 상품과 함께 티셔츠, 큐브 메모지, 렌티큘러 엽서 등 콘텐츠 연계 상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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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편이고 우리는 모두 온전하다'
박치호 작가의 ‘망각’ 시리즈
완벽함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결핍과 상처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깨지고 부서진 ‘파편’이야말로 인간다움의 본질이며, 새로운 탄생의 시작으로도 읽힌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전당장 김상욱) 복합전시6관에서 오는 4월 5일까지 열리는 ‘파편의 파편: 박치호·정광희’전은 남도를 대표하는 두 중견 작가의 시선을 통해 불완전함 속에 깃든 아름다움을 조명한다.박치호 작가의 ‘빅맨’ 시리즈전시장 초입에서 관객을 압도하는 것은 박치호 작가의 거대한 드로잉들이다. 작가는 ‘빅맨’ 시리즈를 통해 인간의 신체를 온전한 형태가 아닌 팔이나 다리, 얼굴의 일부가 잘려 나간 ‘파편’의 모습으로 제시한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며 몸과 마음에 새겨온 ‘상흔’에 대한 기록이다.특히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드로잉 시리즈는 수묵의 번짐 기법을 극대화해 인간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뚜렷한 윤곽선 대신 겹겹이 쌓인 먹의 층위는 세월의 무게와 고통을 묵묵히 견뎌낸 인간의 숭고함을 증명한다. 작가는 ‘상처’를 감춰야 할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삶을 지탱해온 흔적이자 타인과 깊이 연결될 수 있는 통로로 규정한다. 관람객은 이 거대한 파편들 앞에서 자신의 상처를 대면하고 이를 수용하는 치유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어두운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망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이어진다. 작가는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의 아픔을 형상화하며 망각을 통해 오히려 기억의 본질을 말한다.박치호 작가가 신체의 파편을 통해 인간의 상흔을 드러낸다면 정광희 작가는 ‘달항아리’와 ‘먹’이라는 전통적 매체를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며 사유의 공간을 구축한다. 그의 작업은 전통 수묵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이를 입체적 설치 예술로 확장한다.정광희 작가의 ‘나는 어디로 번질까?’정광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파편’이라는 주제를 보다 철학적인 설치 작업으로 풀어낸다. 특히 작가가 주목한 것은 깨진 달항아리의 조각들이다. 한지 위에 먹물이 담긴 달 항아리를 던져 깨는 작업 ‘나는 어디로 번질까?’에서는 세상을 향한 나의 역할은 무엇이고 나의 사회적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정광희 작가의 ‘파즉전’‘파즉전’에서는 모두 다른 파편의 모습에 조명해 소외된 존재들의 형식을 드러낸다. 파편으로 얼굴을 가린 사진 작업은 나와 파편이 둘이 아님을 말하며, 주변인으로 확장된 이미지들은 우리 모두가 하나밖에 없는 파편임을 시각화한다.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전시의 내용을 각자의 삶과 연결 지을 수 있도록 오감을 자극하는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 입구에 놓인 ‘질문 카드’는 관람의 이정표가 돼 작품 속 파편의 의미를 자신의 삶에 투영해보는 성찰의 시간을 이끈다. 여기에 조향된 전용 향기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촉각 인형’, 사유에 집중하도록 돕는 ‘명상 공간’이 더해져 오감을 아우르는 깊은 몰입과 연대의 장을 완성한다.김상욱 ACC 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지난해 처음 선보인 ‘ACC 지역협력협의회’가 추천한 남도의 중견 작가들을 모신 자리“라며 ”효율과 속도가 강조되는 디지털 시대에 두 작가가 펼쳐놓은 파편들은 우리에게 ‘잠시 멈춤’의 시간을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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