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 지역민이 사랑하는
공간이자 지역과 세계 잇는
문화플랫폼으로 성장시켜야
대중성·전문성 높이는 동시
예술적인 경쟁력 강화시켜
세계 기관과 나란히 나가야
전당이 품은 5·18 정신은
보편가치, 아시아 문명 결합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독자성으로 경쟁력 확장 중

저마다의 자리에서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생각을 묻고 길을 찾는 무등 특별대담, '주필이 만난 사람'이 독자들을 찾아간다.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이라는 국책사업이 전개되는 문화예술 도시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선서 날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국가 발전에 대한 비전의 하나로 ' 문화가 꽃피는 나라'를 강조했다. 문화도시 광주에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상징이자, 실험적 문화경쟁력 강화 모델을 이끌어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National Asian Culture Center)의 김상욱 전당장을 만나 전당의 역할과 향후 비전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선거전에 차기정부가 주목해야 할 광주의 핵심 사업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전개됐다.
-ACC는 노무현 대통령이 '문화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추진한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의 아이콘이다. 개관 10주년을 간략히 요약한다면.
▲지금까지 전당을 안정화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라면, 앞으로의 10년은 전당이 세계를 향해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간이 돼야 한다.
세계적인 기관 중 지역이 사랑하지 않는 기관은 없다. 전당을 아시아 최고의 문화예술기관이자 세계적인 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광주시민과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한 지역과 소통, 접근성 강화, 국제이벤트 활성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첫째, 문화예술인들과 소통을 확장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전당의 문턱을 낮춰, 예술인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나 주인공이 돼 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들고자 한다. 전문가와 아마추어,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 만한 행사들을 통해 아시아,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 나가고자 한다.
-지역민 사랑을 말씀하시니 '파리 시민이 주인'이란 슬로건을 내건 퐁피두센터가 떠오른다. 구도심 활성화 등 문화전당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시민이 주인'은 아주 중요하다.
▲프랑스의 경우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이 고전적 예술을 담당하고, 퐁피두 센터가 현대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등 성격이 분명하다.
이에비해 문화전당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우선 옛 전남도청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에도 국립기관 특성상 방어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기관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아방가르드하지만 루브르와 오르세, 퐁피두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야 한다. 앞서 말한 지역민과의 소통, 접근성 강화, 세계적인 문화예술기관으로 성장 등도 모두 이 과제와 연결 된다.
대중과 친밀성을 높여 전당을 찾도록 하고, 동시에 예술적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예술가 발굴은 그 한 방법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전당 레지던시나 작가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작가들이 지금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내년부터는 레지던시에 광주·전남지역 작가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ACC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면, 지역에서도 예술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리라 생각한다.
-ACC는 5·18 항쟁의 심장부인 옛 전남도청 일원에 세워졌다. 역사적 상징성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민주·인권·평화는 5·18이나 광주를 벗어나 세계적으로 확장된 기본 가치다. 이 기본적 가치를 역동성, 창조성, 다양성으로, 아시아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면 폭발력이 더 커지리라 생각된다. 아시아적 사고방식은 더 큰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
아시아는 애초에 페니키아를 비롯한 유럽과 북아프리카를 아우르를 지역으로 세계의 동쪽을 부르던, 물리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이다. 그동안 서양에서 풀어내지 못한 것을 아시아적 가치로 풀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이미 서양에 더 팽배해 있다.
수많은 아시아 문명과 문화의 바탕이 민주·인권·평화의 상징인 이 공간에서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그것은 5·18의 광주의 핵심가치이자 인류의 보편가치로, 세계 모든 나라가 문화적 가치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승화하려고 한다.
80년 오월 광주가 위대한 것은 인간의 존엄에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 시민들은 타인의 죽음에 모른 채 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5·18보다 더 많은 피해를 입은 사례가 많지만 철학자와 사회학자들이 5·18 연구는 끊이지 않는다. 르네상스가 교회로부터 사람들을 해방시킨 것처럼, 80년 오월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다. 세계인들이 예술을 기반으로 공감의 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국립 문화기관들은 성격이 뚜렷한데 비해 ACC는 복합적이어서 방향과 전략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전시예술과 공연예술, 아카이빙, 도서관, 창·제작 등 기능과 역할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10년이 가까워지면서 ACC의 핵심 역량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같다.
ACC는 아시아를 거점으로 문화교류와 창·제작을 하는 유일한 문화기관이다. 아시아 각국과 교류가 늘어나면서 아시아 문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전시도 고대 유물이 아닌 당대 아시아문화에 대한 이해를 위해 생활 유물 중심으로 전개된다.
광주시민을 포함한 우리 국민의 삶과 아시아 어느 주민의 삶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고, 이것이 곧 아시아적 가치의 확산으로도 이어진다.
이같은 교류는 외교부나 해외문화원이 결코 할 수 없는 경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카타르나 사우디 등 아랍권과의 문화교류에서도 전당 네트워크가 압도적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전당의 위상을 더욱 올려 아시아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대중성, 대외 경쟁력이 당면한 과제다.
▲5·18을 예술 작품으로 생성하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들을 통해 ACC를 대표하는 공연작품이나 전시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 베이스로 해야 한다.
이와함께 일반 대중의 접근도를 높이는 전략은 관광 전략, 문화산업과 문화 콘텐츠 활성화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당을 거점으로 한 새로운 문화관광 코스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광주천, 양림동, 전남도청, 금남로, 챔피언스필드와 쇼핑몰이 연결되는 구도심 관광자원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상시법으로 출발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한시법으로 바뀌어 오는 2028년 일몰된다. 이에 대한 전략과 대응은.
▲아특법 일몰이 사업적으로는 3년, 법적으로는 6년밖에 남지 않았다. 문화전당이 2015년 설립돼 문화도시 광주의 위상에 힘을 더하고 있으나, 그 외 법이 규정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은 아직 미완 상태다. 이러한 상태서 법이 일몰된다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는 영원히 미완으로 끝날 위험이 크다. 진정으로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우뚝서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정부의 지원, 국가운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광주시의 절대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향후에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비전과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아나가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앙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지금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완성을 위한 마지막 정비시간이다.
-전당의 비전을 간략히 정리한다면.

▲민주·인권·평화의 5·18민주화운동의 정신과 아시아의 가치, 아시아 문화예술을 위한 기관은 세계에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유일하다. 광주의 정신적 가치가 세계 보편의 가치라는 이야기다.
문화전당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아시아 문화예술의 허브이자 플랫폼으로 도약해야 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의 핵심기관으로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우선 광주시민 누구라도 쉽게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의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소통하고 문턱을 낮추겠다.
이를 위해 아시아문화예술기관을 선도할 만큼, 전당의 위상도 격상돼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또 내부 역량도 키워 '광주' 하면 문화예술에 대해 너무 일을 잘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떠오르도록 하면 좋겠다.
-옛 전남도청은 ACC 핵심이자 정체라 할 수 있다. 복원 후 연계에 대한 섬세한 설계가 필요하다.
▲말씀하신 대로 도청은 전당의 정체성이다. 운영 방향은 정부와 전문가, 시민사회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되겠지만 전당과의 유기적 관계 등을 치밀하게 준비하겠다.
정리=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김상욱 전당장 약력
▲美 인디아나대 예술학 석사, 동국대 문화콘텐츠학 박사 ▲주베트남한국문화원장 ▲문체부 콘텐츠정책관, 관광산업정책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기획운영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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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창조물이 사라진 후···'우리'가 남았다 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 4막에서 관객들이 관측도구를 통해 가상의 일식을 체험하고 있다. 야산의 구덩이에서 빛이 나고, 발 밑으로 검은 물이 밀려들며 하늘에는 거대한 태양이 뜬다. 세상이 창조되는 7일의 시간, 관객은 무대 위에서 재현된 신화를 직접 목도하지만 창조된 모든 것이 사라진 후 암전에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예술극장 극장 1에서 오브제 연극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를 선보였다. 대사 없이 오브제와 퍼포머의 움직임만으로 오월 광주의 본질을 조명하려 한 작품으로 7일간의 천지창조와 7일간의 종말을 극의 구조로 활용했다. 연출은 연출가 적극, 음악감독은 신원영과 해미 클레멘세비츠가 맡았다.극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객석 없는 무대로 바로 올라선다. 무대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원형 관측도구가 줄지어 서 있고 멀리 정면으로는 거대한 원형 나무 스크린과 빛을 상징하는 구조물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관객들은 진행요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스크린 가까이로 걸어간다. 무대 바닥 리프트가 층층이 올라가 있어 마치 산을 오르는 듯하다. 단차를 통해 만들어진 거대한 구덩이 앞에 서면 암전되고 극은 시작된다.1막 '빛이 있으라'는 광주교도소 인근 야산을 재현했다. 구덩이 속에서 퍼포머들은 전선다발로 얽힌 전구를 이리저리 들다가 쓰러진다. 1막은 빛과 통증, 감각에 집중해 다양한 움직임과 도구들을 선보인다. 극의 설정은 메이의 소설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속 '사람들이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서 어느 날부터 갑자기 환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는 문구에서 인용했다.1막이 마무리되고 관객들은 처음 있던 장소로 다시 '산'을 내려가고, 구덩이가 있던 야산은 무대리프트가 내려가며 평평하게 사라진다.2막 '물과 빈 공간이 있으라'는 금남로와 충장로를 표현했다. 모포를 들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퍼포머들에게 다가가면 거대한 검은색 비닐 튜브가 관객들 사이를 비집으며 지나간다. 비닐 튜브는 거대한 물길 같기도, 성난 사람들의 물결 같다가도 퍼포머들이 튜브에 칼질을 하는 순간 바람이 빠지며 힘을 잃고 만다.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 3막에서 장교복을 입은 퍼포머들이 풍물을 연주하고 있다.3막 '땅과 나무가 있으라'에서는 김복만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풍물패가 나선다. 동유럽의 장교복을 입고 풍물을 치는 이들은 마치 군대가 대오를 변경하며 진법을 짜듯 무대 위를 이리저리 밟고 다닌다. 연주가 마무리되는 순간에는 패트병 다발로 엮인 줄이 한데 모아져 거대한 탑을 만든다.4막 '해와 달과 별이 있으라' 에서는 6m 지름의 거대한 원형 스크린이 '태양'이 된다. 관객들은 5·18 희생자의 흑백사진을 관측도구에 설치하고 1.5㎝ 크기의 찰흙 달 모형을 이리저리 움직여 가상의 일식 현상을 확인한다. 관객들은 희생자의 눈 속에서 재현된 일식을 통해 시간과 죽음의 거리를 뛰어 넘는다.5막 '새와 물고기가 있으라'는 전일빌딩의 헬기사격을 재현한다. 육중한 물고기 모형이 기계의 힘을 통해 하늘 위로 올라가고 관객들이 추앙하듯 이를 바라본다. 그러다 어지럽게 울리는 총성과 함께 핀조명이 무대 곳곳을 때리며 점멸한다.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 6막에서 5·18 희생자들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를 선보이고 있다.6막 '동물과 사람이 있으라'는 노아의 방주를 패러디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를 선보인다. 배가 띄워지는 강가는 도청의 분수대가 되고 광주의 희생자들이 극중극에 참가하기 위해 여러 동물로 분장한다. 성악을 전공하고 싶던 여고생 현주는 토끼를 맡고, 이마에 총을 맞아 죽은 임신부 미애와 뱃속의 아이는 캥거루로 출연한다. 자살한 공수부대원은 갑옷처럼 찰랑거리는 망토를 매고 닭처럼 무대를 활보한다. 음악감독인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직접 관객 사이를 지나다니며 기타를 연주하고, 45년의 시간을 지나 무대를 뛰어다닌 희생자들은 기념촬영을 끝으로 퇴장한다.7막의 인터미션 이후 8막의 종말에서는 극이 진행되며 무대에 설치된 창조물들이 역순으로 철거된다.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어디로나 흐르는 광주'는 고정된 객석 없이 관객이 직접 공간을 이동하며 관람하는 오브제 연극이다. 관객들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새로운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고, 각자의 해석에 따라 작품을 '신화의 재구성'으로 혹은 '광주의 재조명'으로 느낄 수도 있다. 관객이 서 있는 무대 위에서 7일간 천지가 창조됐듯,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광주에서는 45년 전 비극이 써 졌다. 무대 위 구조물이 사라지고 텅 빈 무대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신화를 목격하고 진실을 알고 있는 관객이, 우리가 남아있다.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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