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적용한 다양한 놀이 인기
달리며 땅뺏기·소리로 친구 찾기
게임 종목 직접 만들고 체험까지
전시 기간 3만8천명 ‘북적북적’
“타인 이해하고 화합하는 계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하면 지나간 자리마다 빨간색, 파란색 굵은 선이 바닥을 물들인다. 바닥에 웅크리거나 제자리에서 높게 뛰면 물감 번지듯 큰 원이 그려진다. 바닥에 돌로 선을 그을 필요가 없다. 헬멧에 장착된 기기가 움직임과 위치를 인식하고 지나온 자리를 '내 땅'으로 표시한다. 운동장을 더 많이 색칠하고 승리한 팀원들은 박수를 치며 부둥켜안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의 체험형

전시 '미래운동회'에서 선보인 '땅따먹기'의 모습이다.
파란 하늘과 펄럭이는 만국기도, 운동장의 뽀얀 흙먼지도 없지만 ACC에서는 지난 한달간 특별한 운동회가 치러졌다. 미래운동회에서 선보인 것은 단순한 첨단 기술이 아니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통의 회복이었다.
ACC가 지난 4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진행한 참여형 전시 '미래운동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운동회의 미래를 상상한다'는 콘셉트로 마련된 '미래운동회'는 기술, 예술, 놀이가 융합한 미래형 전시다.
관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체험형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회 종목들이 방문객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휴관일을 제외한 29일동안 무려 3만8천여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땅따먹기' 참여자들은 헬멧을 쓰고 1분간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게임이 끝나면 어느새 운동장바닥과 화면에 만들어진 그림에 놀라기도 했다. '따르릉 전화받으세요'에서는 보이지 않는 전화기를 발견하고 자신의 점수가 1점씩 오를 때마다 신기하다는 듯 탄성을 연발했다.

가상의 달리기 시합을 하는 '스포츠 타임머신' 코너에는 수많은 기록카드가 쌓였다. 방문객들은 유명한 운동선수나 캥거루 같은 동물과도 승부를 겨뤘으며 자신의 기록카드에는 상대방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멘트를 적어넣기도 했다.
시민들이 직접 운동회 종목을 만들어 볼 수도 있었다. 전시 기간 중 열린 공동 창작대회 '해커톤'에서도 창의적인 종목들이 개발됐으며 운동회 행사와 전시에 반영됐다.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달 2일에는 광주지역 초등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450여명이 참여한 본행사에 양동초등학교 학생들이 개발한 '친구야 어딨니' 종목이 등장하기도 했다.
소리 커뮤니케이션 게임 '친구야 어딨니'에서 아이들은 눈을 가리고 클리커 소리에 의존해 친구를 찾으며 시각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에는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소속 장애인 50여명이 참석해 기술의 힘을 빌려 비장애인 시민들과 함께 즐겁게 운동회를 치르기도 했다.
미래운동회를 공동기획한 김광래 학예연구사는 "이곳에서 기술은 서로 다른 신체적 차이를 극복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수단"이라며 "장애와 비장애, 지역, 세대, 예술을 향한 접근 등 대해 고민하며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ACC와 함께 이번 전시를 공동 연구개발한 야마구치정보예술센터(YCAM)는 인구 7만명의 소도시인 야마구치에서 2015년부터 미래운동회를 진행해 왔다. 작은 소도시에서 문화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 소통하는 모습은 ACC가 추구하는 방향과 결이 같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운동회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미래운동회'의 콘셉트는 운동회를 경험했으나 몸이 불편해진 고연령 세대와 첨단 기술에 흥미를 가지는 아이들 모두의 참여를 이끌기에 적합했다.
김광래 학예연구사는 "함께 만들고 뛰는 것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분들에게 이번 미래운동회가 많은 위로가 됐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ACC는 예술과 기술을 통해 모두가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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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미술 황금기 '뉴욕 추상'의 진수, 광주서 만나다 잭슨 폴록 '수평적 구조' 1949 뉴욕화파의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한국에 전시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에서 세달간 펼쳐지는 특별전 '뉴욕의 거장들'에는 2천억원대의 가치를 지닌 잭슨 폴록의 대표작 등 35점의 작품들이 전시돼 미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명한다.ACC 재단은 오는 7월 18일부터 10월 9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 6관에서 특별전 '뉴욕의 거장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친구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당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으며 뉴욕 유대인박물관 소장 작품들이 아시아 지역에서는 최초로 공개된다.마크 로스코 '십자가'.19412만6천점 규모의 소장품을 보유한 뉴욕 유대인박물관은 메트로폴리단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뉴욕 '뮤지엄 마일'을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올가을 재개관을 목표로 대규모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소장품들의 해외 전시가 가능해졌다. ACC재단은 노원문화재단 등과 함께 협력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으며 노원아트뮤지엄에서 7월 12일까지 진행하는 전시 이후에 ACC로 장소를 옮겨 순회전시를 한다.'뉴욕의 거장들' 전시는 추상표현주의의 기원과 미국 현대미술이 파리 중심의 유럽 예술계를 넘어 세계 무대 중심으로 부상하던 20세기 중반의 흐름을 집중 조명한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서양 미술사의 판도를 미국 '뉴욕화파'가 어떻게 뒤흔들었는지를 다양한 시각에서 다룬다.미리엄 샤피로 '팡파르'1958이번 전시에는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솔 르윗, 리처드 세라, 프랭크 스텔라, 재스퍼 존스 등 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21인의 작품 35점이 전시된다. 이들의 작품은 추상표현주의, 색면 추상,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팝아트 등 다양한 양식을 통해 1940~1970년대 미국 현대미술의 역동적인 흐름을 대표한다.특히, 현재 2천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잭슨 폴록의 대표작과 마크 로스코의 초기작이 함께 공개되며,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희귀한 작품들이 대거 전시된다. 폴록의 '드리핑 기법'과 로스코의 색면 추상 회화는 미술사적 연구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큰 흥미를 자아낼 만한 주요 작품들이다.'뉴욕의 거장들' 전시에서 선보이는 '어반 캔버스:뉴욕, 추상으로 물들다'전시는 총 6부로 구성된다. 1부 '추상표현주의'는 뉴욕 예술가들이 자유와 실험 정신으로 미국 문화를 세계 예술의 중심으로 이끈 배경을 조명한다. 2부 '꿈을 넘어선 도전'은 초현실주의를 넘어 새로운 시각 표현을 탐구했던 실험 정신의 시기를 보여준다. 3부 '어반 캔버스'에서는 추상표현주의 이후 뉴욕이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으로 이어지며 세계 예술의 메카로 자리잡는 과정을 조명한다. 4부 '추상과 색면회화'는 클레멘트 그린버그 이론을 바탕으로 색과 형태가 창조한 정신적 공간을 집중 탐색한다. 5부 '미니멀리즘과 그 후'는 유대인박물관의 역할을 중심으로 리처드 세라, 재스퍼 존스 등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실험 예술의 맥락을 짚는다. 6부 '액션페인팅 다큐멘터리'에서는 잭슨 폴록의 혁신적 작업 방식이 기록된 다큐멘터리 필름이 상영된다.바넷 뉴먼 '무제1' 1955전시장에서는 방송인 전현무의 음성 해설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인터뷰 영상이 함께 제공돼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관람권은 성인 1만3천원, 청소년·어린이 1만원이며, 6월 한달동안 사전 구매 시 50%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예매는 카카오톡, 네이버, 티켓링크, 인터파크를 통해 가능하며, 전시 관련 상세 정보는 ACC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김명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사장은 "광주는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지켜온 문화도시"라며 "이번 전시가 뉴욕의 거장들처럼 자유와 도전을 예술로 구현하려는 현대인의 창조적 영감을 자극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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