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혐오 끊을 해법은···처벌 규정 명문화·정치권 자성 등 '복합'

입력 2026.08.20. 08:13 최류빈 기자
본보 ‘전라도 혐오’ 기획 관련, 李 대통령 대책 주문
교육 다각화, 5·18 정신 헌법전문, 민주시민교육 등
日 혐오방지법·가와사키 조례 등 대응 사례 주목
2017년 일본 가와사키에서 열린 ‘헤이트 스피치 규탄 집회’에서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이 일본 국수주의자들의 거리 행진을 막아서고 있다. 우익 활동가들이 구호와 깃발을 내걸고 인종차별 발언을 하자 경찰이 개입하는 모습. /게티 이미지

이재명 대통령이 특정 지역 혐오·비하나 특정 사건 피해자를 조롱하는데 대해 “개인 간의 갈등과 관계를 다루던 과거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해외 입법 사례와 처벌 전례 등을 면밀히 살펴 실질적 제재 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전라도 혐오 근절 문화 운동’은 물론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육과 법제화, 정치권의 역할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표현의 자유와 규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창 등에서 10·20세대의 ‘밈(Meme)’과 오프라인 놀이 문화로 변질·확산하고 있는 ‘전라도 혐오’ 방식이 도그 휘슬(Dog whistle·특정 집단만 맥락을 공유하는 표현) 등 정치적 낙인과 지역 비하, 역사 왜곡 등과 맞물려 다면적·심층적 구조를 띄고 있는 반면, 처벌 조항이 두루뭉술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1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전라도 혐오를 해소하기 위해 ▲민주시민교육의 다각화 ▲혐오 처벌 규정의 명문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정치권의 세대교체·지역 연대 강화 ▲해외 선례 벤치마킹 등 복합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처벌일변도의 접근보다는 교육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지병근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징벌적 대응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의 다른 이름”이라며 “혐오 표현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정치권의 자성과 제도권의 교육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만, 과거 독도 교육의 전례처럼 민족주의 교육만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교육안을 중심에 두고 마련해야 교육청·의회도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혁 전남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혐오 표현을 처벌 수위만의 문제로 접근하면 청년층에서는 또 다른 갈등이나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무엇이 왜 잘못됐는지 스스로 성찰하도록 만드는 교육과 사회적 합의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처벌 규정을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표현의 자유라는 억지 논리를 걷어내고 독일식으로 형법에 처벌 조항을 명시하면 간단한 문제”라며 “‘표현의 자유’이지, ‘혐오할 자유’는 아니다. 5·18 공법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조만간 국민의힘 당대표와 이진숙 의원을 찾아가 전라도 혐오 문제 등과 관련, 공식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대현 정치평론가(위민연구원장)도 “헤이트 스피치 관련 처벌 규정을 법률에 명문화하고 국회와 지방의회가 관련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거란 주장도 있다. 하상복 목포대학교 정치언론학과 교수는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포함돼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으로 자리 잡는다면 지금 같은 논란은 줄어들 것”이라며 “정치권이 지역사 문제를 봉합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역사적 합의를 완성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세대교체와 지역 연대 강화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정치경영컨설팅 대표)는 “선거철마다 쇄신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청년 정치인을 지속적으로 영입하는 구조를 만들고, 달빛동맹과 반도체 산업 교류 등을 확대해 광주와 대구·경북 정치권이 먼저 교류해야 이념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고 했다. 기성 정치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언만 반복하는 이른바 ‘스피커 정치’도 끊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의 지시 처럼 “해외 선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2016년)’ 제정이 대표적이다. ‘혐한’이 극심했던 시기에 해당 법을 통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혐오 표현 완화를 위한 책무(교육, 상담 등)를 부여했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가와사키시는 2020년부터 공공장소에서 특정 집단을 겨냥한 차별적 언동을 반복할 경우 권고와 명령을 거쳐 형사처벌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고 시행했다. 단순 비판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일종의 ‘안전 장치’도 마련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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