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나선 ‘지역 비하’ 문제···정치권 본격 입법화하나

입력 2026.08.20. 08:12 이삼섭 기자
李, 실질적 제재 必 언급…해외 입법 사례 참고 지시
김민석·송영길·박선원·민형배 등 정치권도 공감대
처벌 중심 접근 넘어 교육·플랫폼 책임 강화 등 대안
온라인 포털과 커뮤니티에 쏟아진 ‘전라도 혐오’ 댓글.

이재명 대통령이 특정 지역을 겨냥한 지역 혐오 표현이 온·오프라인 공론장을 더럽히고 지역민의 일상까지 위협하고 있는데 대한 실질적 제재와 대책 마련을 지시하면서 ‘전라도 혐오’ 표현을 막고 단속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와 시스템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비롯해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등 정치권 또한 전라도 혐오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제도화를 약속한만큼 후속 대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전문가를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를 고려, 법적인 처벌보다는 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향한 ‘혐오 표현’을 교육을 통해 방지하거나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 등을 제시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19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역 혐오 표현을 실질적으로 제재하고 방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관련 대책을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법무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관계 부처로부터 혐오 표현 제재 방안을 보고받은 직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특정 지역 비하나 특정 사건 피해자를 조롱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특히 특정 지역과 피해자에 대한 혐오 표현을 개인 간의 갈등과 관계를 다루던 과거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소극적인 대응을 경계했다.

이는 최근 개정된 이른바 정보통신망법이 혐오 표현에 대해 사실상 제재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법은 온라인상에서 전라도를 향한 지역 혐오 표현 등이 사회 공동체를 현격히 훼손한다는 점에서, 혐오 표현을 규제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행 조문 구조로는 혐오·차별 정보의 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한 데다 혐오 표현에 대한 직접적 규정 없이 ‘불법정보’로 뭉뚱그렸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게 본보 지적이다. 특히 최근 온라인상 전라도 혐오 표현은 ‘7시’, ‘청정구역’, ‘절라동화’ 등 인종차별에 가깝지만 은어화된 밈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적 제재 한계가 뚜렷하다. 그마저 대형 플랫폼의 자율 규제에 맡겨놨다.

또 이 대통령은 해외 선진국의 헤이트 스피치(증오 발언) 입법 사례를 면밀히 점검할 것을 법무부와 방통위에 주문했다. 예컨대, 일본은 2010년대 재일 조선인과 한국인에 대한 온·오프라인상 ‘혐한 발언’이 극심해지자, 2016년 ‘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추진법’(일명 헤이트 스피치 해소법)을 제정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 혐오 표현을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최근 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된 김민석 국회의원은 무등일보 인터뷰에서 “전라도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 의식이 밈과 놀이 문화로 포장돼 번지고 있는데, 장난처럼 소비되는 순간에도 피해자는 생겨난다”고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그러면서 “광주가 오늘날 혐오의 소재로 소비되는 현실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면서 “당 대표가 된다면 지역혐오와 역사왜곡 대응을 핵심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처벌 중심의 접근을 넘어 교육과 온라인 플랫폼 책임 강화, 제도 개선 등을 병행하는 방식을 약속했다. 법적 처벌만으로는 복합적인 혐오 문제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혐오 표현이 온라인 문화와 결합해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만큼 교육과 플랫폼의 자정 기능, 제도적 장치를 함께 작동시키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혐오 문제를 학교와 사회 전반에서 혐오를 학습하지 않도록 예방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송영길 국회의원과 박선원 국회의원 또한 무등일보에 일본의 헤이트 스피치 방지법과 지자체 제재 조례 등을 참고해 법안 발의와 제도적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또한 혐오 방지를 위해서는 법적 장치 안착과 함께 교육을 통한 혐오 표현 방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혐오 문화는 특정 지역의 문제를 넘어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공동체 전체를 훼손하는 문제로,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지역 혐오까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최선의 행정력과 조례 제정권을 동원해 차별과 혐오 방파제를 세우겠다는 점도 언급했다.

앞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들도 전라도를 향한 조직적 혐오 확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라도 혐오 문제를 다룬 본보 기획보도에 따른 후속 움직임으로, 통합의회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 의원이 공동 입장문을 통해 뜻을 모았다. 특별시의원들은 “광주의 고등학생들이 ‘평생 전라도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현실은 심각하다”면서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최근 2년여 동안 온라인 공간에서 확인된 호남 관련 혐오·왜곡 게시글은 9천54건에 달할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주요 포털과 온라인 플랫폼의 지역 혐오 게시물 모니터링 및 제재 강화, 언론의 사실에 기반한 균형 있는 보도, 관계 당국의 허위사실 유포와 지역 혐오 표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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