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스한 햇살이 감미로운 이 봄, 무등일보 오피니언 면에 새바람이 붑니다. 무등일보의 대표 칼럼인 ‘아침시평’ 필진이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쌓아온 7명의 전문가가 매주 월요일 한 차례 깊이 있는 전문지식과 통찰로 각종 현안에 대해 명쾌한 해법을 제시할 것입니다.
이번 봄 개편에는 한국 건축 유산과 전통 건축을 연구자로 한국건축역사학회를 이끌고 있는 류성룡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철학과 역사를 대중의 언어로 풀어온 인문 교양 작가 황광우, 행정과 학문 현장을 두루 경험하며 지역 공공대학의 역할을 모색해 온 교육행정가인 한은미 전남대 교수, 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해 온 문학평론가인 장은영 조선대 교수가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아침시평’은 그간 함께해온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본부대표, 조경완 역사와언론연구소장, 이광이 작가님과 함께 지역과 국내외 여러 현안에 대한 깊이 있고 다양한 시선을 제시할 것입니다.
따뜻한 통찰과 새로운 메시지로 깊은 울림을 줄 ‘아침시평’에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구길용 광주전남뉴시스본부장
류성룡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한국건축역사학회장
장은영 조선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문학평론가
조경완 역사와언론연구소장
이광이 작가
한은미 전남대 화공학과 교수·민주평등사회를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공동의장
황광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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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민주당 몰표의 파라독스
조경완 역사와 언론연구소장
먹물이 조금 든 사람이라면 바람직한 권력구조로 내각제를 말한다. 그러나 현대사의 구비마다 내각제는 채택되지 않는다. 기억에 선명한 것은 1997년 DJP연합 당시의 내각제 실시 약속이다. 그해 11월 3일 DJ와 JP가 서명한 합의문에는 1999년 12월까지 내각제 개헌을 완료한다고 되어있었다. 그러나 DJ는 1999년 여름 워커힐에서 JP와 만찬을 하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며 양해를 구한다.실은 이보다 먼저 1990년 3당합당 당시에도 내각제 개헌 약속이 있었다. 노태우 YS JP가 서명한 각서에는 노태우 대통령 임기중에 내각제 개헌을 실시한다는 항목이 있었다. 그러나 YS가 누군가. 1992년 대선이 임박하자 그는 “국민의 뜻이 우선이다”며 약속을 뒤집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실제로 당시 국민여론은 내각제를 반대했다.왜 그럴까. 첫째는 1960년 내각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일 것이다. 4.19 직후 실시된 3차개헌으로 장면 내각이 출범했지만 혼란 부패 무질서가 창궐했고 결국 이듬해 5.16 쿠데타를 불러온 기억 말이다.둘째는 유신 이후 전두환시대까지 행사하지 못했던 대통령 직접선거를 1987년 개헌으로 겨우 되찾은 국민들이 지도자를 내손으로 뽑는다는 드라마틱한 참정권을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 때문이다. 실제로 불과 24만표, 0.73%포인트로 당락이 갈린 지난 2022년 3월 대선을 보라. 윤석렬에 투표한 국민은 자기표의 효용성, 주권자로서의 존재감을 극한치로 경험했을 것이다. 내각제 개헌이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두 번째 이유, 즉 대통령 선발 드라마의 쾌감 때문이다.이처럼 국민 1인의 투표권은 중요하다. 신성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가 아닌 나머지 선거에서 호남은 정 반대의 상황에 직면한다. 바로 깨지지 않는 1당 독주의 현실 때문이다.민주주의 진짜 축제, 더욱이 전남과 광주 두 광역자치단체가 합쳐져 국가로부터 특별한 지원을 받게 되는 통합 광주특별시장 선거는 지난주 민주당의 후보선출이 완료되면서 파장해버렸다. 서너곳 시군에서 경합이 예상될 뿐 스무곳 넘는 시장 군수 구청장선거도 공천완료와 함께 선거 끝이다. 당원이거나, 운좋게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사람 외엔 참정권은 없다.역시 먹물이 조금이라도 든 사람들은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민주당 일색의 지역풍토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부산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박형준이 당선될 때 민주당 변성완씨에게 32.3%를 줬다. 2018년엔 민주당 오거돈이 55.2%로 당선되기도 했다. 노무현도 1995년 시장선거에서 38%를 얻었다. 이번에도 민주당 전재수씨가 여론조사 1위다. 대구도 지난 선거에 홍준표가 78%로 당선될 때 민주당 서재헌씨가 17.8%로 선전했다.광주 전남은 요지부동이다. 터무니없는 짓을 계속 벌이는 지금의 국민의 힘이야 동정표를 받을 여지도 없어 보이지만, 그에 앞서 오랜 세월 광주 전남은 민주당의 철옹성이었다. 아니, 광주 전남 유권자는 민주당의 노예였다. 딱 한번 2016년 안철수 바람이 불었던 적은 있다. 노예반란이었다. 그 외엔 선거가 끝나면 1당 독주의 폐단에 대해 누구나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다음 선거 때면 그 사람도 민주당을 또 찍는다. 사표(死票)방지심리라 보기엔 너무 심하다. 국민의 힘이 보기 싫으면 다른 군소정당에라도 표를 줘야 맞는 것 아닌가.민주당 절대지지가 공천만 끝나면 유권자의 참정권을 소멸시켜버리는 이 역설은 서글프다. 이 역설의 뿌리는 깊다. 나는 그 시작이 1971년 제 7대 대선에서의 박정희 대 DJ의 격돌부터라고 진단한다. 곧바로 유신헌법이 통과되고 기나긴 독재에 눌렸던 호남유권자들은 1887년, 1992년, 마침내 1997년 DJ를 당선시킬때까지 눈물겹게 DJ에게 몰표를 주었다. 여기까지는 군사독재정권 타도,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절박한 과제가 있었다. 그후 30년이 지났다. 그사이 한국은 10대 강국이 되었다. 이젠 좀 자유로워질 때가 됐다.한국에서도 인기 높은 한나 아렌트의 저작 중 ‘전체주의의 기원’이란 책이 있다. 1951년 나왔는데 한길사가 2006년 상하권으로 번역판을 냈다.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 있다. “전체주의는 대중이 특수한 역사적 사명감을 지녔으며, 대중이 ‘커다란 사건’에 참여하고 있음을 강조한다…이 상태에서 대중은 스스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민주적 주체가 아닌, 거대한 계획을 이루기 위해 움직여지는 도구가 되며, 스스로가 이러한 도구가 되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반세기 민주당을 지지해온 호남 유권자들이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에 의해 지배당해 저같은 심리상태에 빠져있지는 않은지 생각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건 ‘투표 전체주의’(vote totalitarianism)라 부를만한 현상이다.4년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강기정 후보는 37.7%의 투표율로 당선됐다. 법적 하자는 없으되 정통성 확보에는 임기 내내 찔리는 데가 있었을 것이다. 유권자들은 공천이 당선인데 굳이 투표소에 갈 필요가 있겠냐는 마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고 일부는 일당일색인 정치지형에 반감표시로 기권했을 것이다. 이건 좋지 않다.참정권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호남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이 파라독스를 깨기 위해서, 우리는 민주당을 지지하더라도 비판적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 결코 반대자의 입을 틀어막거나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그래야 민주성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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