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투사이자 노동운동가 활동
1980년 당시 도청 취사팀 참여
서울선 광주 진실 알리기 주력
지난 2014년 5·18민주묘지 안장
27일 서울서 출판기념회 개최도

5·18민주화운동의 숨은 여성 투사이자, 1970년대 광주 노동운동의 주체로 활약했던 김성애의 생애를 따라가며 한국 현대사의 민중운동과 여성의 역할을 되짚는 책이 발간됐다.
전용호 소설가는 최근 5·18민주화운동의 숨은 여성 투사 김성애의 삶을 담은 책 '그리운 5·18투사 김성애·로사리아'(문학들)를 출간했다.
1956년 광주 중흥동에서 태어난 김성애는 17세에 호남전기공업회사에 입사해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가톨릭노동청년회(JOC) 회원으로 활동하며, 1976년에는 노동조합 부녀부장으로 선출돼 당시 비민주적이던 노조를 개혁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지역의 민주화운동 단체 및 인사들과 연대하며 광주민청학련, 녹두서점, 교육문화사 등과도 연결된 활동을 펼쳤다.

1980년 5·18 당시에는 시민수습대책위원의 요청을 받아 도청 안 취사팀으로 참여했고, 계엄군의 진압 이후에는 서울로 피신해 '이 로사리아'라는 이름으로 유인물을 제작·배포하며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데 힘썼다.
이후 과천 성모영보수녀원에 잠시 머물며 정보 경찰의 수배를 피한 김성애는 다시 광주로 돌아와 JOC 상근자로서 지역 노동운동을 지원했다. 1983년 민주화운동가 임상택과 결혼해 서울로 거처를 옮긴 뒤에도 서울 지역의 운동가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1994년 고향 광주를 방문한 후 귀경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두 딸과 함께 현장에서 숨졌고, 남편 임상택은 중태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했다.
김성애는 1993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됐으며, 2014년 국립 5·18민주묘지에 안장됐다.
이번 책은 김성애의 삶을 통해 여성 노동자이자 신앙인, 활동가로서의 삶의 궤적을 조명하며, 기록되지 않은 이름들의 이야기를 역사 속에 새긴다.

전용호 소설가는 "5·18 이전, 1970년대 광주의 노동운동에 대한 기록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실제로는 가톨릭노동청년회(JOC)를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 활동이 활발히 이뤄졌고, 이를 통해 수많은 노동운동가들이 길러졌다"며 "그중에서도 여러 영역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했으나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김성애 씨의 삶을 조명하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JOC의 활동사와 김성애 씨가 키워낸 활동가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저자 전용호는 1980년 5월항쟁 당시 들불야학 학생들과 함께 '투사회보'를 제작·배포하다 투옥됐으며, 이후 1998년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한 후 지역 문화운동과 문학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사)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사)송기숙선생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앞서 지난 4일 광주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다목적강당에서는 오월민주여성회 등의 주최로 책의 출판기념회가 진행됐으며, 오는 27일 서울 문화공간 온에서는 서울출판기념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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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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