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무상함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입력 2025.06.22. 15:10 최민석 기자
김지수 소설집 '명자꽃이 피었다' 출간
유려한 문장·완벽한 구성·짙은 사유
고향이 주는 치유의 힘·따뜻한 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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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자꽃은 산당화로도 불리며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이다.

꽃이 아름다워 여자가 이 꽃을 보면 바람이 난다고 해서 예전에는 집안에 심지 못했다는 속설도 있었다.

목포 출신 김지수 작가가 다섯번째 소설집 '명자꽃이 피었다'(푸른사상刊)를 펴냈다.

명자꽃은 작품 속에서봄날 꽃처럼 피어나는 사람들 저마다의 감성을 상징한다.

이번 소설집은 김지수 작가의 유려하고도 세밀한 문장, 빈틈없는 구성, 인생과 세상에 대한 짙은 사유가 돋보인다. 삶의 불안과 무상함을 안고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들은 길 없는 길을 묵묵히, 그리고 치열하게 걸어나간다. 이 책에 펼쳐지는 것은 마음에 드리운 꽃그늘을 안고 세상 한복판에 굳건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표제작인 '명자꽃이 피었다'의 중심인물은 '명주'와 명주의 고모인 '명자'이다.

고향 사람들이 '명주'에게도 '명자'라고 부르듯 두 사람은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 남편과 이혼한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명주는 섬유화증에 걸린 명자 고모를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삶의 무상함을 느끼면서도 동창들이 나누는 따뜻한 정에 꽃 같은 희망을 발견한다.

한편 사업에 실패해 도망치듯 호주로 떠났던 주인공이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아내를 찾기 위해 고향인 목포로 돌아온 이야기를 그린 '목포역에 내리다'도 영혼과 육신을 성장시킨 고향이 주는 치유의 힘과 그 따뜻한 속정을 그리고 있다. 고향은 결국 내 정체성의 귀착지인 것이다. 가상현실, 즉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의 고통을 위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안녕! 안드로메다' 등의 작품도 읽을만한 가치가 크다.

생의 불안과 무상함으로부터 겪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이들에게 마음속 꽃동산을 가득 채우는 웅숭 깊은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햇볕 같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김지수 작가는 "다시 글을 썼고 3년 만에 이 책을 엮는다"며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태어남으로 애틋하고 애달파진 지상의 모든 눈부신 존재들과 경계 없는 생의 우주를 함께 거닐고 싶다"고 밝혔다.

이경재 숭실대 교수(문학평론가)는 "김지수의 '명자꽃이 피었다'는 문학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집"이라며 "그것은 예술성의 완성을 통해 경계에 도달한 모습인 동시에 삶의 구경을 탐구하는 문학 너머의 모습"이라고 평했다.

김지수 작가는 '한국문학' 신인상,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으로 등단, 삼성도의문화저작상과 한국소설 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크로마하프를 켜는 여자', '고독한 동반', '푸른 그네', 장편소설 '목포 아리랑', '나는 흐르고 싶다' 등을 펴냈으며 광주에서 '시누대' 동인으로 활동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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