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한 문장·완벽한 구성·짙은 사유
고향이 주는 치유의 힘·따뜻한 속정

명자꽃은 산당화로도 불리며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이다.
꽃이 아름다워 여자가 이 꽃을 보면 바람이 난다고 해서 예전에는 집안에 심지 못했다는 속설도 있었다.
목포 출신 김지수 작가가 다섯번째 소설집 '명자꽃이 피었다'(푸른사상刊)를 펴냈다.
명자꽃은 작품 속에서봄날 꽃처럼 피어나는 사람들 저마다의 감성을 상징한다.
이번 소설집은 김지수 작가의 유려하고도 세밀한 문장, 빈틈없는 구성, 인생과 세상에 대한 짙은 사유가 돋보인다. 삶의 불안과 무상함을 안고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들은 길 없는 길을 묵묵히, 그리고 치열하게 걸어나간다. 이 책에 펼쳐지는 것은 마음에 드리운 꽃그늘을 안고 세상 한복판에 굳건하게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표제작인 '명자꽃이 피었다'의 중심인물은 '명주'와 명주의 고모인 '명자'이다.
고향 사람들이 '명주'에게도 '명자'라고 부르듯 두 사람은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 남편과 이혼한 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명주는 섬유화증에 걸린 명자 고모를 돌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삶의 무상함을 느끼면서도 동창들이 나누는 따뜻한 정에 꽃 같은 희망을 발견한다.
한편 사업에 실패해 도망치듯 호주로 떠났던 주인공이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아내를 찾기 위해 고향인 목포로 돌아온 이야기를 그린 '목포역에 내리다'도 영혼과 육신을 성장시킨 고향이 주는 치유의 힘과 그 따뜻한 속정을 그리고 있다. 고향은 결국 내 정체성의 귀착지인 것이다. 가상현실, 즉 메타버스를 통해 현실의 고통을 위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안녕! 안드로메다' 등의 작품도 읽을만한 가치가 크다.
생의 불안과 무상함으로부터 겪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작가는 이러한 이들에게 마음속 꽃동산을 가득 채우는 웅숭 깊은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독자들에게 햇볕 같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김지수 작가는 "다시 글을 썼고 3년 만에 이 책을 엮는다"며 "사랑하는 이들, 그리고 태어남으로 애틋하고 애달파진 지상의 모든 눈부신 존재들과 경계 없는 생의 우주를 함께 거닐고 싶다"고 밝혔다.
이경재 숭실대 교수(문학평론가)는 "김지수의 '명자꽃이 피었다'는 문학의 경계에 서 있는 작품집"이라며 "그것은 예술성의 완성을 통해 경계에 도달한 모습인 동시에 삶의 구경을 탐구하는 문학 너머의 모습"이라고 평했다.
김지수 작가는 '한국문학' 신인상,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으로 등단, 삼성도의문화저작상과 한국소설 작가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크로마하프를 켜는 여자', '고독한 동반', '푸른 그네', 장편소설 '목포 아리랑', '나는 흐르고 싶다' 등을 펴냈으며 광주에서 '시누대' 동인으로 활동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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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삶과 추억 384 시는 감성의 산물이다. 이성과 논리의 언어가 아니다.그래서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읽힐 때 진정한 의미를 획득한다.김영자 시인이 최근 시집 '시꽃 물들다'(시와사람刊)를 펴냈다.이번 시집에는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돋보이는 시편들이 수록돼 있다.시인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을 보여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며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절망을 노래하기도 한다.그는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갈아 싱그런 표현들을 버무렸다."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추억의 양동시장' 전문)예나 지금이나 광주 양동시장은 사람과 상인들로 북적댄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이 묻어나던 곳이었다.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도 양동시장의 활기와 생명력에서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 풍경은 추억이 됐고 아련한 시간 속에서도 기억으로 자리해 있다.박덕은 시인은 "사실 시는 주제를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며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잘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고 평했다.김영자 시인은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며 "자연 안에 깃든 신성을 벗삼아 더 이상 헤매일 것 없는 내 안의 나를 만나 깊이 잠든 시심을 깨운다"고 말했다.그는 '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등단, 한국여성문학대전 최우수상, 독도문학상, 빛창문학상 우수상 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와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회원, 둥그런문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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