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창간 매년 4차례 발행
기획·특집 마련 독자 이해 도와
소설·수필·동화·시 신작 게재
학술대회·시낭송·신인상 마련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목표

전통 시가의 현대적 부활을 이끌어온 가사문학 전문 계간지 '오늘의 가사문학'이 창간 10년을 넘어섰다.
지난 2014년 창간된 '오늘의 가사문학'은 가사(歌辭)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가사 문학 인구 저변 확대에 꾸준히 기여해왔다. 현대적인 감각과 운율에 맞춘 비유와 상징 등의 언어에 익숙한 이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가사에 대한 인식을 제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오늘의 가사문학' 44호 발간을 계기로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과 작가들이 광주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갖고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참가자들은 가사의 맥을 이어 오기 위해 땀 흘린 그간의 노력과 희로애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계간 '오늘의 가사문학'은 7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가사문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뜻을 두고 창간했다. 전국에서 1만 편이 넘게 창작돼 전해져오는 '가사'는 4음 4보격을 기준 율격으로 하면서도 행(行)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연속체 율문(律文) 형식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의 가사문학'은 매 호마다 기획 또는 특집 코너를 마련해 가사를 과거와 현대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글을 게재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2014년 창간호 특집에서는 류연석 순천대 명예교수가 '새로 쓰는 가사문학사'를 통해 가사의 발전 자취를 5기로 나눠 가사문학사를 톺아봤다. 또 기획에서는 최상은 상명대 명예교수가 '최초의 가사들'을 주제로 조위(1454~1503)가 무오사화에 연루돼 순천으로 유배 갔을 때 창작한 작품인 '만분가'의 문학사적 의의를 짚었다.
최근에는 소설, 수필, 동화, 시, 위인전기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가사로 재해석하며 독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올 봄호에서는 제11회 한국가사문학대상 수상작, 제2회 오늘의가사문학 신인상 수상작과 가사로 쓰는 소설·수필·동화·시 등 다양한 연재 코너가 마련됐다.

'오늘의 가사문학'의 연륜이 10년을 넘어서면서 필진과 작가들이 다양해지고 독자들도 꾸준히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담양군과 함께 가사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가사문학의 가치와 의미를 조명하는 '전국가사문학학술대회'는 지난해 25회 행사를 가졌고 가사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전국가사시낭송대회'는 20회째를 맞았다. 또 '전국청소년 가사시 랩 페스티벌', '한국가사문학학술대상' 등을 매년 실시하며 가사에 대한 이해와 저변 인구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광주문인협회가 가사 분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오늘의 가사문학'은 2023년 가을호부터 '가사 문학 창작 신인상'을 만들고 신인 가사 작가를 발굴하고 있다.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는 향후 한국문인협회에도 가사 분과를 만들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위원회장은 "한강의 노벨상 수상작 선정 이유 가운데 '강렬한 힘을 가진 시적 산문체의 실현'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은 바로 우리 가사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K-문학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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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이름 없는 것들을 위한 이름 되길" 박정민 무제 대표. 출판사 무제 제공 '소외된 것을 위하여'배우 박정민은 2020년 돌연 출판사 '무제'를 열었다. 영화 '동주'의 송몽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유이, 드라마 '지옥'의 배영재 등 장르와 매체를 넘나들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가 선택한 새로운 무대는 '책'이다. 스낵 컬처가 부상한 시기, 텍스트 기반 콘텐츠에 대한 실험은 그의 출판 철학처럼 '이름 없는 것들에 대한' 낯선 도전이었다.최근 출판사 무제는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으로 김금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를 발간하고, 지난 17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북토크를 열었다.무등일보는 지역 책방의 소멸과 독립출판사의 생존 위기가 맞물리며 다양성의 목소리가 약해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소외된 것'에 주목하며 다양한 연대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정민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대표는 신작에 얽힌 이야기와 무제를 통해 확장해나가고자 하는 출판의 방향성, 그리고 그 속에서 지역성과 연대의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박 대표가 무제를 시작한 계기는 책방을 운영하던 시절, 막연하게 '책을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그는 "출판사의 이름을 '무제'로 지은 이유도 그래서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을 하다 보니 이름을 짓는 것이 어려워 '제목 없음'이라는 뜻으로 '무제'로 출발하게 됐다"며 "박소영 작가가 쓴 무제의 첫 책 '살리는 일'을 만들면서 어쩌면 '무제'라는 이름이 '이름 없는 것들을 위한' 이름이 되어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이름 없는 것들에 대하여', '소외된 것을 위하여'와 같은 회사의 방향성이 설정됐다"고 설명했다.그의 말처럼 무제의 모토는 '소외된 것을 위하여'다. 박 대표는 이 모토와 관련해 지역의 이야기를 다룬 적은 없지만, 앞으로 더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그는 "어떤 지역이든 스피커가 될 만한 것이 있다면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며 "특히 광주·전남 지역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박정민 무제 대표. 출판사 무제 제공배우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임에도 책방에 이어 출판사까지 이끌게 된 박 대표는 책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특히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문난 팬이기도 한 그는 한 작가가 '잊고 살지만 잊고 살지 않아야 할 것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선'을 사랑한다고 역설했다. 박 대표는 "한 작가의 담담히 울부짖는 목소리를 사랑한다. '아름다운 슬픔'을 사랑한다"며 "그래서 노벨문학상 수상을 하셨을 때 행복하고 감사했고, 한편으로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는 소감을 전했다.신간 '첫 여름, 완주'는 '너무 한낮의 연애', '대온실 수리 보고서' 등을 쓴 김금희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손열매가 자신의 돈을 들고 사라진 절친 고수미를 찾아 헤매다 수미의 고향 완주를 찾아가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이 책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듣는 소설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로, 기존 서사와는 달리 오디오북에 최적화된 원고로 제작됐다. 배우 고민시, 염정아, 김의성 등이 재능기부 형태로 녹음에 참여해 완성도를 더했다.박 대표는 "'듣는 소설' 프로젝트는 시력을 잃으신 아버지를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내가 하는 일로서 아버지에게 무언가 선물을 드릴 수 있다면 평소 하지 못하는 효자 노릇도 해볼 수 있겠다 싶었고, 그래서 오디오 북을 먼저 만드는 책을 구상하게 됐다"며 "이는 비단 아버지뿐 아니라 아버지와 같이 눈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선물이 되어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겨 최선을 다해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이어 그는 "평소 김금희 작가의 글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한 명의 독자이다. 특히 김 작가가 쓰는 '대사'들에 감복할 때가 많다"며 "대사가 더 많은 반(半) 희곡 형식의 '듣는 소설'과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해 조심스레 제안을 드렸는데, 놀랍게도 동참해주셔서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지난 17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된 '첫 여름, 완주' 북토크. 출판사 무제 제공책을 향한 애정으로 시작한 일들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몇 해 전 책방을 운영할 당시 박 대표에게도 여느 책방지기들처럼 운영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닥쳐오기도 했다고. 그는 "책을 파는 것은 낭만을 파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서점, 특히 동네 서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준다고도 믿는다. 많은 책방지기들이 힘들 것을 안다"며 "동네의 책방 곳곳에 종종 찾아뵙겠다"고 전했다.그는 영화 '하얼빈' 촬영차 광주에서 보름께 머물렀을 때 광주의 작은 책방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박 대표는 "촬영 중 쉬는 날 '책과 생활'이라는 작은 동네 책방에 들른 적이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꽤 시간을 보내다 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말 그대로 전쟁 같은 촬영 사이에서 잠시나마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래도록 남아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찾아보니 아직 그 자리에서 운영 중이신 것 같다. 이렇게 동네 책방들은 독자로 하여금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 것도 같다"고 회고했다.무제는 외부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박 대표의 취향과 관점이 담긴 공간이기도 하다. 그는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만약 내가 책을 다시 쓸 일이 있다면 우리 회사에서 만들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조금 남사스러운 일이 아닐까 해서였다"며 "그런데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나의 글을 제일 잘 이해하는 것은 주변 동료들일 테니 만약 그럴 일이 있다면 우리 회사에서 만드는 것이 가장 적절하겠다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김금희 작가의 '첫 여름, 완주'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빠르게 변화하는 출판 환경 속에서 무제의 운영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책은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없어질 수 없다. 수천 년의 시간 동안 인간의 옆에는 늘 책이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것이 증명이다"며 "물론 형태와 형식, 그리고 수요는 시절마다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용기를 얻고 지금처럼 꾸준히 만들 예정이다. 구체적인 기획이나 바람은 없지만, 회사의 철학을 꺾지 않는 것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한편 박정민 대표는 지난 17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김금희 작가와 함께 대담자로 나서 '첫 여름, 완주' 북토크를 진행했다. 도서관의 날, 장애인의날과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장애인 독자를 초청해 신간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로 꾸며졌다. 책 '첫 여름, 완주'는 이달 말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를 통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종이책은 내달 출간될 예정이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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