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광장 집회 참석
'국민이 희망이다' 한목소리
한 줄 시국선언 '촌철살인'도
매년 오월문학제…'그날' 기려
세월호·이태원 참사 형상화
민미협도 '피켓 만들기' 봉사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이 사회를 비롯해 후손들에게 아픔을 대물림해 줄 것 같아 잠시 펜을 내려놓았다.'
역사적인 현장에는 늘 그들이 있었다. 그들은 현실을 떠나 존재할 수 없는 문학의 참 의미를 몸으로 실천하고자 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에도, 12·3비상계엄의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그들은 가장 먼저 온몸으로 글을 썼다.
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 김미승·이하 '작가회의') 회원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나선 건 지난해 말, 온 국민을 두려움으로 몰아넣은 12·3 비상계엄 때부터였다. 작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펜 대신 '국민이 희망이다', '내란종사자 옹호세력 처벌하라' 등이 적힌 깃발과 피켓을 든 채 광주 5·18민주광장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올겨울은 유독 추웠다. 윤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으로 인해 광주 시민들은 1980년의 5월을 떠올리며 불안과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작가회의 회원 중 상당수가 5·18을 직접 경험한 세대로, 광주가 피와 땀으로 일군 소중한 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결의가 높았다.


이에 작가들은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며 매주 주말 광장으로 향했다. 눈보라가 치고 비바람이 불어도 모진 날씨를 뚫고 모인 숫자는 50여 명. 여수, 순천, 목포 등 전남 각 지부의 회원들까지 가세하며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퍼졌다.
지난달 31일부터 이어진 '릴레이 천막농성'은 그들의 뜨거운 결의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현장이었다. 100여 명의 회원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조를 이뤄 피켓을 들고 농성했다. '세계가 격찬한 민주주의 회복력! 철쭉이 피기 전 주문, 윤석열을 파면한다'(광주전남소설가협회 김만성), '반드시 파면되어 평화를 만나야 하리라'(함진원 작가) 등 '한줄 시국선언'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적어내리며 민주주의에 한 발자국씩 다가갔다.


회원들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순간까지 함께했다. 지난 4일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됐던 탄핵 선고 생중계를 앞둔 마지막 집회에서는 100여 명의 회원들이 일반 시민들과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작가회의를 비롯한 한국작가회의는 지난달 25일 광화문 농성촌 한국작가회의 천막 앞에서 '전국 문학인 2487인 긴급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미승 작가회의 회장은 "노벨문학상 수상과 더불어 K-문학은 세계를 선도해 가고 있는데, 피로 세운 민주주의는 50년을 후퇴했다"며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했다.


작가회의 회원들의 목소리는 5·18민주화운동에서도 두드러졌다. 작가회의는 지난 1988년부터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오월 광주를 기념하고 그날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매년 '오월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내달 24일부터 이틀간 개최 예정인 올해 문학제에서는 '세계 문학 속의 오월'을 주제로 제주 지역의 작가들과 교류하는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작가회의의 활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모두를 슬픔에 몰아넣었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와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작가회의는 회원 개개인이 참사의 상처와 치유, 추모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발표하며 잇따라 슬픔을 나눴다. 또한 지난 2021년에는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던 미얀마를 응원하기 위해 릴레이 연대시 발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광주민족미술인협회와 광주연극협회 활동도 눈길을 끌었다.광주민미협은 금남로 집회에 참여해 시민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피켓 만들기 자원봉사를 가져왔다. 광주연극협회와 한국연극배우협회 광주지회, 광주소극장협회, 여우창작소 등은 지난해 12월 SNS를 통해 '내란수괴 윤석열 퇴진을 위한 광주 연극인 시국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미승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작가 개개인 모두 자신만의 일정이 있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도 광장으로 모이는 것은 '지금 당장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해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도 목소리를 내야 할 일이 생기면 펜을 내려두고 시대의 물결 속에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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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시조로 펼쳐낸 삶의 사유와 서정 글은 삶의 시간과 풍경을 펼쳐내는 캔버스이다.경제학자에 이어 시인으로 인생 제2막을 채우고 있는 정언(柾彦) 손형섭씨가 제2시조집 '새벽'(도서출판 서석刊)을 펴냈다.그는 지난 2023년 '월간문학' 신인상 등당으로 시조시인의 이름을 얻고 지난해 5월 첫 시조집 '눈 내리는 저녁'을 펴낸 뒤 1년 만에 두 번째 시조집을 발표했다.이번 시조집에는는 단시조(短時調)만 100편이 실렸다.1부 '첫차', 2부 '고향의 강', 3부 '가을 산책', 4부 '첫눈' 등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에 관해 각각 17편씩 68편을 수록했다. 5부 '인연'과 6부 '전라도여'에는 삶과 시대에 대한 32편을 담았다."아련히 들려오는/ 조선 닭 울음소리// 눈곱 낀 찬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새벽은/ 새날을 믿는/ 희망이요 출발이다"('새벽'전문)동트기 전 눈을 뜨며 이를 하루를 시작하는 시인은 창으로 몸을 움직이며 새로운 문을 연다.어느새 황혼에 이른 나이에도 아침은 늘 새롭고 인생은 설렌다.그가 말하는 아침은 희망이자 출발이며 행복이며 기쁨이다.손 작가는 시인의 말에서 "시조는 정형률에 더한 민족 고유의 시이고, 품격을 얹어 감동을 우려낼 수 있어서 단시조를 쓰고 싶었다. 45자 내외의 짧은 언어로 사물에 대한 사유와 서정을 정형 틀로 담아내고 싶었다"면서 "그것은 고려 말부터 우리 선조들이 조상 대대로 즐겨 노래했던 멋과 풍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우리 민족의 문학적 양식이므로 우리의 큰 자랑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이어 "그러나 막상 단시조를 쓰면서 느낀 것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단, 한 편의 단시조를 쓰기 위해 얼마나 깊은 사색과 성찰이 필요한 것인가를 배우게 되었다"며 "따라서 '빈 항아리'란 나의 단시조 한 편을 소개하면서 시인의 말로 대하고자 한다"고 적었다.'몇천 번/ 다그쳐야/ 둥글게 되는 걸까// 몇천 도/ 견뎌 내야/ 소리가 나게 될까// 몇천 년/ 기다려야만/ 체워질 수 있을까.' (빈 항아리)손형섭 시인은 1942년 화순에서 태어나 광주상고와 전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를 나와 전남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국립목포대학교에서 대학원장·사회대학장·경영행정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지난 2007년 정년퇴임 후 고(故) 문병란 시인의 서은문학연구소에서 시 창작을 수강하며 늦깎이로 창작의 길에 들어섰다.75세인 2017년 '문학예술' 봄호에 시 부문 신인상을, 가을호에 수필 부문 신인상을 각각 받으며 문단에 데뷔했다. 이후 왕성한 창작욕으로 시집 '별빛', '파도', '만추', '겨울 나그네' 등 4권과 수필집 '삶의 흔적', '추억', '아무려면 어떠랴' 등 3권을 발간했다.또 2023년 '월간문학' 9월호에 시조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뒤 2024년 첫 시조집 '눈 내리는 저녁'을 펴냈다. 한국문학예술가협회 광주전남지회장과 광주시문인협회 이사를 지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와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광주시시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광주시시인협회 문학작품상, 도서출판 서석 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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