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자 킬러' 넘어 불펜 중심으로···KIA 김범수 "내 가치 증명하는 과정"

입력 2026.05.12. 16:41 차솔빈 기자
좌타자 상대 우세…우타자 상대는 숙제
위기 상황에 더 강한 '득점권의 악마'
KIA 좌완투수 김범수. KIA구단 제공

“숙제는 남아 있지만, 내가 왜 팀에 필요한 선수인지 증명하는 과정이라 생각하죠.”

KIA 타이거즈의 좌완 투수 김범수가 ‘좌타자 킬러’를 넘어 호랑이 군단 불펜의 핵심 기둥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기록을 살피면 김범수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현재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29, 피출루율 0.308, 피OPS 0.537을 기록 중이며 평균자책점은 2.61에 불과하다. 전형적인 좌타자 스페셜리스트의 면모다.

하지만 고민은 있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피안타율 0.353, 피OPS 1.130, 평균자책점 14.73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는 그의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5시 방향으로 날카롭게 휘어 들어가며 우타자의 몸쪽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사사구 위험을 피하려다 실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발생하는 현상이다.

김범수 역시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는 “기존부터 좌타자 상대 위주로 나서다 보니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지만 우타자는 상대적으로 데이터가 적다”며 “항상 어떤 식으로 상대할지 고민하고 있고 반드시 극복해야 할 숙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위기 속 클러치 능력이 김범수를 ‘괘씸하다’라는 평가로 이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그 진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주자가 없거나 1루에만 있을 때의 피안타율은 0.286에서 0.455까지 치솟지만,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는 순간 그의 집중력은 최고조에 달한다. 득점권 상황에서의 피안타율은 0.143까지 급격히 떨어진다. 부담이 큰 상황을 즐기고 이겨낼 줄 아는 배짱을 가졌다는 증거다.

직전 등판인 롯데전까지 김범수는 2026시즌 19경기에 등판해 14이닝을 소화하며 1세이브 6홀드를 기록했다. 특정 경기에서 실점이 겹치며 평균자책점이 5.79까지 올랐으나, 전반적인 투구 내용은 불펜의 안정감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정해영이 복귀해 계투로 뛰기 전까지 불펜의 과부하를 묵묵히 견뎌낸 공로가 크다.

투구 준비 중인 김범수. KIA구단 제공

현재 KIA 불펜은 이준영, 홍건희, 이태양 등 베테랑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김범수는 “이제는 나도 젊은 나이가 아니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후배들이 많아진 만큼 내가 중심을 잡고 팀을 끌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친정팀 동료였던 이태양의 부상은 그에게도 큰 아픔이다.

그는 “특히 (이)태양이 형은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대전에서 안 되던 볼 배합을 하며 무리하다 내려간 것 같아 동생으로서 슬프다”며 “부상 직전 등판에서 148㎞를 찍었다. 아마 태양이 형의 인생 최고 구속이었던 것 같은데 사고가 났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고 하니 빨리 돌아올 수 있게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페이스면 김범수 본인 통산 최다 출장과 최다 홀드를 기록할 수 있다. 시즌 전 스프링캠프에서 목표로 세웠던 ‘80이닝 소화’ 역시 현 페이스대로면 가능성이 있다.

김범수는 “처음에는 선배들이 빠진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기도 했지만, 해영이가 돌아와 자기 페이스를 찾으면서 불펜 운영이 수월해졌다”며 “작년 활약이 반짝이었다는 시선을 완전히 지웠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금처럼 꾸준히 유지하며 시즌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찾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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