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마친 KIA 타이거즈의 성과
단순한 훈련 넘어 ‘안정감’과 ‘디테일’ 채운 한달
무주공산 선발진, 치열한 경쟁 끝에 드러난 희망


한 달여간의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KIA 타이거즈 선수들의 배낭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단순히 갈고닦은 기술적 진보일까, 아니면 긴 시즌을 버텨낼 단단한 결속력과 확신일까. 한여름의 열기를 뿜어내던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흘린 선수들의 땀방울은 이미 ‘V13’이라는 하나의 과녁을 향하고 있었다.

고요하던 킨 구장에 생기가 도는 건 매일 오전 9시 무렵이다. 선수단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면, 기지개를 켜듯 그라운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연습경기를 앞두고 내린 이슬비로 마운드가 젖을 때면, 프런트 직원들이 달려들어 흙을 다져내는 정성 속에 캠프는 쉼 없이 돌아갔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선수들이 거둔 성과도 순조롭게 쌓여갔다.
본격적인 훈련은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정교했다. 야수진은 본 구장에서 배팅과 수비, 베이스러닝을 순회하는 로테이션 훈련에 몰입했고, 투수진은 외부 구장에서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특히 투수들은 단순히 공을 던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비 훈련과 베이스 커버, 전력 질주를 반복하며 실전에서 필요한 ‘디테일’을 몸에 익혔다. 그라운드를 가득 채운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는 곧 성장을 향한 증명이었다.
캠프의 일상은 치열함과 인간미가 공존했다. 정오 무렵 훈련을 마친 투수들이 얼음팩을 대고 팔을 관리하는 사이, 식당에서는 뷔페식 식사가 차려졌다. 반복되는 카레 식단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영양 보충을 위해 묵묵히 식판을 채우는 선수들의 모습은 화려한 스타 이전에 ‘인내하는 구도자’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성과는 훈련 시간 이후에 더 빛났다. 점심 식사 후 선수들은 자신의 플레이 영상을 분석하며 미세한 실수를 교정했고, 해가 저물 때까지 배트를 휘두르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불을 밝혔다. 이러한 집념은 이번 캠프의 최대 과제였던 4~5선발진의 윤곽을 선명하게 만들었다. 이의리를 비롯해 황동하, 홍민규 등 수많은 투수가 시험대에 올랐고, 이범호 감독이 강조한 ‘안정감’이라는 기준 아래 새 시즌 마운드의 주인공들이 가려지기 시작했다.

이제 킨 구장의 흙먼지는 잦아들었지만, 선수들이 배운 ‘안정감’과 ‘자신감’은 이제 챔피언스 필드의 마운드와 타석에서 꽃을 피울 준비를 마쳤다. 오키나와에서 얻어온 가장 큰 성과는 기술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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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연승 뒤 마주한 '잇몸 야구' 위기···KIA, 반격 실마리는 어디에
KIA타이거즈 선수단. KIA구단 제공
8연승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가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 뼈아픈 2연패를 당하며 고비를 맞았다. 연승 기간 가려졌던 문제점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가장 큰 난제는 불펜진의 균열이다. 2군에서 복귀한 지 8일 만에 홍건희가 우측 어깨 극상근 손상 진단을 받으며 다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로 인해 불펜 로테이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범수, 이태양, 조상우, 성영탁, 홍민규 등 필승조와 김시훈, 한재승, 김기훈 등 추격조가 번갈아 이닝을 소화해 왔으나, 홍건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콜업된 김건국은 노련함에도 불구하고 투구 기복에 대한 우려가 따르는 상황이다.현재 계투진의 누적된 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연승 기간 이태양을 포함한 필승조 대다수가 14일부터 18일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마운드에 올랐다. 이들은 이닝 소화력과 롱릴리프 역할을 병행할 수 있는 자원들이지만, 최근 등판에서 노출한 기복은 명확한 체력 저하를 방증한다. 전력의 핵심 자원이 빠진 시점이기에 남은 투수들의 과부하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KIA 나성범. KIA구단 제공타선의 집중력 저하도 아쉬운 패배의 원인 중 하나다. 두산전에서 라인업에 변화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주효하지 않았다. 특히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나성범의 장타력 부재가 아쉽다. 올 시즌 16경기에 나선 나성범은 타율 0.250, 16안타, 12타점, 3홈런을 기록 중이다. 수치상으로는 나쁘지 않으나 장타율이 0.406에 머물고 있다. 이는 지난 2023시즌 기록한 0.671과 비교하면 60.5% 수준에 불과하다. 팀의 중심 타자로서 기대되는 폭발력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슈퍼스타 김도영의 경기 내용도 아쉬움을 남겼다. 두산전에서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BABIP 운이 따르지 않았다. 특히 3차전에서는 찬스마다 병살타로 이닝을 끊으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최근 김도영의 방망이 궤적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상대 배터리가 이를 역이용해 높은 공으로 승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이범호 감독은 단기적인 결과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해 부상으로 오랜 기간 빠지게 되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점이 있을 것이다. 시즌은 길다. 분명히 ‘어게인 2024’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며 “지금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출장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해 주는 것이다. 언제든 해결사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선수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KIA 이호연. KIA구단 제공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김건국과 함께 합류한 이호연은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안타를 묶어 4출루 경기를 펼치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상승곡선 끝에 마주한 내리막길에서 중요한 것은 넘어지지 않는 태도다. KIA가 예기치 못한 전력 누수를 내부 자원으로 어떻게 메우고 다시 날아오를지 팬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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