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편하게 감상··· 문턱 낮은 갤러리 만들 것”

입력 2026.09.30. 13:56 김현주 기자
인생 2막 연 박충민 광주화랑 관장
30여년 공직 생활 뒤 예술 속으로
침체된 예술의 거리 파수꾼 자처
지역 문화 마중물 역할 다짐하기도

30여 년간의 공직 생활을 뒤로하고 예술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 제2의 삶을 시작한 이가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예술의 거리에 위치한 ‘광주화랑’의 박충민 관장 이야기다.

공직에 있을 때도 좋은 그림을 보며 소통하길 즐겼던 박 관장은, 지난 2024년 12월 퇴직하고 남은 생은 오롯이 그림과 함께하고 싶다며, 2025년 3월 광주화랑의 주인이 되어 침체된 예술의 거리를 지키고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전문 화랑주로서 새로운 궤적을 그려가고 있다.

박 관장은 “처음엔 그저 좋아하는 그림을 걸어두고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꿈꿨다”면서 “하지만 현장에 나와 보니 유동인구도 줄고 상권도 침체해 예술의 거리 사정이 생각보다 훨씬 녹록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금은 예술의 거리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다. 단순히 그림을 파는 상업 화랑에 머물 것이 아니라, 예술의 거리를 활성화하고 공간과 작가를 함께 살리는 진짜 화랑의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다짐은 지역의 젊은 청년 작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열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가를 선택할 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되, 한 번 인연을 맺은 작가의 작품 세계만큼은 온전히 존중하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그는 “판매가 잘 되는 그림과 작가가 진짜 그리려는 그림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며 “작가 고유의 사상과 정서가 담긴 작품을 응원하고, 광주화랑에서 발굴한 작가들이 중앙 무대를 넘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주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규모나 크기보다는 화랑의 역할에 충실한 진정한 화랑, 진정성 있고 믿을 수 있는 화랑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 굳이 작품을 사고팔지 않더라도 문턱을 낮춰 화랑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가 터를 잡은 예술의 거리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예술의 거리 활성화를 위해 민간 갤러리와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지난 9월부터 열린 ‘아트스트릿페어’에 동참한 박 관장은 “아트스트릿페어는 예술의 거리를 알리고 시민들에게 갤러리의 문턱이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가 있다”며 “시민들이 언제든 들어와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페어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예술의 거리에 인적이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 관장은 “공직을 떠나 시작한 삶이지만 현장의 어려움과 예술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동시에 배우고 있다”면서 “주변에서는 다들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느냐’며 걱정하셨지만, 붓과 먹을 사랑하는 이 순수한 열정이 제 인생 2막을 움직이는 가장 큰 에너지”라고 말했다. 아울러 “광주화랑이 침체된 예술의 거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직자에서 미술 현장의 파수꾼으로 제2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박 관장은, 이미 예술의 거리 한복판에서 깊고 진한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 광주화랑은 지난 9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에 발맞춰 민간 갤러리와 기획자, 예술인들이 주축이 되어 첫선을 보인 ‘2026 아트스트릿페어’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달 정순이 작가의 ‘시간으로의 여행’전과 서은선 작가의 ‘기억은 미로를 닮아’전을 성황리에 선보인 바 있다.

오는 10월 1일부터 18일까지는 청년작가 그룹전 ‘충장 신세대’를 열고 윤부열·곽예상·조성민·최가을 작가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감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동시대의 시각 언어를 선보인다. 이어 10월 26일부터 11월 20일까지는 중견작가 김혜선의 ‘자연의 울림 그리고 화답’ 전으로 기획 전시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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