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으로 나선 시민들에게 감사
아버지와의 이야기 무대에 올려
국가폭력 아픔 이어져 안타까워
내년 여성 서사극 선보일 계획도

"아픔은 '기억함'으로써 치유된다고 굳게 믿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몸짓으로 아픔을 치유해갈 생각이에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최후의 시민군 '들불열사' 고(故) 김영철 열사의 딸이자 무용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연우 씨가 아버지와의 애틋한 기억, 그리고 12·3 불법계엄 사태를 겪으며 느낀 시대적 사명감을 무대에 담아내며 주목받고 있다. 12·3 불법계엄 1년을 맞아 김씨를 만나 지난 1년의 격동과 예술가로서의 다짐을 들어봤다.

김씨는 "지난해 12월3일 불법계엄 소식을 처음 접했던 순간,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너무 벙찌고 숨이 턱 막혔다"고 말하며 "당시의 충격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마음속에 가장 뚜렷하게 자리한 감정은 '감사함'이었다.

김씨는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다가 불법계엄 관련 보도가 나오자, 만약 국민들이 스스로 지켜내지 못해 내란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어떤 사회가 만들어졌을까 하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가족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1980년 5월의 기억이 다시 선명해졌다"며 "광주 시민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1980년 5월을 지켜낸 모든 분들에게 다시 고마움을 느꼈다. 5월이 없었다면 불법계엄은 우리 모두가 아무것도 모른 채 당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가족들과 나눴다"고 덧붙였다.
12·3 불법계엄 이후 그가 무대에 임하는 마음에는 이전보다 더 강한 사명감이 자리했다. 당시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와 집회를 이어가던 광경을 보면서 김씨는 1980년 거리로 나섰던 아버지와 광주 시민들을 떠올렸다.

그는 "만약 오월 영령들이 살아계셨다면 12·3 불법계엄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 감사함을 바탕으로 오월 영령들을 더 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그래서 아버지를 포함한 모든 오월 영령들을 떠올리며 '별빛 맞춤' 공연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김씨는 그동안 몸짓을 통해 역사의 아픔과 정신을 고스란히 전달해왔다. 예술가로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그는 "직접 거리에서 외치고 싸우는 분들도 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은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지나간 과거 또한 현재와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5월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아프고 잊혀선 안 되는 역사, 본받아야 할 정신을 예술로 승화해 관객들에게 기억하게 하고 싶다"고 강조하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 역시 과거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을 예술을 통해 느끼게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5·18 유가족이자 예술가의 시선으로 오늘의 한국 사회를 바라볼 때 마음에 걸리는 점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라고 했다. 김씨는 "국가폭력으로 인한 아픈 역사와 사건들이 있는데 우리가 요구하고 알고자 하는 진실이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유가족들의 아픔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럼에도 그는 '국민들의 정신'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는 "끊임없는 연대의 움직임을 보며 국민들의 정신이 얼마나 강한지 느낀다"며 "민족 예술의 연대 정신으로 생각할 때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김씨가 그동안 선보였던 수많은 무대 중 가장 감정적으로 힘들면서도 큰 의미를 남긴 공연은 지난 2019년 5월 옛 전남도청에서 선보인 '공명'이다. 그는 아버지 김 열사가 마지막까지 항쟁했던 도청 건물, 그리고 그 앞에서 총알 7발을 맞고 체포되던 순간 그가 타고 내려왔다고 전해지는 나무 앞에서 춤을 추며 안무 속에서 그 나무를 향해 달려가 껴안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씨는 내년에 '두 개의 봄, 하나의 몸짓'(가제)이라는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1930~1940년대 위안부 여성독립군과 5·18민주화운동 당시 여성들의 활약상을 하나의 몸짓으로 풀어내는 여성 서사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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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문학상 1주년 기념 문학기행은.
5·18기록관을 탐방하는 문학기행 참가자들.
무등일보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5·18 기념재단과 함께 마련한 문학기행은「'소년이 온다', 광주를 만나다」를 주제로 전국의 문인 등 문화계 인사 30여명과 함께 지난 4-5일 국립망월묘지와 옛 전남도청 등 소설 속 무대를 중심으로 소설을 음미해보는 여정으로 전개됐다이번 행사는 한강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를 매개로, 5·18민주화운동의 현장과 광주의 역사·문학적 기억을 함께 체험하는 인문학적 여정으로, '기억의 장소'를 걷고 듣고 느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예술과 여행의 언어로 확산하는 무대다.옛 적십자병원을 탐방하는 문학기행 참가자들.1980년 항쟁의 심장부이자 동호의 주 무대인 옛전남도청(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원과 전일 245와, 5·18기록관, 옛 적십자병원 , 금남로 등 1980년의 시간을 만나보는 일은 각별하다.특히 국립518묘지 인근의 '환벽당'을 찾아 500년의 역사를 거슬러 문학의 향기를 교차 감각해보고, 광주의 가장 핫한 양림동의 문화와 역사를 통해 현대의 광주를 함께 호흡해보는 방식으로 전개됐다.특히 시민 특별강좌로 박구용전남대 교수(철학고)를 초청, 한강문학을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뜻깊은 시간도 마련했다.조덕진기자 mdeun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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