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광주는 영화 소재 풍부···더 재밌는 작품 만들 것"

입력 2025.05.01. 15:41 최소원 기자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초청된 이예은 감독]
'베이비!'로 한국경쟁부문 선정
문창 전공해 시나리오 작가 꿈꿔
광주영화학교로 감독 활동 시작
부국단서 첫 상영…관객 '호응'
"청년 영화인과 지역 얘기 하고파"
이예은 영화감독

"광주는 시내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광주극장이 있고, 독립영화관이 있어 영화에 대한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졸업 후 여기에 정착하는 게 맞을지 고민하던 중, 영화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곳에 있어 광주를 좋아하는 것을 실감했어요. 광주에서 영화인으로 활동하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광주의 신예 영화감독 이예은의 단편영화 '베이비!'가 제42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이하 '부국단')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지난 24일 개막한 이번 영화제에는 전 세계 121개국에서 총 5천350편이 출품됐으며, 한국경쟁부문은 811편 중 20편이 선정됐다. 부국단은 경쟁 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 자동으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단편 부문 초청 자격을 얻는 권위 있는 단편 영화제다.

최근 만난 이예은 감독은 영화제 초청 소식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전화가 왔을 당시 잠결에 확인하고 스팸인 줄 알고 받지 않았다"며 "잠을 깨서 다시 확인하니 지역번호가 찍혀있는 걸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다시 걸었고, 잠을 깨고서야 뒤늦게 신이 났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예은 영화감독

그는 지난해에도 부산국제단편영화제를 관람하며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 감독은 "지난해 부국단에 가서 영화를 관람하며 '나도 언젠가 이곳에 내 영화를 걸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울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는 밤을 새우고 갔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며 "이번이 사실상 관객에게 처음 공개하는 상영이었다. 관람 후 직접 평을 전해주는 관객들을 보며 새로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청년 예술인이다. 2023년 광주영화학교 워크숍 작품 'ZIP!'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인 '베이비!'로 부국단에 초청되며 주목받고 있지만, 영화학교 워크숍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영화 제작은 물론 관련 공부조차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두 바리스타가 되지 않듯, 영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직업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며 "문예창작을 전공하며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던 중 영화학교에 참여하게 됐고, 내가 작성한 시나리오로 영화를 제작하는데 내가 상상했던 장면과 다른 방향으로 연출되는 것이 싫어서 아예 내가 영화까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난 이 감독은 조선대학교 입학을 계기로 처음 광주에 발을 디뎠다. 이후 영화를 본격적으로 하고자 마음먹은 뒤 관련 워크숍과 교육을 찾아다니며 경험을 쌓았다.

영화 '베이비!' 스틸컷

그는 "지역 특성상 영화인 간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진 않아, 처음엔 동아리나 소개를 통해 인력을 찾아야 했다"며 "하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 영화에 열정을 갖기만 하면 영화영상인연대, 독립영화관 등 여러 기관이 적극적으로 도와줘 작업이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영화 작업을 하며 광주에서 활동하는 청년 영화인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새롭게 느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영화를 하고 싶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망설이지 않고 질러도 될 것 같다"며 "영화인을 꿈꾸는 청년들이 모여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 것을 최전선에서 느낀 사람으로서, 지역 예술인들 간의 네트워킹이 활발해질 수 있는 다양한 교류 활동이 더욱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의 신작 '베이비!'는 히키코모리 주인공 유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퀴어 드라마다. 블로거로서 생계를 이어가던 유성은 연인 혜원과 동거하다 이별하게 되고, 이후 오랫동안 방 안에 갇혀 지낸다. 그러던 중 몇 년 만에 혜원으로부터 임신 소식을 듣게 되며 혼란에 휩싸인다.

영화 '베이비!' 스틸컷

이 감독은 "'동생을 가지게 된 엄마와 나의 이야기'에서 착안한 작품이다. 이 소재로 꼭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결혼이나 출산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임신부에게 달려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고 생각했다"며 "또 혼자 지내고, 갇혀 있는 상황에 놓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전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 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예은 감독은 "이번 영화를 제작하며 나뿐만 아니라 함께 영화를 제작한 스태프들도 각자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며 "차기작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지만, 함께 작업했던 친구들 그리고 같은 처지에 있는 청년 창작자들과 입체적이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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