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공항 통합은 광주·전남의 자산이다

@선정태 입력 2025.10.29. 17:41
선정태 취재2본부장

선정태 취재2본부장

전남 서남부권은 낙후성이 심각한 지역이다. 심각한 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 소멸이 심각해지는 것은 물론이며, 먹고살 만한 이렇다 할 산업이 전혀 없는 지역이다. 이재명 정부의 '5극3특'을 비롯해 역대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천명하며 갖가지 노력을 펼쳤지만, 전남은 늘 뒤처지기 일쑤였다. 전국적인 시각으로 보면 전남 서부권은 '가기 힘든 지역', '가는 길이 불편한 지역'일 뿐이다. 도로와 항공 등 교통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해 기업들이 내려오는 것을 꺼린다는 분석도 이제는 오래된 분석일 뿐이다.

쇠락을 선택하는 고립주의

국가 단위 '고립주의'는 정권의 붕괴와 식민지화 등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조선의 쇄국은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강제 개항된 후 1910년 일베 병합으로 주권을 상실했다. 중국의 청 왕조 역시 아편전쟁으로 패배한 후 연속적인 불평등 조약을 당하다 결국 1911년 신해혁명으로 멸망했다.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 역시 '페리의 흑선'으로 개항 압박을 받아 막부 체제가 붕괴했다.

공산 국가였던 알바니아는 냉전기에 소련이나 중국과도 단절하는 극단적 고립을 선택했다 정권 붕괴로 이어졌고, 미얀마와 캄보디아 역시 국제적으로 고립정책을 펼치다 지금의 상황으로 전락했다.

국가 차원에서의 고립주의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면, 지역 정치 측면에서 고립주의를 선택하면 지역 간 단절과 발전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시(군)만 챙기자'거나 '다른 시도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닫히면, 광역 차원의 예산·인프라·산업 프로젝트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나 인접 시군과의 협력이 끊기면 도로, 교통망, 산업단지, 복지 예산 등 발전 속도가 늦어진다.

광주와 전남은 행정구역으로 갈라졌지만 실제 생활권과 경제권은 하나다. 분리되고 싶어도 나뉠 수 없다.

자동차와 에너지, 첨단, 바이오 등의 산업을 물론, 병원, 공항·철도, 대학 등 서로 얽혀 있다. 광주는 인구와 소비·의료·문화의 허브 역할을 하고, 전남은 땅과 산업부지·에너지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같이 돌아가는 현실을 부정하고 행정을 따로 가겠다는 것은,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따로 굴겠다는 셈이다. 조율이 될 수 없다.

이전 거부하던 무안군의 변화

광주와 전남, 무안군의 의견이 어긋나며 10년 넘게 헛바퀴만 돌고 있는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와 궤를 같이한다. 주야장천 무안국제공항의 서남권 관문공항으로 외쳤지만 다른 지역 국제공항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거둔 이유가 국내선과의 연결이 없기 때문이다. 시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아니, 매년 무안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를 협력하겠다고 주장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지리멸렬한 상태로 남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전남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정부가 참여한 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당시 김산 무안군수는 "국가가 주도를 하면서 이전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그 피해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인센티브가 제공이 된다라고 하면…"이라고 발언했다. 정부가 주도해야 광주시가 제안한 1조 원대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신뢰를 담보하고, 이전 사업 진전을 위해 반대 군민들을 설득할 명분도 생긴다는 것이다.

무안군은 타운홀 미팅 이후 '이전지를 다시 선택하자'고 요구했다가 관계 부처와 광주시, 전남도와 무안군이 참여하는 6자 TF 참여를 약속하면서 획기적인 전개가 기대된다.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열쇠

무안군이 수백억 원을 들여 무안국제공항활성화 역점사업으로 조성한 항공 특화산업단지(MRO 산단)가 잡초만 무성한 상태다. 무안국제공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국내외 항공기 정비 산업의 요람이 될 것이란 청사진을 그렸지만, 뚜렷한 실적은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뻔하다. 국제선이 와도 연결된 국내 항로가 없기 때문이다.

무안군이 광주 군공항 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이익을 나눈다는 관점보다는 피해를 떠넘겨 희생받는다는 관점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무안군은 지금까지 '무조건 반대'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하반기 들어 변하고 있다. '이전지역을 다시 정하자'는 주장이 거센 정을 맞은 후 대통령실이 만든 '6자 TF' 참여 의사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충분한 지원 없으면 반대'가 70% 가까이 나온 '조건부 찬성'이 다수인 분위기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광주 민간·군 공항의 무안 통합 이전 찬성'이 과반까지 나오기도 했다. '고립형 방어'에서 '조건부 수용' 단계에 이른 것이다.

공항 통합은 광주·전남의 자산이다

무안군이 그동안 고립주의를 선택할 수 있었던 근거는 늘어나는 인구다. 무안반도 통합 제안도 예전에는 목포시가 반대했다가 이제는 무안군이 빠진 이유 역시 인구 때문이다. 무안으로 빠져나간 목포시는 다급해졌고, 신도시 개발로 10만명을 바라보는 무안군은 더 이상 통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전국 인구 최고 증가율을 보이며 시로 승격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길 수 있지만, 이 분위기가 계속될 수 없다. AI컴퓨팅센터가 솔라시도에 들어서면, 해남군이 무안군의 영광을 이어받게 될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SOC에서도 R&D분야에서도 늘 소외당하던 전남에게 에너지를 발판으로 절호의 발전 기회가 찾아왔다. AI와 RE100이 만나고, 인공태양 연구시설 유치도 희망적이다. 청년이 떠났던 전남에서 청년들이 찾고 싶은 전남으로 바뀔 것이다.

무안국제공항은 해남과 나주의 중간에 있고, 광주와 전남을 연결하는 중심점에 있다. 수도권의, 경남·북의 많은 청년들이 무안국제공항에서 내리는 풍경을 상상해 보자. 외국 기술자와 IT 전문가들을 환영하는 빽빽한 피켓을 상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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