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평소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선택을 하고, 상대방을 평가하십니까?"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결정을 내리고, 평가를 한다. 커피를 고를 때, 점심 메뉴를 선택할 때, 방송을 보고 뉴스를 읽을 때 등… 그리고 '가장 합리적이고 최상의 판단을 했다'고 믿는다. 특히 사람을 평가할 때는 능력과 자질, 품성과 인격인 됨됨이, 말과 행동의 일관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이렇게 선택하고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일까.
인간관계에서 첫 인상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방의 생김새와 옷차림, 행동 등 시각적인 정보를 자신이 살아오면서 쌓아왔던 데이터(자료)와 비교한 뒤 가치판단을 한다. 그 판단이 선입견이 돼 버리고 상대방에 대해 더 알아보지 않거나 깊은 관계형성이 없다면 그것이 고정관념이 된다. 상대방을 모르면서 남들 말에 휘둘리거나 그 사람의 직업과 직급에만 현혹돼 판단하기도 한다. 요즘과 같은 SNS시대에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나쁜 인간'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또 개인적인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상대방을 칭찬하거나 비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방을 잘 모르면서 겉모습과 주관적인 감정만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알지 못 한다'는 속담처럼 베일에 가려져 있는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유권자들의 평가와 결정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선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지역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내란사태와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잘못된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보다 '민주당 소속이냐 아니냐', '대통령과 어떤 관계이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후보자들은 선거 때마다 '친노'(친 노무현), '친문'(친 문재인), '친명'(친 이재명)이라고 외친다. 대통령 후광효과를 위한 정치적 포석이다. 효과는 확실하다. 여론조사에서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 등으로 직함이 나가면 지지율이 껑충 뛴다. "대통령과 가까운 직책을 가졌으니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달라진 게 없다.
성남·경기라인에 원조 '친명', '신명'(신이재명)까지. 가장 황당한 것은 바로 '찐명'의 등장이다. '친명'도 떨게 하는 '찐명'들은 '이재명 진짜 사람'임을 자처한다. 지난 대선 때 수많은 지역 정치인들이 '이재명' 이름 석 자 들어가는 당내 직책과 외곽 정책 자문조직, 선거용 위촉장을 받았다.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이들은 벌써부터 자신의 인지도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이재명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점입가경'이 따로 없다. 민주당 소속 광주·전남 정치인 중에서 솔직히 '친명' 아닌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정치인에게 이미지는 중요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 이미지에만 의존해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닌 그 사람의 본질을 살펴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당시 능력과 성과 중심의 '실용주의 정부'를 천명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오직 실력과 능력으로 각 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 등을 선임했다고 강조했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광주다운 정책이나 비전 없이 오로지 '이재명 이름 팔이'와 인연에 집착한 선거운동은 심해질 것이다.
이제는 우리 정치사에서 능력과 자질은 없으면서 '친노', '친문', '친명'만을 외치는 정치인은 사라져야 한다. 민주당은 '친명 장사'를 못하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룰을 바탕으로 공천을 해야 한다.
올해로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30년이 됐다. '반쪽 지방자치'라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광주·전남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잘 살게 할 수 있는 '진짜 지도자'를 뽑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지방자치의 시작이다.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만이 지역이 사는 길이다. 답은 분명하다. '친명'·'찐명'이 아니라 누가 '현명(賢明)' 후보인지 꼼꼼히 살펴보자.
박석호 취재1본부장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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