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존재를 안 것은 1979년 10월 하순이었다. 이 해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합동수사본부장 겸 보안사령관으로서 텔레비전 뉴스에 주요 등장 인물이었다. 그의 이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12·12 군사반란과 5·17 계엄령, 5·18 광주학살로 이어지는 헌정사를 유린한 전두환씨다. 준엄한 역사의 법정에서 단죄를 받고, 무력으로 찬탈한 대통령직은 오직으로 기록됐다. 그는 뇌물 수수 혐의로 2천205억원을 추징받고 "전재산이 29만원"이라는 말로 전국민을 우롱했다. 진심어린 사죄를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이거 왜이래"라고 역정을 냈다. 수많은 광주시민을 총칼로 짓밟아놓고도 큰 소리친 무뢰한이었다.
"그의 죽음도 유죄"라는 국민적 비난을 한 몸에 받고도, 국가에 내놓아할 867억원을 떼먹고 2021년 11월23일 눈을 감았다.
느닷없는 비상계엄에 되살아난 악몽
지난 해 12월3일 그의 망령이 살아났다. 이날 밤 10시28분 예산폭거와 입법 독재 등을 내세워 민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고, 윤석열 대통령 입에서 "비상계엄 선포"라는 여섯 글자가 튀어나왔다. 그러곤 국회에 헬기가 뜨고 착륙하며, 무장한 군인들이 의사당과 선거관리위원회에 난입했다. 한밤 중 80년 광주를 연상시킨 이 군사작전은 국민들을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다.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 한류를 꽃피웠고 광주항쟁의 비극적 서사를 시적 산문으로 승화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기뻐하는 그 해 그 달에 계엄이라니 참담했다. 여소야대의 현실적 상황이라고 해도 정치로 풀어야할 문제를 불법적인 공권력으로 대응하는것에 경악했다.
그날 밤 국민들은 국회의사당 앞으로 몰려가 계엄군의 총부리를 붙잡는 용기로 맞섰다. 민주화를 이끈 중장년뿐만 아니라 탄핵세대로 통하는 2030세대도 함께했다. 완전 해제까지 6시간에 이르는 불량스런 정치극은 대한민국을 40년전 나라로 후퇴시켰고,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대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혹독한 청구서가 날아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앞으로 한국이 감당해야 할 장기 리스 할부금'으로 평가했다. 앞으로 더 심한 고통이 닥칠지는 모른다는 얘기다.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인 그는 역설적이게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을 짓밟고 있다. "비상계엄은 법을 무시하지 않았고, 나라를 살리기 위해 국민 눈높이에서 이뤄졌다"는 궤변으로 일관하는 것도 그렇고,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에 '끝까지 싸울것'이라는 '대통령'명의의 편지를 관저앞에 모인 탄핵반대 시위자들에게 전달했다. 참담하다.
국민들은 그 날밤 80년 광주를 핏빛으로 물들인 전두환도 하지 않았던, 군인들이 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난입한 불량스러운 계엄극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국회에 의해 계엄이 무효화 됐을때 "법적·정치적 책임을 회피 않겠다"는 호언도, 수사와 조사를 버티다 경호처의 방패 뒤에 숨어 적법한 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부적절한 행동에서 허언이 됐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노태우씨도 법원의 영장앞에선 호송차에 올라탄 사실에 비춰봐도 너무 부끄럽다.
국민의힘의 이중적 태도는 목불인견이다. 윤에 의해 선포된 비상계엄선포를 무효화 시켜야 할 그날 밤 행적과 탄핵안 투표, 관저에 우르르 몰려가 방탄 연대 등. 이쯤되면 집단적 괴기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계엄 실패 이후 국민의힘은 탄핵에 찬성한 한동훈 대표를 거칠게 쫓아내고, 권영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해 권성동과 함께 도로 친윤당으로 돌아갔다. 이들은 오직 교묘하게 법을 비틀어 윤석열 구하기에 나선 전사이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는 탄핵안 표결에 찬성한 의원들 말고는 "비상 계엄이 불법, 위헌이고 내란"이라고 말하는 이가 없다. 말을 못하니 당연히 사과도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대놓고 윤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했다고 극우 집회에 가서 큰 절을 올리고, 1차 체포 영장 시한 날 국회의원 44명이 관저에 집결해 공권력을 부정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었다.
12·3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을
망국적 지역색에 의한 특정당 지배를 깨어보자며 국민의힘에 마음을 내줬던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는 허탈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새해, 대한민국이 어수선하다. 시간의 강을 건넜지만 작년 12월 비상계엄 선언과 연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12·3 비상계엄 선언은 'K민주주의'로 통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퇴행이고 참사이다.
국민 70%가 탄핵을 찬성하고 있음에도 한남동 관저앞, 찬탄과 반탄 집회 광경은 대한민국내전의 현주소이다. 지난 7일밤 법원의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재발부로 요새화된 관저를 뚫어야할 경찰과 경호처의 충돌이 우려될 만큼 긴장감이 커졌다. 대한민국의 정치적 혼란은 또 다시 전세계인에게 생생하게 전달, 국격을 떨어뜨릴 것은 분명하다. 불법비상계엄 선언의 후폭풍으로 대한민국호가 침몰하고 있어 국민들은 좌불안석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할 출발점은 결자해지의 원칙으로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법적 절차에 응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여 답답하다. 그렇기에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이 중요하다. 헌재의 합헌에 의한 명확한 법의 심판만이, 사법화된 정치문제를 질서있게 수습을 하는 것이다.
특히 '12·3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내란 잔당에 대한 엄중한 법적 책임과, 두번 다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망동이 준동치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불법 비상 계엄 선언에 대한 심판을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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