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내란 후 1년, 교육현장에는 무엇이 남았나

@백성동 광주풍영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5.12.02. 18:27
백성동 풍영초등학교 교사

12월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니 반사적으로 1년 전 그날 밤이 떠오른다.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내란의 밤. 우연히 서울에 머물다 소식을 접하고 동료들과 함께 국회로 내달렸다. 계엄군이 진입한다는 공포 속에서도 우리를 지탱했던 것은 서로의 팔짱을 낀 채 "계엄 철폐"를 외치던 시민들의 뜨거운 연대였다. 민주주의가 무너질 뻔했던 절체절명의 순간, 우리를 구원한 것은 영웅이 아니라 깨어있는 시민들의 평범한 용기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악몽 같던 밤을 넘어 다시 찾은 일상 속에서, 나는 광주의 교육을 되돌아본다. 그날 우리가 지켜낸 민주주의의 가치가 과연 우리 학교 현장에는 뿌리내리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나의 대답은 회의적이다.

지금 광주 교육은 '내실'보다는 '전시'에, '교육'보다는 '행사'에 취해 있다. 학교의 골간을 튼튼히 하고 학생과 교사의 안전을 살피는 본질적인 행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이정선 교육감이 등장하여 인사말을 하는 화려한 이벤트들이다. 유명 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열고, 사진을 찍고, 그것을 홍보하는 데 행정력을 쏟아붓는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교육청은 방송국이 아니고, 교육감은 토크쇼 진행자가 아니다.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명사들이 떠난 자리에, 학교와 교사들은 여전히 과밀 학급과 행정업무, 그리고 민원의 파도 속에 홀로 남겨진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학교 울타리 밖에서 밀려오는 혐오와 왜곡의 파고다. 온라인 공간은 이미 극우적 선동과 혐오 표현으로 오염된 지 오래다. 5·18의 도시 광주에서조차 '리박스쿨'류의 왜곡된 역사 인식이 유령처럼 배회하며 호시탐탐 교실을 넘보고 있다. 아이들이 유튜브알고리즘을 통해 혐오를 학습하고 왜곡된 역사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동안, 광주교육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보여주기식 행사로 바쁜 교육청의 시계는, 정작 교실 안의 위태로움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명인의 덕담이 아니라, 혐오와 차별에 맞설 수 있는 단단한 '민주시민교육'이다. 거짓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진실을 가려낼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 그것이 12.3 내란을 겪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강력한 무기다.

교육의 본질은 '겉치레'가 아니라 '삶'을 가르치는 데 있다. 1년 전 국회 앞을 지켰던 그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광주교육청과 이정선 교육감은 이제 그만 '쇼'를 멈춰라. 그리고 학교라는 현장으로, 학생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귀를 기울여라. 혐오의 시대를 건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비바람을 막아줄 튼튼한 지붕과 진실을 말해줄 선생님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가 가야 할 교육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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