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학생 여러분, 웃음으로 행복 찾기

@김동혁 용두중 교사 입력 2025.06.10. 18:06
김동혁 지산중학교 교사

5월 말에서 6월 초쯤이 되면 급격한 신체 성장과 변화무쌍한 호르몬 변화를 겪는 학생들은 학기 초 가졌던 긴장감이 줄어들고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지며, 반복되는 학교생활에 한층 더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부정의 감정에 쉽게 노출되고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 학교 부적응에 빠질 수 있다. 학생들이 부정의 마음에 잠식되지 않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해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중학생 여러분.

선생님은 매일 아침 일어나면 꼭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포옹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나눕니다. 포옹할 때 따뜻함, 포근함, 보드라움을 느끼고, 그 따뜻함, 포근함, 보드라움이란 감각이 기쁨의 감정을 일으킵니다. 사랑한다는 음성이 귓가를 간지럽히고 기쁨의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기쁨의 감정은 다시 입꼬리를 양쪽으로 올려 미소 짓게 만듭니다. 미소 짓는 표정이 기쁨의 감정을 더욱 크게 만듭니다. 하루를 기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들이 있어도 이를 견디고 버틸 힘을 얻습니다. 두뇌가 '감각(따뜻함, 포근함, 보드라움 등)'을 바탕으로 '감정(기쁨 등)'을 만들어낸다는 제임스-랑게 이론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우리가 따뜻하고 포근한 행동과 말을 자주 할수록 기쁨의 감정을 많이 느끼고 행복해질 것입니다.

여러분이 한정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불편한 일들을 많이 겪을 것입니다. 잠이 쏟아지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가득해도 이를 견디며 수업을 들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다 똑같이 배가 고프기에 점심시간 나 혼자 먼저 밥 먹을 수 없고 줄을 서야 합니다. 자신이 춥다고 교실 에어컨을 쉽게 끌 수 없으며 덥다고 선풍기를 쉽게 켤 수 없습니다. 때론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불편한 자리에 앉아야 할 수도 있고, 주번 활동으로 남들보다 늦게 집에 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짜증 나는 감정이나 우울한 감정에 휩쓸리고 그 감정들이 쌓여 학교폭력이나 교권 침해, 미인정 결석 등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불편, 짜증, 분노와 우울 등 부정의 감정을 느낄 때마다 평소 자신에게 기쁨의 감정을 불러오는 말을 떠올리고 행동을 합시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가족과 포옹을 해봅시다. 좋아하는 친구가 자신에게 베풀었던 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고맙다는 DM을 보냅시다. 따뜻함, 포근함, 부드러움이란 감각을 상기시키는 말들을 하면 기쁨의 감정이 조금씩 싹을 틔워 짜증과 우울 등 부정의 감정을 밀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선선한 바람을 두 뺨으로 맞이하고, 폭신폭신한 산책로를 걸어보고, 양손으로 자신을 안아보고, 녹음 짙은 나뭇잎의 찬란함을 보며 그 밝고 상큼하고 따스하고 나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감각들을 가득 껴안아보세요.

그럼 여러분 안에 있는 두뇌가 그 감각들을 모아 긍정의 감정을 만들 겁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 불편한 감정을 완전히 이겨낼 수는 없겠지만 견디고 자신과 타인을 해치는 실수를 하지 않는 도움을 얻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따스하고 포근한 감각을 모아 긍정의 감정을 만들어 짜증과 분노, 우울 등 부정의 감정을 견디는 동안 선생님은 여러분들의 부정의 감정을 만드는 학교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학교 밖 어른들과 힘을 모으고 노력할 것입니다.

함께 노력합시다. 힘냅시다. 어렵지만 웃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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