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폭력에 대한 구조적 접근, 용기있게 맞서는 ‘오렌지 하우스’

@오미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 입력 2026.06.01. 17:04
[여성가족정책 선진지 네덜란드 탐구]②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시 보호체계 설명.

2024 여성가족부 여성폭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여성들의 여성폭력 경험율은 36.1%로 10명중 4명은 젠더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는 41%로 약간 높게 나타나는데 이는 성평등 신고, 응답 문화(적극적이고 솔직한 응답), 성폭력으로 인정 기준이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피해자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젠더폭력 지원(상담, 쉼터, 법률, 심리 지원)기관인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개방형 쉼터로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알크마르의 Blijf Groep라는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오렌지 하우스(Orange House)’ 였다. Blijf는 네덜란드 말로 ‘머물다, 안전하게 지내다’라는 의미로 현재 위기쉼터 40개, 110개 주거지원 시설을 운영하는 최대 조직이다.

‘오렌지 하우스’는 2008~2011년 공개 쉼터 운영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시작되었으며 핵심구호는 ‘Not secret, yet safe!’, 공개적이되 안전하게 피해자, 자녀, 목격자, 가해자를 포함한 모든 관련자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이 오렌지 하우스를 비공개 쉼터에서 공개로 전환한 이유는 비밀 쉼터들이 완벽하게 비밀이 되기 어렵고, 비밀 쉼터로 운영하는 것은 ‘폭력’을 가시화 하기 어렵다는 점 등 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동안의 젠더폭력 피해자 대응 중심 정책을 폭력에 대한 구조적 접근과 예방에 대한 관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였다. 이를 위해 단순한 피해자 보호기관을 넘어 젠더폭력을 사회 전체의 문제로 공론화하고, 쉼터의 존재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이를 통해 피해자의 고립이나 정서적 상처를 회복하고 폭력에 대한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으로 맞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오렌지 하우스’와 한국의 젠더폭력 쉼터와 가장 큰 차이는 한국은 ‘보안 중심의 비공개 방식’ 형태이지만 네덜란드는 ‘지역사회 연계 중심의 공개 방식’이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 개방형 쉼터 외부 전경.

한국의 비공개 쉼터(보안 중심 모델)는 피해자의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쉼터 위치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공동주거 시설을 이용한다. 법률, 의료 등 지원서비스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원스톱으로 추진되지는 못한다. 비공개 운영은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으나 사회와 단절, 심리적 압박감, ‘비밀장소’에 숨어야 한다는 사회적 낙인 등의 어려움, 공동생활의 불편, 팻 동반의 어려움 등을 수반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네덜란드의 경우 쉼터 위치를 공개하고 피해자가 일상생활(출근, 등교 등)을 유지하도록 지원한다.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인의 수치가 아닌 사회문제로 가시화하고 ‘오렌지 하우스’를 지역사회에 공개 함으로써 지역이 함께 연계하여 보안 위험을 줄인다. 이러한 경험은 피해자들이 퇴소후 사회복귀나 자립에 보다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특히 입소자의 자존감과 회복 지원에 있어서 주거환경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공동주거가 아닌 1가족(1인) 독립형 생활공간, 팻과 공동생활을 허용하고 있는 점이 큰 특징이다(한국의 경우 주거공간의 독립적 운영 욕구가 크지만 극히 일부만 허용되고 있고 팻 공동공간은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됨). 한편 네덜란드에서도 고위험군 피해자의 경우 정교한 보안시스템과 지역경찰과 연계하여 ‘안전가옥’이 관리되고 있다.

오렌지 하우스에서도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이다. 이는 단순히 공간의 공개/비공개 의미를 넘어서 가해자, 가족, 피해자, 활동가 모두의 안전한 삶과 존엄의 가치를 누릴 권리의 보장을 고민한다. 공개 쉼터 활동은 가해의 분노조절, 피해자의 자존감·용기 회복 및 정서적 안정,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 등 모든 영역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쉼터 활동가들의 안전을 위한 경찰과 연계, 1년 5주간 휴가, 36시간 근무 등 다양한 근무환경 조성도 시사점이 컸다.

지면상 모두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한국의 비공개 쉼터가 공개 쉼터라는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많은 요소가 필요할 것이다. 우선 공동주거 시설의 독립적 주거공간 제공, 원스톱 지원의 강화, 피해자들의 용기 회복을 위한 정서지원, 활동가의 ‘안전’ 보장, 지역사회가 젠더폭력을 공공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하는 시민참여형 대안 창출 등 우리가 가야할 길은 멀다. 새롭게 도약하는 통합특별시 민주인권도시 광주야 말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젠더폭력 지원 모델을 구축하는데 최적의 도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네덜란드의 오렌지 하우스가 광주형 오렌지 하우스로 탄생 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오미란(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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