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산포읍 환원’,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할 가장 확실한 해법

@이재남 나주시의회 의장 입력 2026.05.26. 16:41
이재남 나주시의회 의장

호남의 젖줄 영산강을 품고 물류와 상업의 중심지로 이름을 떨쳤던 영산포는 나주를 지탱해온 거대한 뿌리였다. 1937년 읍 승격 이후 나주읍, 남평읍과 함께 ‘나주의 3대 축’으로 군림하며 호남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영산포의 위상은 당대 어느 도시 부럽지 않은 것이었다.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3만 명이 넘는 인구가 북적이며 포구의 활기가 넘쳐났던 이곳은, 그러나 현대사의 구조적 변화 속에 점차 그 빛을 잃어갔다. 1981년 영산강 하구언 준공으로 뱃길이 막히며 포구는 생명력을 잃어갔고, 같은 시기 단행된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서 ‘영산포읍’이라는 통합적 행정체계마저 행정동으로 분절되며 지역의 정체성과 성장 동력은 급격히 소실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40여 년 전 시행된 이 행정구역 조정이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미래에 대한 세심한 배려 없이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당시의 인위적인 행정동 분리는 오늘날 영산포 주민들에게 가혹한 ‘역차별’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실질적인 생활 양식은 농촌과 다를 바 없음에도 행정구역상 ‘동’으로 묶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들은 도시 기준의 높은 건강보험료를 매달 감내해야 한다. 이는 비용의 문제를 넘어, 국가 행정이 지역의 실질적 여건을 외면함으로써 발생하는 불합리한 경제적 압박이다.

뿐만 아니라, 영산포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대입 농어촌 특별전형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더욱 뼈아프다. 비슷한 여건의 면(面) 지역 학생들은 누리는 교육 기회가 영산포라는 이름 안에 갇혀 원천 봉쇄되는 것은, 인구 유출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교육을 위해 지역을 떠나게 만드는 가슴 아픈 이별을 강요하는 셈이다.

이러한 제도적 사각지대는 결국 지역의 경쟁력 약화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한때 3만 명에 달했던 인구는 이제 8천 명 선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고, 이는 단순한 쇠퇴를 넘어 ‘지역소멸’이라는 절벽 끝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읍 단위의 통합 행정체계가 사라지면서 영산포는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나 도시 기반 시설 확충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추진력을 상실했다. 특히 빛가람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나주의 발전축이 이동하면서 영산포를 비롯한 원도심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깊어졌다.

현재의 파편화된 행정동 체제로는 혁신도시와 상생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며, 이는 나주 전체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영산포읍 환원은 과거의 영광에 매몰된 향수가 아니라, 생존을 향한 처절하고도 당연한 외침이다. 읍으로의 환원은 흩어졌던 행정 역량을 하나로 모아 대규모 국비를 확보하고 지역 특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다.

주민들에게는 건강보험료 완화와 농어촌 전형 혜택이라는 실질적인 복지를 돌려주고, 행정에는 효율적인 관리와 예산 집행의 유연성을 부여함으로써 침체된 지역 경제에 다시금 불을 지피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행정 명칭을 바꾸는 요식 행위가 아니라, 수십 년 전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바로 끼우고 영산포가 다시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을 재건하는 국가적 책무이기도 하다.

다행히 최근 정치권과 중앙정부에서도 이러한 도농복합도시 내 행정동의 구조적 모순을 인지하고, 제도적 보완을 위한 입법적 논의와 검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영산포라는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특혜가 아니라, 행정 구역 전환으로 인해 불합리한 불이익을 겪고 있는 전국의 농어촌 지역을 살리기 위한 미래지향적 대안이다.

중앙정부와 관계 부처는 영산포 주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하는 강력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영산포의 이름을 되찾는 길은 나주 동부권 발전의 정당성을 회복하는 길이며, 나아가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길이다. 이제는 영산포가 잃어버린 40년을 보상하고, 주민들이 다시금 고향에 뿌리 내리고 살 수 있는 ‘희망의 행정’을 보여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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