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 인구소멸 위기의 심각성은 일찍부터 우려가 아닌 협박이 되어 왔다. 시골 마을을 다녀 보면 사람이 살지 않는 집들이 수두룩하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거의 없고 어르신들은 요양원을 거쳐 하늘나라로 떠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이 '일단 멈춤'이 아니라 '가속 진행형'이라는 점이 더 문제다. 인구소멸을 눈으로 체감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어찌될 것인가, 두려움이 앞선다.
장성군 인구는 1966년 12만 9천 명에 도달할 정도로 최대 전성기를 맞았으나 2025년 12월 현재 고작 4만 4천 명으로 약 4분의 1로 줄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 1980년대 무렵만 해도 마을에서 아이들 뛰노는 소리로 북적북적했다. 옆집 친구들과 짝을 지어 학교에 다니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이어지는 진학 코스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말 그대로,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아닌가. 장성은 아이들 글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고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학생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지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더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 대학생 등록금 지원을 앞다퉈 주겠다고 공표하고 있다. 장성군은 장성 출신 대학생들에게 매 학기별 200만원 한도 내에서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국가장학금을 받고 있거나 부모님의 직장에서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중지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가계에 큰 도움이 안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여기에서 꼭 필요한 지원은 등록금이 아닌 재학 기간 하숙비나 원룸 임대비 등 주거비 현실화다. 등록금과 별도로 주거비의 일정 부분을 지급하는 것이 자녀들 대학교육에 보탬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때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난 우리들에게 "노력과 끈기만 있으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부심의 상징어로 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시대'가 됐다. 젊은 패기만으로 뛰어 넘기 어려운 두터운 벽이 사방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적 여력, 서울과 지방 차이, 교육여건의 하락, 정보 접근성 부족 등이 종합 상자처럼 엮여 장성 같은 시골에서 용 꿈 꾸기가 더 어렵다.
지자체는 책임지고 이 두터워진 벽을 과감하게 허물도록 해 줘야 한다. 장성에서 태어나 배우고 자랐기에 내 고향 장성에 빚을 진 인재로 키워야 한다. 설령 성장하여 출세하여 타지에서 활동하고 있더라도 "나는 자랑스런 장성인"이라는 긍지를 지닐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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