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립 김산업진흥원 설립은 국가책무이며 전남의 미래다

@박영채 전남도 친환경수산과장 입력 2025.12.18. 18:40
박영채 전남도 해양수산국장
박영채 전남도 해양수산국장

지난 11월 17일, 이탈리아 로마의 제48차 국제식품규격위원회(코덱스)총회에서 김 제품 세계 규격화 신규작업 개시가 승인됐다.

이는 과거 아시아 지역 규격이었던 김 제품을 우리나라가 세계 규격으로 제정할 것을 제안해 얻어낸 결과로, 향후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국제표준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함과 동시에 K-푸드의 대표주자로서의 한국 김의 국제적 위상을 격상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김 산업은 지난 10여 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K-푸드 대표 품목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조미김을 중심으로 한 수출은 해마다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한국산 김은 이제 세계인의 식탁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K-콘텐츠와 K-김의 결합으로 글로벌 확산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 걸그룹 멤버들이 김을 간식처럼 먹는 짧은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한국적인 일상 음식으로써 김을 보여 주면서 K-김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세계 시청자들에게 노출을 시켜 김 인지도를 상승시키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호황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K-김 산업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양식환경 변화, 국제시장 경쟁 심화, 글로벌 식품안전 기준 강화 등 새로운 도전들이 산업 전반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산업 규모와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김 산업을 정책적으로 관리하고 수립할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인 '국립 김 산업 진흥원'은 조속히 설립돼야 한다.

'김산업 진흥원'은 단순한 필요성을 넘어 '국가적 책무'라 할 수 있다. 분산된 연구 기능을 통합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적 육성계획을 총괄하는 전문기관으로서 김 산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종자개발과 생산성 향상, 양식환경 분석, 가공·유통 혁신, 수출 경쟁력 강화를 하나의 체계 속에서 추진하게 되면 산업 전체의 시너지 효과는 크게 증대될 것이라 기대된다.

전남은 대한민국 김 산업의 심장과도 같은 지역이다. 국내 생산량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으며 해양환경, 인프라,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진흥원이 위치해야 할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김 산업 진흥원'이 들어설 최적지가 어디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전라남도'가 유일한 해답이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남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김 산업의 1번지 이다. 국내 김 생산량의 약 78%가 전남에서 나오며, 전체 양식 면적의 77%가 전남의 바다에 펼쳐져 있다. 생산부터 1차 가공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전남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김 산업 진흥원'이 생산 현장과 물리적으로 밀착해 있을 때, 어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즉각 정책에 반영하는 '현장 밀착형 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 전남은 이미 준비된 인프라를 통해 즉각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2026년 7월 완공을 목표로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식품 수출단지'가 목포대양산단 내에 조성되고 있고, 해조류바이오센터, 국립수산과학원 해조류연구소 등 관련 연구기관이 우리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김 산업 진흥원'을 설립할 자연적·기술적·산업적 기반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다.

셋째, '김 종주국'의 역사적 정통성이 전남에 있다. 1640년경 광양의 김여익 선생이 세계 최초로 김 양식법을 창안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김의 발원지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일이기도 하다. 전남도는 국립 김 산업 진흥원 설립을 위해 지난 2024년 '국립 김 산업 진흥원 건립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하여 지역에 산재한 김 관련 기관의 기능을 통합한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성을 확보했고, 전남도의 핵심 과제였던 국립 김산업진흥원 설립 마스터플랜 수립비 5억 원이 2026년 국비 예산에 최종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지역 국회의원들의 김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로 '국립 김 산업 진흥원'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 중에 있다.

국립 김 산업 진흥원을 설립하는 것은 단순한 지역 사업을 넘어 국가 균형 발전과 대한민국 김 산업을 보호하고, 대한민국 수산업의 미래를 여는 필수적 국가전략이다. 세계시장이 한국 김을 기다릴 때, 산업을 뒷받침 할 국가기관을 만드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전남의 미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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