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자녀·조부모가 함께 사는 대가족이 평범했던 시절, 가족은 언제나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울타리이자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안식처였다. 웃음과 눈물을 함께 쌓고 추억을 만들며,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의미를 배웠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가족의 형태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했다. 예전에는 세 세대가 한집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대가족이 흔했지만, 이제는 핵가족과 1인 가구,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으로 변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1인 가구 비율은 35.5%이며, 전라남도는 이보다 높은 37.1%로 약 29만 4,583가구가 혼자 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가구 형태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로 가족 구조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혼인율은 줄어드는 반면 이혼율은 높아지고, 청년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기피한다. 전남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대가족에서 다양한 가족 형태로 전환된 현실은, 그만큼 세심하고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부모가정은 생계와 돌봄의 이중 부담을 겪고, 조손가정은 고령의 조부모가 손자녀 양육을 전담한다. 다문화가정은 언어와 문화의 벽을 마주하며, 청소년 부모는 학업과 양육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가족의 모습이 달라져도, 한 사람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정서적 안식처'이자 공동체가 유지되는 '기본 단위'로서의 가족의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건강한 공동체를 위해 가족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 남겨둘 수 없으며, 국가와 지방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할 사회적 과제가 된 것이다. 건강한 가정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신체적 안정, 정신적 평안, 사회적 지지망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온전한 의미의 건강가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목표는 단순한 생계 보조를 넘어 삶의 질 향상과 가족의 행복 증진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전남은 시·군 단위의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도 전체를 아우르는 광역 차원의 컨트롤 타워는 없다. 현재 전라남도에는 다문화가족지원거점센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는 다문화가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1인 가구, 한부모, 조손가정, 청소년 부모 등 다양한 가족을 포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라남도건강가정지원센터가 설치된다면, 시·군 센터 간 격차를 조정하고 돌봄·상담·교육 프로그램을 표준화하며 위기 가정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나아가 다문화가족지원거점센터와 통합해 '전라남도 가족센터'로 운영한다면, 특정 가족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전남의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또한 사회 환경을 가족 친화적으로 바꾸는 노력도 중요하다. 최근 주 4.5일제, 나아가 주 4일제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특히 돌봄 부담이 큰 한부모·조손가정에는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되고, 청년 세대에게는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정이 제 역할을 잃는다면 개인의 행복은 물론 교육·고용·복지 등 사회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전남의 미래는 도민 한 사람, 한 가족의 건강과 행복에 달려 있다.
이제는 1인 가구든, 한부모든, 다문화든, 조손가정이든 차별 없이 존중받을 때 전남은 진정으로 건강한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는 정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의 초석이다. 가족은 언제나 우리 삶을 지켜온 가장 소중한 울타리이다. 오늘 다시 한 번 가족의 소중함을 되돌아보며, 전남의 희망이 도민 한 분 한 분의 행복한 가정에서 시작됨을 함께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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