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통합돌봄, 이대로는 안된다.

@신승준 한국청년위원회 광주시위원장 입력 2026.03.10. 21:59
신승준 한국청년위원회 광주시위원장
신승준 한국청년위원회 광주시위원장

요즘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단어가 하나 있다. ‘통합돌봄’이다.

오는 27일,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이른바 돌봄통합지원법이 전면 시행된다.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2년간 12개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그 준비를 다져왔고, 이 정책은 이재명 정부의 123개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살던 곳에서 계속 살 수 있게, 의료·요양·복지를 한 번에 묶어 사람 중심으로 설계한다’는 철학. 너무 멋있지 않는가.

10년 넘게 노인 돌봄 현장을 지켜온 필자 역시, 처음 이 정책이 시행된다고 했을 때 ‘드디어 대한민국이 복지국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는구나’라며 기대하고 설렜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속을 들여다보면, 기대는 금세 답답함으로 바뀐다. 철학과 방향은 멋있고 거창한데 실상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조금 과장해 대국민 사기극이라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는 크게 3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예산이다. 정부가 올해 통합 돌봄에 편성한 예산은 914억 원이다. 숫자만 보면 꽤 커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2023~2025년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12개 지자체(기초단체)의 연평균 소요 예산이 지자체당 12억~18억원이었다. 이를 전국 229개 시·군·구에 단순하게 대입해 봐도 최소 2천700억~4천1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이 현실을 인식해 1천771억 원으로 증액을 의결했지만, 예산결산위원회를 거치며 최종 확정된 예산은 914억 원에 그쳤다. 무려 대통령 국정과제라는 이름을 달고도, 정작 예산은 필요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두 번째는 ‘비용 착시 효과’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들어 “건강보험 지출이 1인당 약 41만 원 줄었다”라고 홍보한다.

건강보험비용이 53만 원 감소하고 장기 요양 비용이 12만 원 늘어, 순감소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수치 자체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계산에는 빠진 것이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쓰던 돈이 줄어드는 만큼, 그 빈자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으로 메워진다. 중앙에서 관리할 때와 총비용이 같거나 오히려 많이 들더라도, 국민 눈에 보이는 건 ‘건강보험 재정 절감’뿐이다. 지역에서 쓰이는 돈은 뉴스에도, 공론장에도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이미 우리는 이 장면을 한 번 봤다. 2005년 사회복지사업 지방이양 당시, 중앙 재정 상황은 좋아지는 것처럼 사람들의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사이에 지방의 비명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세 번째는 사람의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직접 발주한 연구용역(2022년)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와 읍·면·동에는 지금 당장 1만 3천명 이상의 사회복지 인력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에 확보한 전담 인력 증원은 고작 2천400명이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는 이조차 턱없이 부족하다고 공식 지적했다. 지금도 쉬지 않고 밀려드는 민원과 과중한 업무에 치이고 있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 이제 통합 돌봄 대상자 발굴과 서비스 연계까지 얹히게 된다. 그래서 늘 정부의 새로운 사회복지 사업계획이 발표되거나 시행되면 어쩔 수 없이 사회복지공무원들은 기존 유관 단체에 전화를 돌려 대상자들을 공유받는다. 성과는 내야 하는데 대상자 발굴할 시간과 인원은 부족하니 새로운 사람을 발굴하는 게 아니라 기존 서비스 대상자에게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철학과 방향은 너무나도 훌륭하다.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것은 어르신들 삶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며 어르신들이 내게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시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안 가고 집에서 죽고 싶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좋은 취지와 철학과 방향이 좋은 결과를 자동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국정과제, 인력 없이 굴러가는 전달체계, 지방으로 조용히 전가되는 비용. 이 세 가지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통합 돌봄은 현장을 갈아 넣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기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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