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은 위헌, 탄핵은 정당"···무책임한 정치권엔 균형 비판

입력 2025.05.14. 17:51 강주비 기자
2030, 탄핵심판과 가짜뉴스
청년들 "헌재 탄핵 인용 정당"
尹 측 공정성 논란엔 '일축'
SNS 영향 아닌 스스로 판단
양비론 공감…대안 세력 요구↑

"국민의힘은 불법적인 계엄을 옹호했다는 비판을, 민주당은 '입법독재'라는 지적을 받았다. 젊은층 사이에선 양측 모두 문제를 인정하고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양비론'에 대한 이가빈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의 설명이다. 광주·전남지역 청년들은 국민의힘이 계엄령을 옹호하거나 축소한 데 대한 실망과 함께, 민주당 역시 일방적 국회 운영과 잦은 탄핵 시도로 '입법 독주'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우려도 나왔다. 헌법 위기를 초래한 계엄 선포와 국회의 대응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단순하게 비교·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권력 남용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헌재의 탄핵 인용에 전반적으로 동의한 이들은 계엄이 '정치적 목적에 따른 위헌적 조치'였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법 위의 권력은 없다'는 민주주의 원칙과 계엄 요건·절차를 무시한 권력 남용이란 배경에서다. 탄핵심판 과정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시각은 갈렸다. 내란죄 항목 삭제 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계엄을 가능케 한 제도적 허점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등일보는 헌재 탄핵 심판과 관련해 광주·전남 청년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에게서 ▲탄핵 심판에 대한 입장 ▲판단에 영향을 준 요인 ▲여야 정치권 '양비론'에 대한 입장 ▲탄핵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다음은 청년들과의 일문일답.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 입장은?

▲박진우=헌법 위반과 권력 남용이 명백하다면 대통령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 청년 세대는 '어떤 권력도 견제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에 민감하다. 인용이 필요한 이유는 법 앞의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가빈=탄핵 인용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정이었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헌법을 위반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동이었다.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으며,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탄핵은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경고의 의미가 있다.

▲김청우=계엄은 절대 정치적 도구로 사용돼선 안 되며, 그 자체로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계엄은 진짜 국가 비상사태에만 발동돼야 한다. 정치적으로 오·남용될 경우, 진짜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이번처럼 제재 없이 넘어간다면, 향후 다른 정권에서도 계엄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이는 국가 혼란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박준원=당연히 탄핵 인용을 찬성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이번 계엄령은 위헌적이었다. 헌재 결정문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어리석고 불합리한 계엄이었다고 생각한다.

- 탄핵 찬반 입장을 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인가?

▲이가빈=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현직 경찰관으로, 법을 어긴 사람은 누구든 처벌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계신다. 탄핵 사태를 두고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통령도 국민을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했다. 물론 언론과 SNS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접했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데 가장 큰 기준이 돼준 건 아버지였다.

▲박준원=역설적으로, 누구의 말도 듣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매체를 가리지 않고 계엄 포고문 등 관련 자료를 찾아봤고, 헌법 조항과 이전 탄핵 사례를 비교하며 스스로 판단하려 했다. '계엄을 선포할 만한 위협이 있었는가', '거대 야당과 대통령 간 정쟁에 어떤 명분이 있었는가' 등을 따져본 결과, 중대한 위협은 없었고 계엄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동호=개인적으로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으려 노력했다. 판단의 기준은 대한민국 헌법과 계엄법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의 판단도 참고했다. 원칙과 법에 따라 생각을 정리했다.

▲김민석=특별히 누구의 말을 따르기보다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됐다. 여러 시각을 보고 스스로 판단한 결과였다.

▲김청우=처음에는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실제로 안보 위협이 있는 상황인지 궁금해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짜뉴스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었고, 구체적인 근거는 찾기 어려웠다. 이후 외신 보도와 다양한 성향의 언론을 비교해보며, 이번 계엄이 실제 위기 대응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활용됐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에 비판적인 '양비론'에 얼마나 공감한다고 보나?

▲박진우=많은 청년들이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실망 속에서 양비론을 선택하고 있다. 단순히 중립이 아니라, '정당성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절망에 가까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에 머무르기보다는, 대안 세력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본다.

▲이가빈=이번 탄핵을 계기로 양비론에 공감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불법적인 계엄을 옹호했다는 비판을, 민주당은 일방적인 국회 운영으로 '입법독재'라는 지적을 받았다. 어느 쪽이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양측 모두 문제를 인정하고 함께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다. 이는 정치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더 나은 정치 문화를 바라는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김상영=많은 학생들이 양비론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이후 29번의 탄핵 소추를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 외에는 모두 기각됐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국정 마비와 예산 낭비는 결코 작지 않다. 물론 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해제를 위해 노력한 점도 함께 평가돼야 한다.

▲박준원=헌재 결정문 중 "국회는 당파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며, 관용과 자제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는 피청구인뿐 아니라 국회 다수당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절제와 존중, 균형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평호=이번 양비론은 단순한 여야 대립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다수 시민과 내란 혐의를 옹호하는 극소수의 충돌이었다고 본다. 어느 순간부터 양비론이 청년들을 갈라치기 위한 프레임처럼 작용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청년 정치 참여의 기폭제가 됐다는 점엔 공감한다.

- 탄핵소추 내용 중 내란죄 삭제 등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각종 공정성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진우=헌재는 최후의 헌법 수호자다. 탄핵심판과 관련한 공정성 논란이 반복된다면, 국민들은 '법 위에 정치가 있다'는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기된 문제들이 사실이라면 철저히 검증돼야 하며, 청년 세대는 이러한 사법 과정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박근우=헌재의 판결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법치주의 국가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에 비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점 추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판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다면, 재판부는 이를 조속하고 명확하게 해소해야 한다. 진영별로 뿌리내리고 있는 사법 불신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더욱 투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김청우=세부적인 법리 논쟁까지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내란죄 삭제 등 논란에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논점을 지나치게 부각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계엄령 자체의 위헌성이나 탄핵 사유의 정당성이라는 핵심이 가려지지 않도록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박준원=탄핵소추안에 내란죄가 빠졌다고 해서 심판 전체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 탄핵은 워낙 복잡한 사건인 만큼, 어떤 재판이든 법적 용어나 구성요건은 유동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내란죄가 빠진 건 그 항목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실제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면 탄핵소추안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다.

▲김상영=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가 빠진 점은 지금도 의문이다. 비상계엄을 내란에 준하는 중대한 행위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내란죄는 삭제한 점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또 외교 노선을 탄핵 사유로 명시한 대목이나 민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 임명 문제를 쟁점화한 부분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다만 법치주의 국가인 만큼, 헌재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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