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헌재 탄핵 인용 정당"
尹 측 공정성 논란엔 '일축'
SNS 영향 아닌 스스로 판단
양비론 공감…대안 세력 요구↑

"국민의힘은 불법적인 계엄을 옹호했다는 비판을, 민주당은 '입법독재'라는 지적을 받았다. 젊은층 사이에선 양측 모두 문제를 인정하고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양비론'에 대한 이가빈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장의 설명이다. 광주·전남지역 청년들은 국민의힘이 계엄령을 옹호하거나 축소한 데 대한 실망과 함께, 민주당 역시 일방적 국회 운영과 잦은 탄핵 시도로 '입법 독주'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우려도 나왔다. 헌법 위기를 초래한 계엄 선포와 국회의 대응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단순하게 비교·평가하는 것은 오히려 권력 남용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헌재의 탄핵 인용에 전반적으로 동의한 이들은 계엄이 '정치적 목적에 따른 위헌적 조치'였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법 위의 권력은 없다'는 민주주의 원칙과 계엄 요건·절차를 무시한 권력 남용이란 배경에서다. 탄핵심판 과정의 공정성 논란에 대해서도 시각은 갈렸다. 내란죄 항목 삭제 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헌재 결정을 존중하며 계엄을 가능케 한 제도적 허점을 되짚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등일보는 헌재 탄핵 심판과 관련해 광주·전남 청년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에게서 ▲탄핵 심판에 대한 입장 ▲판단에 영향을 준 요인 ▲여야 정치권 '양비론'에 대한 입장 ▲탄핵심판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 등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다음은 청년들과의 일문일답.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해 입장은?
▲박진우=헌법 위반과 권력 남용이 명백하다면 대통령이라도 예외일 수 없다. 청년 세대는 '어떤 권력도 견제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에 민감하다. 인용이 필요한 이유는 법 앞의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가빈=탄핵 인용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결정이었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헌법을 위반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동이었다.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으며,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탄핵은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경고의 의미가 있다.
▲김청우=계엄은 절대 정치적 도구로 사용돼선 안 되며, 그 자체로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계엄은 진짜 국가 비상사태에만 발동돼야 한다. 정치적으로 오·남용될 경우, 진짜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이번처럼 제재 없이 넘어간다면, 향후 다른 정권에서도 계엄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 이는 국가 혼란은 물론, 대외적으로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박준원=당연히 탄핵 인용을 찬성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이번 계엄령은 위헌적이었다. 헌재 결정문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어리석고 불합리한 계엄이었다고 생각한다.
- 탄핵 찬반 입장을 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인가?
▲이가빈=가장 큰 영향을 준 건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현직 경찰관으로, 법을 어긴 사람은 누구든 처벌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계신다. 탄핵 사태를 두고 아버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통령도 국민을 위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했다. 물론 언론과 SNS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접했지만, 생각을 정리하는 데 가장 큰 기준이 돼준 건 아버지였다.
▲박준원=역설적으로, 누구의 말도 듣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매체를 가리지 않고 계엄 포고문 등 관련 자료를 찾아봤고, 헌법 조항과 이전 탄핵 사례를 비교하며 스스로 판단하려 했다. '계엄을 선포할 만한 위협이 있었는가', '거대 야당과 대통령 간 정쟁에 어떤 명분이 있었는가' 등을 따져본 결과, 중대한 위협은 없었고 계엄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신동호=개인적으로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으려 노력했다. 판단의 기준은 대한민국 헌법과 계엄법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의 판단도 참고했다. 원칙과 법에 따라 생각을 정리했다.
▲김민석=특별히 누구의 말을 따르기보다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정리됐다. 여러 시각을 보고 스스로 판단한 결과였다.
▲김청우=처음에는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실제로 안보 위협이 있는 상황인지 궁금해 여러 자료를 찾아봤다. 하지만 대부분은 가짜뉴스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었고, 구체적인 근거는 찾기 어려웠다. 이후 외신 보도와 다양한 성향의 언론을 비교해보며, 이번 계엄이 실제 위기 대응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활용됐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에 비판적인 '양비론'에 얼마나 공감한다고 보나?
▲박진우=많은 청년들이 정치권 전반에 대한 실망 속에서 양비론을 선택하고 있다. 단순히 중립이 아니라, '정당성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절망에 가까운 감정이다. 하지만 그에 머무르기보다는, 대안 세력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본다.
▲이가빈=이번 탄핵을 계기로 양비론에 공감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불법적인 계엄을 옹호했다는 비판을, 민주당은 일방적인 국회 운영으로 '입법독재'라는 지적을 받았다. 어느 쪽이 더 잘못했는지를 따지기보다는, 양측 모두 문제를 인정하고 함께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다. 이는 정치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더 나은 정치 문화를 바라는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김상영=많은 학생들이 양비론에 일정 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이후 29번의 탄핵 소추를 시도했지만, 윤 전 대통령 외에는 모두 기각됐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국정 마비와 예산 낭비는 결코 작지 않다. 물론 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해제를 위해 노력한 점도 함께 평가돼야 한다.
▲박준원=헌재 결정문 중 "국회는 당파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며, 관용과 자제를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이는 피청구인뿐 아니라 국회 다수당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절제와 존중, 균형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정평호=이번 양비론은 단순한 여야 대립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다수 시민과 내란 혐의를 옹호하는 극소수의 충돌이었다고 본다. 어느 순간부터 양비론이 청년들을 갈라치기 위한 프레임처럼 작용하고 있어 안타깝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청년 정치 참여의 기폭제가 됐다는 점엔 공감한다.
- 탄핵소추 내용 중 내란죄 삭제 등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측이 제기한 각종 공정성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진우=헌재는 최후의 헌법 수호자다. 탄핵심판과 관련한 공정성 논란이 반복된다면, 국민들은 '법 위에 정치가 있다'는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기된 문제들이 사실이라면 철저히 검증돼야 하며, 청년 세대는 이러한 사법 과정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본다.
▲박근우=헌재의 판결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법치주의 국가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에 비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점 추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재판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다면, 재판부는 이를 조속하고 명확하게 해소해야 한다. 진영별로 뿌리내리고 있는 사법 불신을 걷어내기 위해서라도 더욱 투명한 대응이 필요하다.
▲김청우=세부적인 법리 논쟁까지 자세히 알진 못하지만, 내란죄 삭제 등 논란에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논점을 지나치게 부각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본질이 흐려질 수 있다. 계엄령 자체의 위헌성이나 탄핵 사유의 정당성이라는 핵심이 가려지지 않도록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박준원=탄핵소추안에 내란죄가 빠졌다고 해서 심판 전체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 탄핵은 워낙 복잡한 사건인 만큼, 어떤 재판이든 법적 용어나 구성요건은 유동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내란죄가 빠진 건 그 항목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실제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면 탄핵소추안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다.
▲김상영=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가 빠진 점은 지금도 의문이다. 비상계엄을 내란에 준하는 중대한 행위로 규정하면서도 정작 내란죄는 삭제한 점은 설득력이 부족했다. 또 외교 노선을 탄핵 사유로 명시한 대목이나 민주당이 대통령 권한대행 임명 문제를 쟁점화한 부분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다만 법치주의 국가인 만큼, 헌재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4·19부터 5·18까지···광장에서 재현된 시민 저항의 역사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가결되자 국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12·3 비상계엄은 5·18민주화운동 등 민주주의의 역사적 경험이 시민들의 내면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계기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당시 국회와 광장으로 향했던 시민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기억'이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위기의 순간, 섬광처럼 번쩍이는 5·18의 기억이 작동한 것"이라며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지키려 했던 국가, 그리고 2024년 12월 시민들이 다시금 지켜낸 민주주의는 결국 하나의 연속선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우리 사회에 내재된 역사적 기억이 위기의 순간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그는 "4·19, 5·18, 6월 항쟁, 촛불혁명, 그리고 12·3까지 이어지는 시민 저항의 계보가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며 "이 같은 연속적 시민 항쟁의 역사 덕분에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문에 담긴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에 대해 김 교수는 "그들 또한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역사적 교훈 앞에 스스로를 절제한 셈"이라고 평가했다.그는 현재 한국 사회가 '후기 파시즘' 시대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국가 세력 척결'이라는 언어를 대통령이 아무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이에 동조하는 담론이 형성됐다는 사실은 권위주의 문화가 여전히 청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이면서도, 동시에 파시즘의 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모순 속에 있다"고 말했다.문제의 해법으로 그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교육 체계의 줄 세우기, 등수 경쟁, 승자 독식 구조는 학생들에게 '지배와 복종'의 논리를 삶의 질서로 내면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민주주의는 제도 이전에 태도의 문제이며, 일상에서 민주적 사고와 태도를 기를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은 단순한 법적 문서를 넘어, 사회가 공유하는 기억과 가치를 담는 상징이며, 5·18은 그 정신적 근간에 놓인 사건이라는 배경에서다.김 교수는 "학교와 사회 전체가 민주주의적 감수성을 기르고 확산시키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시민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연대하고 책임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 "후기 파시즘의 시대, 경쟁 아닌 민주교육 전환해야"
- · "5·18과 12·3, 국가훼손 맞서 시민들이 국가 지킨 것"
- · "5·18이 없었다면, 12.3 비상계엄 때 무슨일이..."
- · 엇갈린 정치 지형, 젠더·세대 갈등이 만든 '감정 정치'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