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학부모 10시 출근제·공공심야어린이병원 등도 주목
李 대통령 지시 당직제 개편·공공기관 알박기 禁 선제 도입
姜 "돌봄은 단순 복지 아닌, 민주주의와 경제 위한 투자"

"공동체와 연대하면 떠오르는 광주에서 돌봄 정책들이 전국화되는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뜻깊습니다."
광주가 만든 혁신적인 생활밀착형 정책들이 국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앙정부가 적극 법제화·정책화하면서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어서다.
특히 통합돌봄을 비롯해 학부모 10시 출근제, '산단근로자 반값 아침밥' 등 광주의 시책인 '돌봄 민주주의'가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광주를 넘어 대한민국 돌봄 정책 패러다임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심장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광주의 돌봄 정책, 법제화돼 전국으로
28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선8기 이후 도입한 여러 정책이 국가 정책화하고 있다.
지난 2023년 도입된 '광주다움 통합돌봄'이 대표적이다. 강기정 광주시장 1호 공약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정책은 돌봄 서비스를 통합·연계해 돌봄이 필요한 시민 누구나 집에서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신청·선발주의 없이 행정이 필요한 서비스를 바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돌봄 사각지대'를 효과적으로 메우고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돌봄'의 모델로 주목받았다.
2023년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국제도시혁신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에서도 '광주다움 통합돌봄'을 주시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 모델은 지난해 '지역돌봄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통과로 이어졌다. 내년 3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광주는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타 지자체에 정책 실행 경험을 공유하고 멘토링을 제공하는 등 체계 구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통합돌봄을 국정과제로 명시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 시행을 앞두고 지난 8월6일 광주를 찾아 '광주다움 통합돌봄' 현장을 살펴보기도 했다.
◆사회가 함께 아이를 돌본다
'초등생 학부모 10시 출근제'도 전국 표준으로 자리 잡은 광주 대표 정책 상품이다. 광주시는 전국 최초로 지난 2022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이 정책을 시행했다. 이 정책은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춰 일과 가정 양립 정책을 실현한다. 광주시는 기업에 인건비 손실분을 지원하면서 '돌봄 공백'을, 기업은 인력 운영 부담을 줄인다. 근로시간 단축에도 임금이 줄어들지 않도록 설계해 실질적 효과를 높였다.
이 제도는 내년부터 정부의 '육아기 10시 출근제'로 확대·법제화되면서 전국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초등생 부모뿐만 아니라 유아 자녀로까지 확대했다. '가정의 돌봄 부담을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진다'는 광주의 철학이 정부의 돌봄 정책 속에 구현된 것이다. 이미 전국에서 광주시를 벤치마킹해 도입 중이다.
광주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 또한 주목할 만하다. 광주시는 2023년 9월 광주기독병원과 함께 전국에서 유일하게 휴일을 포함해 1년 365일 자정까지 전문 의료진이 직접 진료하는 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이다. 자정까지 운영하는 어린이병원은 전국 최초였다. 밤늦은 시간 아이가 아플 때면 발을 동동 구르며 불안에 떨던 부모들이 환호했다. 일반 응급실에서 장시간 대기하며 높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돌봄 민주주의'의 대표 사례로 언급된다.
서울과 경기, 전북, 전남 등 전국 20여곳의 지자체들이 광주시를 벤치마킹해 도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자체들은 광주시가 공공 심야 어린이병원을 도입하면서 얻은 '적극 행정' 노하우를 주목했다. 광주시가 정책 도입을 추진하던 당시 소아과 전문의 수도 많지 않은 데다 심야까지 진료하는데 병원 의료진들의 운영 부담이 높아 난색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광주시는 소아청소년 공공의료체계 TF를 구성하고 공익적 가치를 호소한 끝에 의료진을 설득해 이뤄냈다. 한 해 10억원에 이르는 재정지원도 뒷받침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주관 '적극행정 유공 포상' 훈장을 받았다.

◆李 대통령 지시? "이미 시행 중"
광주는 2년 전부터 '산단 근로자 반값 아침'을 시행해 노동자의 건강과 생활을 지원했다. 돌봄의 개념이 가정·아동 중심을 넘어 '노동자의 삶'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 제도 역시 내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시범사업으로 전국화될 예정이다. 제도를 첫 시행한 광주시는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안정적으로 수혜 대상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돌봄의 철학은 공무원도 예외가 아니다. 광주시는 지난해 특·광역시 최초로 'AI 당직제'를 도입해 공무원의 야간·휴일 당직 부담을 줄이고 효율적 행정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AI를 활용한 당직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민원 전화를 응대한 뒤 각 담당 부서에 연결한다. 지난해 8월 도입 후 올해 6월까지 11개월간 총 2만1천648건의 민원 전화를 받아 이 중 1만8천540건을 처리했다.
이 밖에도 이 대통령이 공공기관 개혁 방향으로 추진 중인 이른바, 공공기관 통폐합과 '기관장 알박기 금지'의 경우 광주시는 이미 2023년 시행했다. 강 시장은 취임 직후 '민선8기 광주시 공공기관 구조혁신안'을 통해 공공기관 통폐합을 주도했다. 24개 공공기관을 20개로 줄였다. 이와 동시에 시장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켰다. 시장-기관장 임기 불일치에 따른 정책 혼선을 피하고 책임 있는 경영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광주시의 정책, 특히 돌봄에 관한 정책이 주목받는 이유로는 강 시장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강 시장은 "돌봄을 복지가 아닌, 민주주의와 경제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해왔다. 지난 2022년 취임사에서도 '온종일 돌봄 도시'를 약속했다. 실제 강 시장은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재직 당시 기초노령연금법을 대표발의해 제정한 바 있다.
광주시 대변인실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시작한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이례적이기 때문에 최근 광주가 두드러지고,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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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지역화폐 발행···재정 감당 수준 넘어서나
광주 북구 지역화폐 '부끄머니' 발행 첫날인 3일 광주 북구청 광장 부끄머니 광주은행 출장버스에서 광주 북구 직원들이 지역 내 소비 활성화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카드를 발급받고 있다. 광주 북구 제공
국회가 728조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대표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둘러싸고 광주에서 예산 중복과 행정력 낭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와 4개 자치구가 900억 여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지역화폐를 발행하면서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광주에서 상대적으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면서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이란 지적도 나온다.16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와 서구를 제외한 4개 자치구가 지역화폐를 자체적으로 발행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인 지역화폐는 해당 지자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정부가 국비로 지원하지만 지자체는 의무적으로 5%를 부담해야 한다. 지원률은 각각 수도권 10%, 비수도권 13%, 인구감소지역 15%다.광주시는 2019년부터 광주상생카드를 발행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지역화폐 국비 지원이 대폭 줄었음에도 자체 예산으로 상생카드를 발행해왔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에서다. 올해는 모두 620억원의 시비를 투입했다. 그 간 자치구에서는 상생카드 활용을 독려했다. 광주 전역에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치구에서 감당하기에는 재정 부담이 큰 탓도 있었다.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광주 자치구들이 자체 지역화폐를 잇따라 발행하면서다. 올해 이재명 정부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늘리자 자치구들이 덩달아 자체 발행에 나선 것이다. 발행 규모는 동구(동구랑페이) 50억원, 남구(남구동행카드) 30억원, 북구(부끄머니) 100억원, 광산구(광산사랑상품권) 100억원 규모다. 서구는 발행하지 않았다.문제는 광주시와 자치구가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는 경기 위축으로 세수가 급감한 데다 도시철도 2호선·호남고속도로 확장 등 기반시설 확충에 쓸 돈도 부족해 지방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해까지 누적된 광주시 지방채 규모는 2조700억 여원 규모로, 채무 비율은 23%에 이른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광주상생카드광주 각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 또한 지난해 기준 14.4%로, 전국 6대 광역시 중 최저 수준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지난 9월 민생회복소비쿠폰 지방비 부담 비율이나 복지 사업 예산 분담률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 광주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그 간 내주던 자치구 분담비를 구에서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에 대해 구청장협의회는 이를 거부했다. 열악한 재정 상황을 이유로 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치구가 정작 지역화폐를 발행하자, 광주시는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행정력 낭비도 지적된다. 각 구청이 별도 카드 제작·결제망·홍보체계를 구축하고 가맹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발생한다. 북구는 지역화폐 이름을 공모하면서 수백만원의 상금을 걸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장들이 재정건전성보다는 선심성 정책에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광주 소비자 권익단체인 광주시민회의 배훈천 대표는 "이미 지역화폐로 상생카드를 만들어 놨는데 각 자치구 지역화폐 카드를 별도로 만들게 되면 시민들이 얼마나 불편하겠느냐"면서도 "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장들이 인심을 얻으려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광주시와 자치구 간 사전 조율을 주문하는 전문가의 조언도 있다.백경호 전남대학교 경제금융연구소 전임연구원은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면서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돈을 돌게끔 한다는 취지라면 구 단위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게 가장 좋지만, 중복적인 비용을 감내하고도 계속 할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광주시와 자치구가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성을 찾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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