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관로' 만들면서 통수단면 축소돼 배수 능력 약화
개발 과정서 유역 불투수층 증가로 '첨두유출량' 증가
저류지 효과 있겠지만 미비 전망…생태하천 복원해야

"결국 하천의 복개가 문제 시발점이다."
고준일 전남대 공업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의 탄식이다. 9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서방천·용봉천 복개하천 복원 및 도시생태·수질 회복 정책토론회'에서다.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수 처리나 도로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물길(자연하천)을 덮어 아래는 하수관망으로, 위는 도로로 사용한 '하천의 복개화'가 결국 기후재난을 불러일으켰다는 거다.
고 연구원에 따르면, 하천을 하수관로로 대체하면서 통수단면(물이 흐르는 면적)이 축소됐다. 시간 당 소화할 수 있는 배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이유다. 서방천의 경우 복개 전 통수단면은 97.5㎡이었다. 그러나 복개 후에는 42㎡로 55.5㎡가 줄었다.
문제는 기후위기다. 최근 군산에서 200년 빈도(시간당 152.2㎜)의 강수량이 쏟아진 것처럼 강도 높은 집중호우가 빈번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현재 광주의 방재 기준은 시간당 88㎜. 역대급 폭우로 큰 피해를 낳았던 지난 7월 17일 당시, 서방천 일대에 시간당 77㎜ 가 쏟아졌다. 고 연구원은 "광주도 앞으로 2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리지 말란 법이 없는데, 그렇게 될 경우 서방천 수위가 현재 제방 보다 1.8m 올라간다"고 했다.
현재 추진 중인 대책도 지적했다. 광주시가 서방천 일대 상습침수구역 3곳에 7만t 규모 저류지를 조성하고 있지만, 이는 폭우 시 고작 5분 지체 효과에 불과하다. 투수율 개선을 목표치의 25%로 잡아도 저감량은 2.5%에 머문다. 서방천 준설 역시 지장물이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고, 서방천 복개구간에 대한 하수관로 확장도 통수단면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광주천 아래에 건설을 검토하는 대심도 배수터널의 경우 효과는 있지만 7천억원으로 예상되는 예산이 관건이다. 또 배수부와 유출부의 수위 차가 낮아 자연압 배수가 어렵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혔다.

하천 복원이 근본적 해법이다. 그는 "25m 이상 자연하천으로 복원한다면 100년 빈도 강우까지 감당할 수 있다"며 "교통 문제와 악취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배수펌프장 신설과 물길 분산을 위한 관거 확충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북구청에서 신안교 구간은 통수 능력이 부족해 반드시 물길을 분산시켜야 한다"며 "전남대 치과대학 앞 물을 경양지천으로 유도하는 방안이 상대적으로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자연형 하천을 고려한 자연재해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며 생태하천 복원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또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2022년 수도권 집중호우의 교훈' 보고서를 인용하며, "복개하천은 통수단면이 축소돼 홍수범람에 대한 취약성이 크다"며 "침수피해 예상지역 인근 도시하천 복개 철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일권 광주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은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도시침수 문제는 관거 중심의 회색 인프라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면서 "투수성 포장 확대, 빗물 침투도랑 설치, 도시숲 확충 등 도시의 전반적 물순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도시 물순환 관리 접근은 침수 저감뿐만 아니라 도시 열섬 완화, 생태 다양성, 주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안평환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도시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으로 서방천과 용봉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김훈 물관리정책과장 또한 "복개 복원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므로 장기 대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4일 광주천과 서방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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