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로 개설에서 1조원 토목공사로···호남고속도로 확장, 왜 이렇게 커졌나

입력 2025.07.03. 18:41 이삼섭 기자
2013년 첫 타당성조사 당시 2천700억원 예상
신규 아파트 건설에 방음터널 3천400억원으로
기존 방음벽 교체·코로나19 이후 공사비 폭등
재정 마련이 관건…시·국회 '적극적 협조' 필요
강기정 광주시장이 1일 오후 북구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린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 광주시민의 의견을 듣습니다' 시민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광주시 제공

"문제가 간단치 않습니다. 현재 총사업비 8천억원, 그 중 50%는 광주시 예산, 사업이 시작되는 순간 1조 이상으로 증액돼 총사업비 변경이 돼야 할 것입니다. 절반 가까이는 도로 확장에 쓰이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방음터널을 만드는 데 써야 합니다."

지난 1일 강기정 광주시장이 호남고속도로 확장 사업 관련 광주시민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강 시장 본인이 지역구 국회의원(북구갑) 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에 대해 스스로가 추진 여부를 시민에게 물어봐야 했을만큼, 호남고속도로 확장 총사업비 규모는 광주시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2013년 당시 2천억원대로 예상됐던 사업비가 1조원에 이를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는지에 대해 시민들의 의문이 커진다. 또 광주시가 5천억원의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3일 광주시에 따르면, 호남고속도로 광주 구간 확장 사업은 동광주IC부터 광산IC까지 총 11.2㎞ 구간을 4차로에서 6~8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7천934억원으로, 국·시비 분담 비율은 각각 50%다.

이 사업은 2010년대 초 광주시가 정부에 용봉IC 진입로 개설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용봉IC는 1973년 개통 당시 진·출입로 모두 갖췄지만, 1987년 용봉IC가 폐쇄된 후 1997년 진출로만 새로 만들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용봉·일곡지구 등 인근 택지개발로 호남고속도로 진입 수요가 많아짐에 따라 광주시는 진입로 개설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국토부) 측은 용봉IC와 서광주IC 구간 사이가 짧고, 그로 인해 진입 차량에 따른 정체 현상과 사고 위험으로 거부했다. 대신 광주시가 사업비 절반을 부담해 '도로 확장'을 하는 조건으로 지난 2015년 협약을 맺었다.

문제는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할 때만하더라도 2천763억원이었던 사업비가 이후 타당성 재조사를 거치면서 3배 가량 폭증했다는 점이다. 향후 사업기간이 5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초 타당성 조사보다도 4배가 더 늘어난 수치다.

사업비 폭증의 결정적 원인은 방음터널 설치다. 방음터널 설치에만 3천400억원가량이 예상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호남고속도로 공사 구간을 따라 신규 공동주택(아파트)가 급격히 늘어났다. 향후 발생할 소음 민원까지 예상해서 소음 기준을 더 높임에 따라 기존 방음벽이 아닌, 방음터널 방식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사업비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상비, 공사비가 폭증한 것도 주된 원인 중 하나다.

서숙현 광주시 도로계획팀장은 "방음터널 길이가 총 6.6km에 달하고, 왕복 차로 확장으로 인해 주택가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법정 소음 기준(65dB 이하)을 맞추기 위해 방음터널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방음벽도 노후화됐기 때문에 철거해 새롭게 설치하고,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공사비 단가가 상승된 측면 또한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진입로 하나를 만드는 사업에서 '도심 고속도로 재설계' 수준의 대규모 확장으로 변모한 셈이다. 시민들은 고스란히 그 재정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는 국비 100% 부담을 요구하면서 올해 광주시 부담분 사업비를 내지 않아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강 시장이 시민 여론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고 사업을 속행하기로 함에 따라 이제 관심은 재정 마련에 쏠린다. 강 시장은 최대한 국비 부담 비율을 높이는 한편, 장기 분할 납부 방식을 정부와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재정 절벽을 겪는 광주시로서는 현실적으로 매년 1천억원에 이르는 지방채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국토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광주 북구갑)는 이번 추경에서 삭감됐던 정부 부담분을 살리는 한편 내년도 본예산 등을 통해 정부 부담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선 광주시 교통국장은 "광주시로서는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니 전액 국비 부담을 목표로 했다가 다시 5대 5 부담으로 돌아온 상황"이라며 "광주시가 지방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역에서 역량을 다같이 모아달라"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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