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적·난잡했던 시청, 개방형 청사로 탈바꿈
평일엔 대형카페, 주말엔 예식장…시민 삶 깊숙
“행정 편의 넘어 시민과 공유하는 문화처 돼야"

"조용한 카페를 가기도 애매하고, 도서관은 분위기가 너무 딱딱해서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시청 1층은 예쁘고 넓고 쾌적해서 참 좋아요. 무엇보다 눈치 보지 않고 오래 머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김 씨는 벌집 모양으로 꾸며진 테마 공간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무인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휴식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주변 친구들과 함께 와서 간단한 모임도 연다.
"제 주변에서도 요즘 시청 1층 좋아졌더라면서 가끔 놀러 간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전 시청에 왔을 때는 전혀 재밌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광주시청이 시민과의 거리감을 허물고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한때 폐쇄적이고 난잡했던 공간이었던 광주시청은 매력적인 공간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고, 나무들만 덩그러니 지키고 있던 시청 앞 야외광장은 아이들과 반려동물이 뛰노는 공원으로 변했다. 그야말로 '노잼'에서 '꿀잼'으로 180도 변했다.
지난 2022년 민선 8기 강기정 시장 체제 들어 역점적으로 추진된 '열린청사'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섬에 따라 무등일보가 변화된 공간을 살펴봤다.
◆ 광주시청, '노잼'에서 '꿀잼'으로
30일 오전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앞 정문에 다다라 1층 문을 통과하자 환한 채광이 흠뻑 공간을 내리쬐었다. 통유리 커튼월을 통해 쏟아진 자연광에 넓게 비워진 공간은 마치 갤러리에 들어선 듯했다. 예전 마트와 장난감도서관이 있던 곳은 비워지고,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쾌적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삭막하거나 어두운 느낌이 들었던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왼편으로 시선을 돌려 청사 중앙부로 가자, 마치 교외 대형 카페에 온 듯 따뜻한 목조 공간이 방문객을 맞이했다. 마찬가지로 통유리 커튼월에서 내리쬐는 자연광에 더해 따뜻한 톤의 조명등이 설치돼 있어 실내 속 공원의 느낌을 풍겼다. 원형 테이블들에는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회의를 하는 듯한 모습도, 시민들이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책을 읽거나 잡담을 나누는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중앙에서 오른쪽으로는 계단형 쉼터가 만들어졌는데, 시민들은 계단에 걸터앉아 휴대폰을 보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중앙 왼편으로는 벌집 모양을 본뜬 소형 모임 공간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밖으로 열려 있으면서도 개인적 공간처럼 보이는 공간에는 두세 명이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노트북을 펴고 작업을 했다.
새롭게 만들어진 무인카페에서 시민들은 물론 직원들이 편하게 커피를 뽑는 풍경도 보였다. 커피머신은 터치 몇 번이면 쉽게 주문할 수 있어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공유 텀블러가 배치돼 있어 자원 낭비도 줄이는 모습이었다.

◆ 나무만 있던 자리에 시민들의 일상 속속
광주시청 1층 내부가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는 동안, 청사 야외 공간은 '머무르고 싶은 공원'으로 변했다.
청사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가장 먼저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넓게 열린 광장이었다. 예전 같으면 나무들로 꽉 채워진 채 화단들만 난잡하게 동선을 끊고 시야를 가로막았겠지만, 지금은 확 트인 모습이다. 소나무 숲 사이에 만든 오두막 모양의 벤치로 공원 쉼터 분위기까지 더했다.
격자형 포장 패턴을 걷어내고 통일된 잔디광장으로 탈바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게 늘어진 잔디밭 사이를 따라 뛰노는 아이들과 반려동물과 산책하는 시민들로 공원 곳곳이 채워졌다.
특히 높이 12m, 길이 49m 크기의 아치형 구조물인 '빛고을 무지개'에 달린 4m 크기의 대형 그네는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의미를 알 수 없던 조형물이었던 빛고을 무지개에 은하수 조명과 대형 그네를 달면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포토존'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 시청 야외광장 밖과 안을 구분하던 담장을 철거하면서 시야가 트이고 보행의 즐거움이 높아진 것도 포인트다. 담장을 허물고 시청 앞 평화광장과 보행 동선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공원과 공원이 이어지게 하면서 시민들이 더욱 편리하게 시청 광장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광주시청 야외광장의 변신은 단순히 예쁘게 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시민들의 휴식은 물론, 시민들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광주시는 올해부터 야외광장을 '빛의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공공예식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미 이달에만 2건의 결혼이 이뤄졌고, 올해 말까지 하면 10여 건에 이른다. 기존 공공청사에서 이뤄지던 '값싼' 예식장이 아닌, 누구라도 매력적인 결혼식장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예비부부들의 관심이 높다.

◆ 개청 20년, 공무원 건물서 시민들의 공간으로
광주시가 '열린청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단순한 청사 리모델링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공공청사를 시민의 공간으로 돌려주기 위한 행정 혁신이다. 행정 편의 중심에서 벗어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으로 전환하려는 광주시의 전략적 도시혁신 프로젝트인 셈이다.
지난 2004년 개청한 시청사는 시간이 흐르면서 내부는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공간으로, 외부는 동선이 끊기고 개방감이 떨어지는 구조로 방치돼 왔다. 특히 시민들이 많이 찾는 1층은 여러 시설이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았다. 외부 광장 또한 무관심 속에서 시청사 높은 층에서 공무원들의 눈요깃거리로 전락한 상태였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취임 후 청사를 단순히 행정을 처리하는 곳에서 벗어나, 시민이 편하게 쉬고 만남을 갖고 때로는 결혼식이나 예술활동까지 할 수 있는 개방형 공공문화공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비전 아래 지난 2022년부터 '비움과 개방'을 핵심 키워드로 하는 열린청사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 강 시장 "시청사, 시민들과 공유하는 문화"
주목할 점은 이번 프로젝트가 시민 참여와 공감을 기반으로 추진됐다는 점이다. 직원들이 참여한 TF와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쳤는데, 실제 카페 메뉴, 공간 배치, 프라이빗 공간 확보 등 세세한 부분까지 반영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시설 리모델링을 넘어 '공간복지'라는 개념을 행정에 접목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광주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열린청사 2단계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5년 5월을 목표로 시청 1층 주출입구를 통합해 '개방형 다목적 공간'을 마련하고, '미디어아트 폭포'를 설치할 계획이다.
100평 규모로 조성되는 다목적 공간은 무등산 능선을 형상화한 아트월, 은하계를 상징하는 대형 조명, 영산강 물줄기를 본뜬 가변형 테이블로 꾸며진다.
강 시장은 지난해 4월 열린청사 조성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에서 "시청사는 시민 행복을 위한 행정서비스 제공은 당연하고, 시민들과 민주주의 담론과 문화 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공유처가 돼야 한다"면서 "열린청사의 시작은 우리의 발길, 눈길, 바람길 등을 가로막는 지장물을 없애는 것이고, 시민들을 따뜻하고 친절히 맞이하는 배려까지 갖춤으로써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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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시장 재선 도전에 전·현직 국회의원 출마 채비 강기정 광주시장왼쪽부터 강기장 광주시장, 문인 북구청장, 민형배 국회의원, 이병훈 전 국회의원, 이형석 전 국회의원, 김정현 국민의힘 광주시당위원장, 김주업 진보당 광주시당위원장, 강은미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위원장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광주시장 선거 후보군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대선 후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 힘이 쏠리는 반면 국민의힘은 조직 정비와 출마 후보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광주·전남의 사실상 제1야당인 조국혁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후보를 공천하느냐도 관심사다.18일 광주지역 정가에 따르면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 선거는 민주당 소속 강기정 현 시장의 재선 출마에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강 시장의 경쟁자로는 민주당 소속 민형배 국회의원(광산을)과 문인 북구청장이 유력하다. 여기에 이병훈 전 의원과 이형석 전 의원도 정치 구도를 관망하며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강 시장은 국회의원 3선(16~18대)에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정무수석, 이재명 대통령 후보 호남총괄특보단장 등 이력이 화려하다.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에서 현역인 이용섭 시장을 꺾고 공천장을 받은 뒤 광주시청에 입성했다. 민선 8기 동안 인공지능(AI) 산업을 광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안착시켰으며, 이재명 대통령의 전폭적인 공약까지 받아내 힘을 얻고 있다.민형배 국회의원2018년 광주시장 경선에서 강 시장과 맞붙은 경험이 있는 민형배 의원이 내년 광주시장 선거 출마를 위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원조 '친명(친이재명)'에 국회의원 재선인 민 의원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5선·전남지사·총리·당 대표·대권 주자'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낙연 후보를 이기는 저력을 보였다. 언론인 출신인 민 의원은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근무 경험과 민선 5·6기 광산구청장을 역임했다.문인 북구청장재선인 문인 북구청장도 체급을 올려 광주시장 출마가 유력하다. 기술 관료에서 광주시 행정부시장, 기초단체장까지 두루 섭렵한 문 청장은 '행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광주 자치구 최초 6년 연속 예산 1조원 시대, 대통령상 7회, 국무총리상 10회 등 738회에 걸친 수상 실적이 문 청장의 행정력을 대변한다.문 청장은 지난해 말 탄핵정국에서도 이재명 당 대표와 코드를 맞춰 SNS와 플래카드 등으로 내란세력 척결에 적극적 의사를 표현했다.이병훈 전 국회의원이병훈·이형석 전 국회의원도 정치 흐름을 관망하며 광주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이병훈 전 의원은 광양군수, 전남도 기획조정실장,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등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이형석 전 국회의원이형석 전 의원은 광주시의회 의장, 대통령실 비서관, 민주당 최고위원, 광주시 경제부시장 등을 역임했다.민주당 경선의 변수는 공천 방식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 후 새로운 당 대표 체제에서 공천 방식이 결정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21대 대선 투표율과 득표율을 내년 지방선거 공천에 반영키로 했다.특히 권리당원 수가 많은 호남지역 경선은 민의를 왜곡할 수 있어 권리당원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대선 후 지방선거까지 1년이 남아 있어 새정부에 힘을 실어줄지, 아니면 중간평가 민심이 형성될지 여부가 정치 판세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김정현 광주시당위원장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국민의힘은 불모지 광주를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광주시장 후보를 공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지만, 김정현 광주시당위원장이 자신이라도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광주 정치권에서 제1야당인 조국혁신당의 공천 여부가 또 다른 관심사다.조국혁신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득표율이 민주당을 앞선데다 올해 담양군수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을 따돌리고 최초 자치단체장을 배출했다.민주당 공천 갈등이나 민주당 독점체제에 대한 비판 여론 등 다양한 정치 상황에 따라 조국혁신당이 대체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김주업 광주시당위원장.사강은미 광주시당위원장.진보당에서는 김주업 광주시당위원장이, 민주노동당에서는 강은미 광주시당위원장이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김주업 위원장은 "진보당 상황으로 보면 당선 목적보다는 출마로 당의 존재감을 확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강은미 위원장은 "아직 광주시장 후보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고, 당내 경선을 해야 하겠지만 출마할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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