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유치 넘어 AI반도체 생태계 본격 형성
집적화로 설계·실증·서비스 ‘가치사슬’ 형성
고급 일자리 창출·지역 대학 등 협업 기대감

국내 대표 팹리스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를 비롯한 유망 AI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광주에 둥지를 틀고 있어 주목된다. 설계부터 칩 재설계(디자인하우스), 실증까지 한 데 모이면서 단순한 유치 수준을 넘어 광주가 AI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퓨리오사AI, 에이직랜드, 에임퓨처 등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광주에서 실증과 협업을 본격화하게 되면 광주가 파운드리까지 유치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퓨리오사AI와 에이직랜드, 에임퓨처 등 AI반도체 관련 6개 기업이 광주에 사무소를 개소하거나 입주를 추진 중이다. 이들은 팹리스(Fabless), 칩리스(Chipless), 디자인하우스(Design House) 등 AI반도체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기업들로, 사실상 파운드리(Foundry)를 제외한 모든 밸류체인이 광주에 집결하고 있는 셈이다.
팹리스는 자체 제조 시설 없이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며,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칩리스는 반도체 자체보다는 IP(설계 자산), 이른바 설계도면을 판매하는 회사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가 만든 설계를 파운드리(제조업체) 공정에 맞게 최적화(재설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장 주목 받은 기업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한 뒤 첫번째로 찾은 퓨리오사AI다. 퓨리오사AI는 국내 최초로 고성능 AI 추론용 반도체 칩을 자체 설계·개발한 기업이다. 세계 최대 IT 기업인 '메타 플랫폼즈'의 1조2천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절해 더욱 화제가 됐다.
디자인하우스이자 팹리스인 에이직랜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공식 파트너로 국내에선 독보적 시스템반도체 설계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꼽힌다. 이날 남구 실감콘텐츠큐브(GCC)에 사무소를 열고 타 팹리스 기업들과의 실증·재설계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뒤이어 GCC에 입주할 예정인 에임퓨처는 NPU(신경망 처리장치) 분야에 특화된 칩 IP기업이다. AI 딥러닝과 추론에 최적화된 설계자산을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광주로 향하는 배경에는 광주가 구축해온 국가 AI데이터센터, AI집적단지 등 인프라와 함께 실증 중심 도시라는 점이 작용했다.
광주시는 실제 공공 데이터와 시스템을 개방해 AI반도체 실증이 가능한 전국 유일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2030년까지 약 1조 원 규모의 'AX(인공지능 전환) 실증밸리' 사업도 추진 중이다. 풍부한 AI 인재와 AI반도체를 실증할 수 있는 우호적 행정적 여건도 한몫했다.
박형주 광주시 AI반도체과장은 "이들 기업이 광주에 오는 이유는 산업적 수요와 실증 기회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라며 "AI반도체는 고성능 서버나 CCTV, 전장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데, 이를 실제로 테스트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광주"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지역에는 자동차, 헬스케어, 에너지 등 반도체 수요가 있는 산업이 많다"면서 "기업들이 광주에 사무소를 열면 지역 기업들과 직접 접촉해 영업·협업을 추진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팹리스, 칩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기업들이 모이면서 광주에는 '반도체 설계 → 실증 → 서비스 적용'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형성도 기대된다. 고급 인력 중심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창업 지원까지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지역에 팹리스 거점이 자리잡을 경우, 후속으로 테스트·패키징 등 반도체 후공정 기업들의 유치 가능성도 높아진다.
박 과장은 "지역의 전통산업 기업들은 어떤 반도체를 써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업들이 광주에 들어오면 네트워킹을 통해 전통 기업과 AI 기업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게 된다"며 "특히 기업이 들어오면 산업이 연결되고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언젠가 광주에 파운드리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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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솔라시도···광주·전남 '먹사니즘' 비전 기대한다 이재명(왼쪽 사진부터), 김경수, 김동연 제21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6월 조기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등 대권주자들에게 광주·전남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국가 전략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한 담대한 비전을 내놔야 한다는 지역민의 염원이 모아진다.광주시와 전남도는 각각 '인공지능 대표도시'과 '에너지 신도시'라는 청사진을 통해 단순히 지역 개발을 넘어 국가의 성장판이 되겠다고 제시했다. 대권주자들이 '통 큰' 약속을 해줄 것이란 지역민의 기대 또한 어느 때보다 높다. 무엇보다 그간 역대 정부가 광주·전남지역 공약에 대해서는 유독 '선언'에서 끝났다는 점에서 이번 대권주자들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23일 광주시와 전남도가 각 정당과 대선후보에게 제안한 공약을 살펴보면, 광주시는 'AI모델시티'와 미래모빌리티 신도시 조성을 핵심으로 내걸었다.우선 광주시는 지난 5년간 '인공지능 중심도시'를 기치로 국가AI데이터센터 등의 기초 인프라 시설을 구축했다.그 결과 270여개에 달하는 AI기업과 투자 협약을 하는 한편 퓨리오사AI·에이직랜드 등 굵직한 팹리스 기업들도 찾을 정도로 인프라와 기업, 인재로 이어지는 AI 생태계를 만들어왔다.광주시는 인공지능 중심도시 조성을 넘어 AI 경제 모델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를 제안했다. 기술 실증과 인재 양성, 기업 유치라는 삼각축을 통해 AI가 실질적인 부가가치와 경쟁력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고 이를 국가 전체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특히 글로벌 AI 패권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때 AI를 잘 하는 도시로서 국가의 AI 인프라 자원을 집중해 세계 시장과 견줄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안했다.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약속해 추진 중인 AI집적단지 2단계 사업인 AX 실증밸리 조성에 더해 거대 국가 AI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해달라고 건의했다. 가칭 '국가인공지능산업진흥원'을 설립해 광주에 유치할 것도 제시했다. 현재 광주에 있는 한국광기술원을 '양자기술원'으로 확대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실증단지를 조성할 것도 요구했다.무엇보다 인공지능을 도시행정에 접목한 'The BRAIN 광주' 구상은 마찬가지로 AI 중심도시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렇다할 국가적 뒷받침이 없었던만큼 이번 대선을 통해 보다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여기에 AI 전환의 파급효과가 가장 큰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실험도시 조성'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빛그린·미래차 국가산단 일원에 '스마트 미래도시 조성'을 큰 축의 공약으로 건의했다.전남도는 '에너지 신도시'를 키워드로 국가 에너지 전환의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전남의 전략은 에너지 공급지의 역할을 넘어 미래 에너지 기술을 주도하는 생산·연구 거점 도시를 만들어내겠다는 비전이다.전남은 국내 최대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산업적 인프라 부족과 송전망 문제 등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다. 무엇보다 그간 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수도권 등 타지역으로 보내는 역할로 축소됐던 것도 사실이다.전남도는 단순 생산지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와 AI를 접목해 첨단산업과 교육·정주 인프라가 집약된 도시모델, 일명 '솔라시도 AI 에너지 신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 정부가 지역기업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풀어주는 메가샌드박스를 지정해줘야 한다고 요구한다.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제안한 AI와 에너지신도시 비전은 단순히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거나 기관 유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의 강점을 살려 국가 전략과 연계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며 "유력한 대권 후보들이 책임 있는 태도로 공약을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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