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AI 기업 광주 러시···파운드리만 남았다

입력 2025.04.15. 19:31 이삼섭 기자
국내 대표 AI칩 설계社 퓨리오사 등 광주行
단순 유치 넘어 AI반도체 생태계 본격 형성
집적화로 설계·실증·서비스 ‘가치사슬’ 형성
고급 일자리 창출·지역 대학 등 협업 기대감
강기정 광주시장(왼쪽 네번째)이 지난 2일 시청 비즈니스룸에서 백준호 ㈜퓨리오사에이아이 대표이사 등과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국내 대표 팹리스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를 비롯한 유망 AI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광주에 둥지를 틀고 있어 주목된다. 설계부터 칩 재설계(디자인하우스), 실증까지 한 데 모이면서 단순한 유치 수준을 넘어 광주가 AI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퓨리오사AI, 에이직랜드, 에임퓨처 등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광주에서 실증과 협업을 본격화하게 되면 광주가 파운드리까지 유치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퓨리오사AI와 에이직랜드, 에임퓨처 등 AI반도체 관련 6개 기업이 광주에 사무소를 개소하거나 입주를 추진 중이다. 이들은 팹리스(Fabless), 칩리스(Chipless), 디자인하우스(Design House) 등 AI반도체 밸류체인을 형성하는 기업들로, 사실상 파운드리(Foundry)를 제외한 모든 밸류체인이 광주에 집결하고 있는 셈이다.

팹리스는 자체 제조 시설 없이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며, 엔비디아가 대표적이다. 칩리스는 반도체 자체보다는 IP(설계 자산), 이른바 설계도면을 판매하는 회사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가 만든 설계를 파운드리(제조업체) 공정에 맞게 최적화(재설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가장 주목 받은 기업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한 뒤 첫번째로 찾은 퓨리오사AI다. 퓨리오사AI는 국내 최초로 고성능 AI 추론용 반도체 칩을 자체 설계·개발한 기업이다. 세계 최대 IT 기업인 '메타 플랫폼즈'의 1조2천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거절해 더욱 화제가 됐다.

디자인하우스이자 팹리스인 에이직랜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공식 파트너로 국내에선 독보적 시스템반도체 설계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꼽힌다. 이날 남구 실감콘텐츠큐브(GCC)에 사무소를 열고 타 팹리스 기업들과의 실증·재설계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뒤이어 GCC에 입주할 예정인 에임퓨처는 NPU(신경망 처리장치) 분야에 특화된 칩 IP기업이다. AI 딥러닝과 추론에 최적화된 설계자산을 국내외에 공급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15일 오후 광주실감콘텐츠큐브(GCC)에서 열린 ㈜에이직랜드 광주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이들 기업이 광주로 향하는 배경에는 광주가 구축해온 국가 AI데이터센터, AI집적단지 등 인프라와 함께 실증 중심 도시라는 점이 작용했다.

광주시는 실제 공공 데이터와 시스템을 개방해 AI반도체 실증이 가능한 전국 유일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2030년까지 약 1조 원 규모의 'AX(인공지능 전환) 실증밸리' 사업도 추진 중이다. 풍부한 AI 인재와 AI반도체를 실증할 수 있는 우호적 행정적 여건도 한몫했다.

박형주 광주시 AI반도체과장은 "이들 기업이 광주에 오는 이유는 산업적 수요와 실증 기회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라며 "AI반도체는 고성능 서버나 CCTV, 전장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데, 이를 실제로 테스트해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 광주"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지역에는 자동차, 헬스케어, 에너지 등 반도체 수요가 있는 산업이 많다"면서 "기업들이 광주에 사무소를 열면 지역 기업들과 직접 접촉해 영업·협업을 추진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팹리스, 칩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기업들이 모이면서 광주에는 '반도체 설계 → 실증 → 서비스 적용'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형성도 기대된다. 고급 인력 중심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 대학과 연계한 인재 양성, 창업 지원까지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특히 지역에 팹리스 거점이 자리잡을 경우, 후속으로 테스트·패키징 등 반도체 후공정 기업들의 유치 가능성도 높아진다.

박 과장은 "지역의 전통산업 기업들은 어떤 반도체를 써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업들이 광주에 들어오면 네트워킹을 통해 전통 기업과 AI 기업이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게 된다"며 "특히 기업이 들어오면 산업이 연결되고 생태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언젠가 광주에 파운드리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2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