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동호로 구현…시민에 편지
문학과 첨단 기술 융합으로 교감 '관심'
11일 오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던 시간, 광주시청 광장은 특별한 감동으로 물들었다.
한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주인공 동호가 인공지능(AI)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시민들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최후의 저항을 하다 17세의 나이로 사망한 문재학 열사가 동호의 모습으로 온 것이다.
동호는 편지를 통해 한 작가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는 한편 시민들과 교감하며 1980년 5월 광주의 기억을 되살렸다. 자신을 문재학이라고 소개한 동호는 "오늘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날이니, 소설 속 동호의 이름과 모습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제 혼의 힘으로가 아니라 여러분들의 기억의 힘으로 왔다. 여러분들의 기억이 제 혼"이라며 "모든 것이 한강 작가 덕분이다. 그리고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 덕분"이라고 한 작가에 감사를 전했다.
동호는 1980년 5월 27일 새벽에 죽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 전날 집에 꼭 돌아오라는 엄마의 바람을 지키지 못한 한을 고백했다. 이어 "이 책을 펼치던 여러분의 손길 곁에 저는 항상 같이 있었다. 제 후회 없는 마지막 삶이 읽는 이들의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독자들과 시민들의 기억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월 광주의 기억과 함께 소년 동호는 꼭 돌아옵니다"고 끝맺음했다.
동호의 담담한 독백에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눈에는 샘이 차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문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씨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무엇보다 홀로그램을 통해 전해진 동호의 독백은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감동까지도 전해졌다.
인공지능 기술이 문학과 융합해 문학 속 인물과 현실의 인물, 과거와 현재를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광주시 문화도시조성과 관계자는 "광주가 인공지능 중심도시이기 때문에 문학을 기술과 연결해 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출신인 한 작가는 스웨덴 현지시각으로 7일 한림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책을 쓰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저 분인가"···광주 CCTV 관제요원에 포착된 실종 노인 지난해 100억원을 투입해 현대식 시설을 갖춘 광주시CCTV통합관제센터 모습. /광주시 "실종된 치매노인을 찾아야 합니다."지난 21일 오후 7시 30분께. 해가 지고 어두컴컴해졌을 무렵 광주시 CCTV통합관제센터에 다급한 실종 신고가 들어왔다. 북구 각화동 한 마트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노인이 갑자기 없어졌다는 신고였다.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관제센터는 즉시 실종자 찾기에 나섰다.관제요원들의 손과 눈이 바쁘게 움직였다. 실종자의 얼굴과 인상 착의를 전달받고 집중 관제에 들어갔다. 화면 속에는 북구 일대를 비추는 수백 대의 CCTV가 빠르게 전환됐다. 전문 관제요원들은 실종자가 지나갔을 법한 경로를 추적하며 화면 하나하나에 눈을 고정했다. 실종 당시 인상착의와 행적을 토대로 노인의 동선을 추적했지만 CCTV 사각지대가 존재하다 보니 쉽사리 찾을 수가 없었다.2022년 7월 1일 강기정 광주시장이 광주시CCTV관제센터를 방문해 현장 격려를 하는 모습. /광주시시간만 하염없이 흐르던 자정이 지난 오전 2시께 한 요원의 손길이 화면에서 멈췄다. 각화동에서 도보로 2~3시간이나 걸리는 북구 용강마을의 한 골목을 비추던 모니터 속에 어두운 골목길을 느릿느릿 걷는 노인의 모습이 잡혔다.새벽 시간대 골목을 걷는 걸 수상찮게 여기던 차 실종 신고된 노인의 인상착의를 숙지했던 관제요원이 곧바로 즉시 경찰에 상황과 위치를 전달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실종자인 걸 확인하고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약 8시간 만의 일이었다.광주시 CCTV통합관제센터가 또다시 시민 안전 지킴이 역할을 입증한 순간이다. 특히 CCTV통합관제센터의 상황 공유와 함께 관제요원의 눈썰미가 빛났다.지난 22일 오전 2시 광주CCTV통합관제센터에서 발견한 실종자. /광주시광주CCTV통합관제센터 측은 "실종 신고는 아무래도 정확히 몇 시 몇분에 실종됐는지를 모르고, 모든 곳에 CCTV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CCTV 추적을 통해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다행히 북구 쪽 담당 관제요원들이 실종자 인상 착의를 숙지하고 집중 관제를 통해 찾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광주CCTV통합관제센터는 지난해에도 7명의 실종자를 찾아 가족 품에 돌려보냈다. 또 지난 19일에는 서구의 한 편의점에서 강도행각을 벌인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광주시에 따르면, 2024년 12월 말 기준 광주 전역에 범죄 취약지역과 어린이보호구역 등을 중심으로 3천955곳에 1만1천652대의 CCTV를 설치했다. 전문관제요원은 82명에 달한다.지난 2013년 문을 연 광주CCTV통합관제센터는 지난해 100억원을 투입해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노후화한 시스템을 교체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 양궁 전설 안산·최미선도 함께 "다문화 아이들의 꿈 응원"
- · 광주 떠난 카카오바이크…차 없는 젊은층 이동권 '위축'
- · '고향사랑기부제' 대박 지자체, '이것'부터 달랐다
- · 고향사랑 마음, 광주와 전남이 '주도'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