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노력하겠다” 입장에 태도 변할지 관심
지자체 주도로 광주 군공항을 이전하는 방식이 지역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하는 등 뚜렷한 한계에 부딪힘에 따라 정부가 나서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전 정부를 막론하고 광주 군공항 이전을 약속하고도 정작 적극 나서지 않은 데 대한 비판이 많다. 다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국회 차원에서 법 개정에 나서고 있어 그간 이전 후보지 선정에 손 놓고 있던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가 태도를 바꿀지 주목된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광주시청에서 광주지역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군공항 이전 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촉구했다. 또 국회 다수당이자 광주·전남 국회의원 전원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이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를 당론으로 채택해달라고도 부탁했다.
특히 강 시장은 "민·군 통합공항 이전 문제에 국방부가 움직이지 않는 만큼 광주 군공항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지자체 주도의 군공항 이전이 벽에 막혀 조금의 진전도 못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군공항 이전 문제를 전적으로 지자체가 주도했지만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국가가 주도해야 군공항 이전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취지다.
강 시장이 지적한 것처럼 군공항 이전 주체는 국방부임에도 불구하고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는 과정은 전적으로 지자체에 맡겨두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이와 관련,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영·호남지역 군공항 이전 한계와 대책' 토론회를 통해 "군 공항은 국가안보시설이고, 민간공항은 국가시설이지 지방자치단체의 시설이 아니다"면서 "이런 시설을 길게는 50년 이상 가지고 있던 도시들에게 당신들이 옮기고 땅 팔아서 값 가져가라는 것은 아주 불합리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주 부의장 지역구인 대구 또한 광주와 마찬가지로 도심 내 군공항이 위치해 있어 이전을 추진 중이다.
주 부의장은 "이것이 광주시의 공항이고 대구시의 공항이냐, 국가의 공항을 왜 지자체가 옮겨야 되냐. 이는 갑질 중의 갑질"이라고 기재부와 국방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광주 군공항의 무안공항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서삼석 민주당 의원(영암무안신안) 또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군 공항 이전 문제를 지자체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현행법 체계는 문제가 있으며 국방부의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실제 그간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이 단골로 공약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당선 뒤에는 '함흥차사'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광주지역 공약으로 군공항 이전사업에 국가가 지원하고 군공항 종전부지에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당선 후에는 광주·전남이 알아서 후보지를 정해오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광주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국방부가 전남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광주 송정비행장(광주군공항)을 빠른 시일 내에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처음으로 군공항 이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노력을 주문한 것으로, 대통령 발언에 따라 국방부 등 정부 부처가 적극 나설 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은 있다.
다만, 이전 정부처럼 알아서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라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극적인 상황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만만찮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달라는 건 지자체가 빠지겠다는 게 아니라, 정부가 지금처럼 뒷짐지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함께 중재도 하고 설득도 하자는 의미"라고 적극 개입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국방부에 지시를 했지만 국방부에서는 대통령 지시 사항으로 계속 관리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면서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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