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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아 소설가
작년과 올해가 뭐가 다를까 싶은데 신춘문예 심사를 하다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2022년 신춘 응모 소설의 키워드가 불안이었다면 2023년의 키워드는 따스함이다. 따스함이 절실할 만큼 살기가 더 팍팍해진 것인지, 따스함을 나눌 만큼 살만해진 것인지는 판단하는 각자의 몫이겠다.
요 몇 년 사이, 수준 낮은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첫 문장만 읽어도 거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때는 바야흐로 1950년 3월, 꽃피는 춘삼월이었다, 와 같은. 요즘은 첫 문장이나 첫 장에서 걸러낼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소설 지망생 전체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2000년대 들면서 개인의 수준뿐만 아니라 권리의식도 현저히 높아졌다. 바람직한 일이다.
2023년 신춘응모의 특징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중장년층의 응모가 늘었고, 70-80년대의 엄혹했던 현실을 그린 소설이 많았다. 지난 시절을 돌아본다는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의무일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지금 왜 그 시절을 돌아보아야 하는가, 하는 현재성의 의미이다. 그런 의미를 부여한 소설을 찾기는 어려웠다.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현재적 의미를 부여할 때, 과거도 의미를 갖는다는 단순한 진실을 염두에 두면 좋겠다. 지난 몇 년간 압도적이었던 여성서사 대신 좀 더 보편적인 가족서사가 늘었다는 점도 이번 신춘의 도드라진 특징이었다. 지난 몇 년간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역병을 거치면서 바깥보다 안을 돌아보게 된 것도 한몫했을 듯하고, 경제적 위기 앞에서 힘을 얻을 곳은 가족뿐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깨달음도 거들지 않았을까 싶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유재연의 '핫산의 귤', 박연우의 '앙큼한 여자', 백은아의 'K 할머니', 나규리의 '빈 세상을 넘어', 총 4편이었다.
예멘 출신 망명자들의 삶을 다룬 '핫산의 귤'은 인간으로 마땅히 관심 가져야 할 인간 권리의 문제를 핍진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좋았으나, 그들을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가 결말에 이르기까지 너무 방관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이는 갈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앙큼한 여자'는 문장이나 구성이나 나무랄 데 없이 잘 짜여진 작품이다. 속물적 중산층의 자의식을 다루었다는 점이 새롭기도 하였으나 바로 그 지점, 속물적 중산층의 안온한 세계를 극복하지 않고 따스하게 순응함으로써 인간의 보편적 위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백은아의 'K 할머니'는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을 재치있게 다루고 있다. 보편적 주제를 참신한 소재로 접근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이런 류의 소설들이 갖는, 결말이 너무 뻔하다는 한계를 이 작품 역시 뛰어넘지 못했고, 앞부분의 구체적인 묘사가 결말 부분에서 설명으로 대체된 점도 아쉬웠다.
나규리의 '빈 세상을 넘어'는 힘든 것도 싫고, 안정적인 것도 싫은, 딱 요즘 사람인 두붓집 아들의 이야기이다. 평생 두부를 만들어온 부모는 알고 보니 5·18로 인해 프로복싱의 꿈을 접었거나 운명의 장난으로 죽음을 피해간 사람들이다. 거친 세상에 데인 부모는 '지가 부서질지언정 암것도 해롭게 허진 않'는 두부를 만들면서 세월을 견뎌낸다. 그들의 삶은 콩 속에 있었다. 서울살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 등쳐 먹을 궁리나 하는 두붓집 아들은 나이 들어 오랜만에 부모의 삶을 지켜보면서 '삶은 콩' 속에 있다(언어적 유희이기도 하다)는 아름다운 깨달음에 다다른다. 어수선한 구성이 옥의 티였지만, 구체적 삶 속에서 직접 길어올리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에피소드와 문장만으로도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다. 감수성이나 감성만이 아니라 온몸을 세상에 내던져 창조한 나규리의 소설은 우리가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고 읽어야 하는지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진실을 알려준다. 지금과 같은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당선되지 않은 모든 응모자들께도 격려를 보낸다.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정지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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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K콘텐츠의 방향을 묻다 'K콘텐츠는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상과 경제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새롭게 필요한 정책과 제도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우리는 다양한 궁금증을 안고 산다. 책 '인공지능시대 K콘텐츠 전략연구'(이정현 지음 / 진인진 펴냄 / 276쪽)는 이같은 우리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저자인 이정현 전 전주대 게임콘텐츠학과 교수는 1990년대 민간기업에서 멀티미디어와 특수영상분야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것으로 시작해 정부기관, 대학에서 실무와 정책, 교육을 넘나들며 경력을 쌓은 K콘텐츠 전문가다. 저자는 지식기반사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인공지능혁명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봄으로써 많은 이들이 이 시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완성했다.현장과 정책을 넘나드는 콘텐츠 전문가의 시각으로 촘촘하고 명확하게 정리한 '인공지능시대 K콘텐츠 전략연구'는 AI시대를 맞이했으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우리에게 영감과 통찰력을 선사하는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특히 책은 말미에 경제와 문화 그리고 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장단기 국정과제와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선진국 초입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향후 10년, 20년 후 도달해야할 목표를 제시하는 등 미래 변화와 전망 속에서 개인과 국가는 어떠한 준비로 또 다시 진화할 것인지를 망라하는 것.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추천의 글을 통해 "K콘텐츠는 민주 정부의 성과에 토대를 두고 있다. 당시 K콘텐츠는 국가 브랜드를 견인하며 한류 붐을 일으켰고, 새로운 벤처산업을 육성하여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며 "K콘텐츠가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해 대도약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하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고 전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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