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의 선택. 판단 지키기 위해 지지
尹, 분풀이 대상과 그 기폭제 제공해
긴급권의 신뢰 하락, 회의와 불신 유발

"헌정을 어지럽히고 사회 혼란을 야기한 지도자를 지지한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수용하기 힘들다."
"계엄에 반대하지만, 민주당의 탄핵과 행정부 꼬리잡기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12·3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는 같은 또래의 2030세대들에 대한 광주·전남지역 청년들의 평가와 판단은 갈렸다. 우선, 자신들의 선택과 판단을 지키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의견이다. 정평호 민주당 광주시당청년위원장은 "5·18을 다룬 한 영화에서, 경호실장 역의 배우가 '전두환이 틀린 거면 내 인생이 틀린 것이다'는 대사가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청년들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다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분풀이 대상이 필요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 대상을 제공했다" "정치적 판단력과 자기검토가 부족하다"는 해석도 있었다.
반면 다른 청년들은 "윤 전 대통령의 결단력과 강력한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듯하다"고 했다. 김상영 국민의힘 전남도당 대학위원장은 "12·3 계엄을 계기로 민주당의 입법 장악에 대해 알게 됐고, 이에 대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서부지법 폭동'과 같이 용납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등일보는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광주·전남지역 청년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 12·3 비상계엄에 대한 심정 ▶ 계엄이 삶에 미친 영향 ▶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 세대에 대한 평가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들에게 12·3 계엄은 영화 같은 비현실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적대 세력'을 명시하면서 성별과 정치 성향, 지역 등 물 밑에서 오가던 정치·사회적 혐오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극단의 대치로 서로를 겨누는 '양날의 검'이 됐다는 거다. 다음은 청년들과의 일문일답.
-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을 직접 경험한 느낌은 어땠나?
▲정평호=카톡 전화가 일시적으로 마비가 되었었고 TV에서는 긴급 속보가 뜨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당일 계엄 선포 이후 바로 서울로 출발해 여의도에 도착했을 때 몰려 있는 시민들을 보며 한 번 더 놀라고 두려웠던 새벽 밤이었다.
▲김청우=그날 밤 학보사 사람들과 회의 중이었다. 각자 이야기를 나누던 중 계엄 소식을 들었다. 뉴스를 살펴본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것이었다. "계엄령이 선포됐으니 조심하라", 걱정하는 부모님께는 "별 일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시켜 드려야 했다. 회의는 급하게 마무리됐고 기숙사에 돌아가는 동안 심장은 끊임없이 뛰고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불안에 떨었던 기억이 있다.
▲박근우=처음에는 사람들이 놀리는 줄 알았다. 가짜뉴스가 아닌 진짜 계엄임을 인지한 후에는, '대통령이 드디어 뭔가 중요한 걸 찾아내서 계엄까지 선포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회는 정치단체인가', '국민의힘 당원이면 잡혀가도 덜 맞으려나' 등 여러 잡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 또한 광주시민이자 전남대 학생인지라 80년 그 날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김민석=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학보사 속보를 작성하고 웹에 기사를 올렸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느꼈고, 마음 한켠에 불안감이 생겼다.
- 이번 비상계엄 사태가 2030세대의 삶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황혜연=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본다. 첫 번째, 제각기 광장에서 다른 삶과 비슷한 생각들을 만났다. 두 번째, 주권자로서의 힘이 발휘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박근혜 씨에 이어 윤석열 씨를 파면하는 쾌거를 이루면서 국민이 힘을 합치면 안 될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세 번째, 극우 세력이 청년을 동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동안은 사람들이 이러한 새싹을 외면해 왔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의 외면 덕에 그들 세력은 쑥쑥 성장해 대통령 자리를 꿰찼다. 더이상은 외면할 수 없고 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장애물이 됐다.
▲박근우=부끄럽게도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을 다시 '겨울 공화국'으로 만들려고 했고 자랑스러운 국민들은 민주주의가 위협받자 즉시 거리로 나왔다. 이번 계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가 국민이라는 것을 2030세대에게 알려준 가장 생생한 교육자료가 됐고, 앞으로 2030세대가 우리 삶 속의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준원=국가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절대 과거의 몰상식을 답습하지 않을 줄 알았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절차와 명분 모두 무시했다. 과거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은 아직도 자유롭고 정의로운 민주국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청우=오히려 이번 12·3 비상계엄 때문에 '계엄'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든 것 같다. 심각한 비상사태가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계엄은 마치 양치기 소년의 경고처럼 전락해버렸고, 정말 비상상황이 와도 청년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박진우=우리 세대는 1980년대를 직접 겪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과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강하게 느꼈다. 정치적 무관심을 탓하던 사회였지만, 이 사건 이후 청년들의 참여와 목소리는 더욱 뚜렷해졌고, 이는 앞으로의 정치 지형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 계엄 사태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계속 지지하는 2030들에 대한 생각은?
▲정평호=5·18을 다룬 한 영화에서 전두환을 평생 경호한 경호 실장에게 친구가 "제발 정신 차리라"고 말하자 경호실장은 "전두환이 틀린 거면 내 인생이 틀린 것이다. 나는 독재자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 선택과 판단을 지키는 것이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2030청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다.
▲황혜연='종북 반국가 세력'이 있다고 믿는지 되묻고 싶다. 어떻게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분풀이의 대상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저들 때문이다"라는 방향성이 생기자 폭주하는 것처럼 반대 집단을 향해 공격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박준원=국가가 역사를 똑바로 못 가르쳤거나 당사자들이 못 배웠다고 단언한다. 헌정을 어지르고 사회 혼란을 야기한 지도자를 지지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수용하기 힘들다. 혹여 '윤석열 정권의 혜택(정책 등)을 받던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정도의 생각 뿐이다.
▲이가빈=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2030 세대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결단력과 강력한 리더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혹은 정부의 결정을 일종의 강한 지도력으로 이해하고, 이러한 리더십이 미래의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김청우=주위의 지지자들을 둘러보면 헌법재판소 자체를 부정하거나 내란은 오히려 민주당이라는 의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들은 가짜뉴스와 저급한 유튜버들의 정보를 얻어 필터버블의 현상을 겪고 오히려 눈과 귀가 가려진 상태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박근우='정국이 하도 어지럽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일으킬 만도 했고, 계엄을 한 건 잘한 것인데 왜 탄핵을 하냐'는 이야기가 윤 대통령의 2030 지지자들을 만났을 때 들을 수 있던 말 중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말이었다는 대답으로 갈음하고 싶다.
▲김상영=이번 계엄을 계기로 민주당의 입법장악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이에 대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도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민주당의 탄핵, 행정부 꼬리잡기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서부지법 폭동'과 같이 용납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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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부터 5·18까지···광장에서 재현된 시민 저항의 역사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가결되자 국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도로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12·3 비상계엄은 5·18민주화운동 등 민주주의의 역사적 경험이 시민들의 내면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 계기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당시 국회와 광장으로 향했던 시민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기억'이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김누리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위기의 순간, 섬광처럼 번쩍이는 5·18의 기억이 작동한 것"이라며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지키려 했던 국가, 그리고 2024년 12월 시민들이 다시금 지켜낸 민주주의는 결국 하나의 연속선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우리 사회에 내재된 역사적 기억이 위기의 순간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그는 "4·19, 5·18, 6월 항쟁, 촛불혁명, 그리고 12·3까지 이어지는 시민 저항의 계보가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며 "이 같은 연속적 시민 항쟁의 역사 덕분에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문에 담긴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에 대해 김 교수는 "그들 또한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역사적 교훈 앞에 스스로를 절제한 셈"이라고 평가했다.그는 현재 한국 사회가 '후기 파시즘' 시대를 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국가 세력 척결'이라는 언어를 대통령이 아무 문제의식 없이 사용하고, 이에 동조하는 담론이 형성됐다는 사실은 권위주의 문화가 여전히 청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이면서도, 동시에 파시즘의 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모순 속에 있다"고 말했다.문제의 해법으로 그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교육 체계의 줄 세우기, 등수 경쟁, 승자 독식 구조는 학생들에게 '지배와 복종'의 논리를 삶의 질서로 내면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김 교수는 "민주주의는 제도 이전에 태도의 문제이며, 일상에서 민주적 사고와 태도를 기를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은 단순한 법적 문서를 넘어, 사회가 공유하는 기억과 가치를 담는 상징이며, 5·18은 그 정신적 근간에 놓인 사건이라는 배경에서다.김 교수는 "학교와 사회 전체가 민주주의적 감수성을 기르고 확산시키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시민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연대하고 책임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 "후기 파시즘의 시대, 경쟁 아닌 민주교육 전환해야"
- · "5·18과 12·3, 국가훼손 맞서 시민들이 국가 지킨 것"
- · "5·18이 없었다면, 12.3 비상계엄 때 무슨일이..."
- · 엇갈린 정치 지형, 젠더·세대 갈등이 만든 '감정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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