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기반한 축제는 위기···전문가가 꺼내 놓은 대책은?

입력 2025.05.28. 14:58 이삼섭 기자
이진의 전남연구원 문화관광연구실 연구위원
'기후 리스크'에 따른 다수의 지역 경제적 위험성 커져
일정·주제 등 기후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다양한 콘텐츠 통한 경험·메시지 주는 방식으로 변화
이진의 전남연구원 문화관광연구실 연구위원.

"매화 축제라면 날짜를 특정하는게 아니라, 꽃이 피는 시점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는 인식을 관광객과 공유할 필요가 있죠. 기후 변화로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스토리텔링이나 환경 캠페인과 함께 풀어낸다면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봐요."

이진의 전남연구원 문화관광연구실 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전남의 축제는 자연이라는 매개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꽃이 피는 시기, 나물이나 수산물 같은 특산물이 나는 철에 맞춰 행사를 준비하는데, 시기가 맞아 떨어지면 훌륭한 축제로 이어지지만 날씨가 엇나가거나 기후변화로 특산물이 줄어들면 축제도 무력화되고 지역경제에도 피해가 커진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광양 매화축제·구례 산수유축제 등 봄축제를 비롯해 상당수의 전남 축제가 자연의 계절성과 특산물에 기대고 있는 만큼 기후의 변화는 곧 축제의 본질을 흔드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거다.

이 연구위원은 축제 기획 단계에서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이 가정이 깨질 경우 대체 프로그램이나 대응책은 부실한 경우가 많다. 그는"불확실한 날씨를 전제로 기획하는 축제는 한계가 뚜렷하다"면서 "일정을 명확히 못 박기보다는 기후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축제는 단지 관광 콘텐츠가 아닌 지역의 정체성, 주민 참여, 경제적 순환이 맞물리는 중요한 플랫폼이자 구심점"이라며 기후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많은 지역이 축제를 거점으로 삼아 집약된 관광객들의 니즈를 맞추고, 먹거리나 숙박과 연계해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효과를 내고 있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성이 크게 다가갈 수밖에 없다"며 "지역의 경제적 효과와 기후변화에 따른 개최 환경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성공적 축제 개최를 위해서 기후변화에 대한 감수성과 전략은 필수적이다. 지역의 공간과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는 구심점이고 지역 경제가 이에 기대고 있는 구조가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꽃이 없어도' 가능한 축제를 기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축제의 기반이 되는 자연적 매개체를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경험과 메시지를 주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돼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디지털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 등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그는 "매화를 주제로 한다면 그 의미를 디지털로 매화가 피고 지는 과정을 구현할 수도 있고, 지역민들의 매화 관련 에피소드를 받아 전시하거나 미디어아트로 재현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기존 축제는 '꽃이 폈구나, 좋다, 사진찍으러 가자'는 패턴이었다면, 이제는 구현하는 방식을 달리해 매화를 가지고 경험하는 방법을 제공해주는 것도 기후변화에 따른 축제 변화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전남 일부 축제는 나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흥 물축제는 태국의 송크란 축제와 연계한 국제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고, 함평 나비축제는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디지털 전시로 콘텐츠 다변화를 꾀하고 있어서다. 이 위원은 "AI나 미디어아트 같은 첨단 기술을 축제에 접목하려면 적잖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 로드맵과 예산 확보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