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리스크'에 따른 다수의 지역 경제적 위험성 커져
일정·주제 등 기후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다양한 콘텐츠 통한 경험·메시지 주는 방식으로 변화

"매화 축제라면 날짜를 특정하는게 아니라, 꽃이 피는 시점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는 인식을 관광객과 공유할 필요가 있죠. 기후 변화로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스토리텔링이나 환경 캠페인과 함께 풀어낸다면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봐요."
이진의 전남연구원 문화관광연구실 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전남의 축제는 자연이라는 매개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며 "꽃이 피는 시기, 나물이나 수산물 같은 특산물이 나는 철에 맞춰 행사를 준비하는데, 시기가 맞아 떨어지면 훌륭한 축제로 이어지지만 날씨가 엇나가거나 기후변화로 특산물이 줄어들면 축제도 무력화되고 지역경제에도 피해가 커진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광양 매화축제·구례 산수유축제 등 봄축제를 비롯해 상당수의 전남 축제가 자연의 계절성과 특산물에 기대고 있는 만큼 기후의 변화는 곧 축제의 본질을 흔드는 위협이 되고 있다는 거다.
이 연구위원은 축제 기획 단계에서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이 가정이 깨질 경우 대체 프로그램이나 대응책은 부실한 경우가 많다. 그는"불확실한 날씨를 전제로 기획하는 축제는 한계가 뚜렷하다"면서 "일정을 명확히 못 박기보다는 기후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축제는 단지 관광 콘텐츠가 아닌 지역의 정체성, 주민 참여, 경제적 순환이 맞물리는 중요한 플랫폼이자 구심점"이라며 기후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많은 지역이 축제를 거점으로 삼아 집약된 관광객들의 니즈를 맞추고, 먹거리나 숙박과 연계해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효과를 내고 있기에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성이 크게 다가갈 수밖에 없다"며 "지역의 경제적 효과와 기후변화에 따른 개최 환경의 교집합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성공적 축제 개최를 위해서 기후변화에 대한 감수성과 전략은 필수적이다. 지역의 공간과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는 구심점이고 지역 경제가 이에 기대고 있는 구조가 만들어 지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꽃이 없어도' 가능한 축제를 기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축제의 기반이 되는 자연적 매개체를 가지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경험과 메시지를 주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콘텐츠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돼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디지털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 등 방식은 무궁무진하다. 그는 "매화를 주제로 한다면 그 의미를 디지털로 매화가 피고 지는 과정을 구현할 수도 있고, 지역민들의 매화 관련 에피소드를 받아 전시하거나 미디어아트로 재현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기존 축제는 '꽃이 폈구나, 좋다, 사진찍으러 가자'는 패턴이었다면, 이제는 구현하는 방식을 달리해 매화를 가지고 경험하는 방법을 제공해주는 것도 기후변화에 따른 축제 변화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전남 일부 축제는 나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장흥 물축제는 태국의 송크란 축제와 연계한 국제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고, 함평 나비축제는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디지털 전시로 콘텐츠 다변화를 꾀하고 있어서다. 이 위원은 "AI나 미디어아트 같은 첨단 기술을 축제에 접목하려면 적잖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 로드맵과 예산 확보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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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리스크, 전남 축제 무너뜨린다 전남을 대표하는 봄꽃 축제인 광양 매화축제가 늦은 개화로 예전 방문객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관광객을 유치한데 머무르며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광주·전남지역 지자체들이 축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상 기후의 영향 탓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축제를 여는 전라남도가 대표적이다. 봄·가을엔 먹거리·볼거리를 내세우는 축제가 풍성하게 열린다. 일부는 경기 활성화에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문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는 점이다27일 전남도 '남도여행길잡이'가 제공하는 전남지역 축제를 분석한 결과, 올해 개최했거나 개최 예정인 축제는 모두 125개다. 22개 시·군 마다 평균 6개의 축제를 여는 셈이다. 특히 1천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에선 32개의 축제가 개최된다.예측 불가능한 기후 취약성은 상수가 됐다. 올해 초, 봄 이상저온 현상이 강타한 전남지역은 봄꽃의 개화 시기가 늦어지면서 '봄꽃 없는' 봄꽃 축제를 치러야만 했다. 대표 봄꽃 축제인 광양매화의 경우 축제가 시작하고도 매화 개화율이 10%에 그쳤다. 그러면서 열흘가량 되는 축제 기간 한 해 100만명 가까이 찾는 관광객 수가 올해는 37만명으로 급감했다.이처럼 기후리스크에 노출된 축제가 절반 가량에 달한다는 점이다. 주제(테마) 자체가 지역 고유의 자연 특성, 예컨대 꽃이나 농·수산물과 같은 지역 특산물에 기반한 축제는 총 67개(53.6%)다. 다시 말해, 전남지역 축제 2개 중 1개는 기후변화 또는 이상기후에 영향에 취약하다는 의미다.기후 리스크는 고스란히 지역 축제의 위축 혹은 존폐로 이어진다. 기후의 영향에 따라 관광객이 줄어들고, 축제에 의존하던 마을의 경제 순환 구조가 깨질 구조적 위험까지 안고 있다. 구례 산수유꽃축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개화가 늦어짐에 따라 당초보다 일주일 연기했지만 꽃이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한 건 축제가 끝난 직후였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남·서해안 바다를 끼고 있는 시·군에서 개최되는 수산물 축제들은 기후변화에 정체성마저 흔들거린다. 온난화가 직격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어장이 이동하면서 주산지로서의 상징성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벌교꼬막축제의 경우 벌교지역 꼬막 생산이 씨가 말라감에 따라 축제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예전엔 '홍어=흑산도'였지만 최근 주산지가 군산으로 넘어가면서 홍어축제 위상마저 추락하고 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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