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샘 거의 발달 못했고 피하지방 두꺼워 고온 취약
돼지는 면역력 저하, 근내지방·육색 저하 등 품질↓
폭염에 냉방·사료 단가 등 운영비 올라 소비자가 반영

"돼지는 날씨에 매우 민감해요. 그 중에서도 더위에 무척 취약한데, 한 여름 평균 기온이 1도만 올라가도 키우는데 손이 정말 많이 가죠."
김조은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연구사의 분석이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이상 기후와 돼지 사육과의 상관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식탁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온난화에 따른 이상고온, 즉 폭염이 돼지 사육을 위한 관리·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는 생산량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땀샘이 발달하지 못해서다. 그는 "돼지는 피하지방이 두꺼워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며 "온도가 오르면 사료 섭취량이 떨어지거나 심하면 폐사에 이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일명 고기용 돼지인 비육돈은 고온에 노출되면 사료 섭취량이 평균 10~20% 감소한다. 어미돼지의 경우 27%까지 떨어지는데, 이럴 경우 수정이 안 되거나 모유 생산이 줄어 자연스럽게 아기돼지의 폐사율도 오르게 된다. 또한 생리적으로 피부쪽에 있는 혈류량이 증가하고, 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장 세포도 손상된다.
생산 환경은 더욱 열악해진다. 대장균·살모넬라 등 유해 세균 탓이다. 김 연구사는 "돼지가 고온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물을 많이 섭취하려고 한다"며 "물 섭취량이 증가하면 분뇨량이 늘어남에 따라 유해 미생물도 증가하게 되는 이치다"고 말했다. 돼지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감염 위험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근내지방이나 육색이 떨어지는 등 품질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름철 뒤에는 가격이 급등한다. 폭염이 생산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과 에어컨 가동 등으로 전기료 부담이 늘어나는데다, 비육돈의 경우 사료 섭취량 대비 성장 속도가 더뎌진다"면서 "어미돼지는 임신율·분만율이 떨어짐에 따라 사료 섭취 기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료비 부담이 그 만큼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사룟값은 기후변화의 직격탄이다. 주원료인 옥수수·대두의 생산량이 요동칠 때마다 돼지고기 단가에 반영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등 특수한 상황에서 생산량이 떨어질 경우 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이상기후 지속 땐 공급 불안정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사는 "시설적 투자가 가능한 대규모 농가를 제외한 소규모 농가는 없어지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며 "사룟값과 병원성 미생물의 전염성 질병 위험도 상승 등으로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행스러운 건 폭염 등 극한 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2020년부터 고온 스트레스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영양(사료)·음수 구별 시스템 등과 관련한 연구들을 해 오고 있다"면서 "개발된 기술들을 토대로 만든 책자를 양돈 농가에 보급하는 것은 물론 농가 방문을 통한 기술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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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적응과 상업화 가능성은 별개···선제적 준비 필요 신민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 "기후변화에 따른 '과일 주산지' 개념 재정립이 불가피 해요.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농작물 재배 지형도도 새롭게 그릴 때죠."신민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의 분석이다. 그는 지금의 기후 변화를 "과거의 계절 편차 수준을 넘어선, 작물 생육 환경 전반을 재구성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생육 기간 중 폭염이나 저온이 한두 차례 오는 정도였다면, 현재는 생육 시기 전체에 걸쳐 기상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졌다는 취지에서다.실제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과수나 채소 작물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봄철 이상고온과 여름철 극한호우,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되풀이 되면서다. 과거와 같은 품종, 방식, 지역 만으로는 더는 재배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재배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 연구사는 "특히 사과·배처럼 저온이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하는 과일의 경우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며 "전북, 경북 남부에서도 품질 저하나 개화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지구온난화는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아주 높은 수준일 때를 가정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SSP5-8.5'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2070년쯤엔 강원도 고지대 일부 만이 재배적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인 '과일 주산지'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과수 재배 지도를 새롭게 구축하는 있다.신 연구사는 현재, 장기 시나리오에 따른 작물별 적지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20여 년 간의 기후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아열대기후대가 10% 수준에서 2050년께면 56%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제주도나 남해 일부에서만 가능했던 열대·아열대 작물 재배가 내륙 중부권에서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열대기후대는 연평균기온이 18℃ 이상이고 겨울철 최저기온이 작물의 생육에 치명적이지 않은 지역이다. 동백나무·감귤 등의 아열대 작물이 노지에서 월동 가능한 기후권을 뜻한다.신 연구사는 "온난화가 무조건 위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문제는 속도"라고 강조했다.그는 "애플망고나 패션프루트, 레드키위 같은 작물은 이미 도입이 이뤄졌고 일부는 상업화 단계에 들어섰다"며 "그러나 이 역시 품종 개량, 하우스 인프라 구축, 재배 기술 전수 등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관건은 '선제적 준비'다. 정밀한 기후 모형을 바탕으로 행정과 농가가 공유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거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고랭지 배추의 적지 분석에 이어 복숭아·포도 등 주요 과수의 재배 적지도를 새롭게 작성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지금 재배 가능한 지역'이라는 정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기후 조건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재배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면서 "단기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과 중장기 품종 재배 전략, 기술 전환이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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