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돼지 생산 비용↑···폭염이 키운 식탁 물가

입력 2025.04.14. 19:24 강승희 기자
김조은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연구사
땀샘 거의 발달 못했고 피하지방 두꺼워 고온 취약
돼지는 면역력 저하, 근내지방·육색 저하 등 품질↓
폭염에 냉방·사료 단가 등 운영비 올라 소비자가 반영
김조은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연구사

"돼지는 날씨에 매우 민감해요. 그 중에서도 더위에 무척 취약한데, 한 여름 평균 기온이 1도만 올라가도 키우는데 손이 정말 많이 가죠."

김조은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연구사의 분석이다. 최근 심화되고 있는 이상 기후와 돼지 사육과의 상관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다. 식탁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온난화에 따른 이상고온, 즉 폭염이 돼지 사육을 위한 관리·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는 생산량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땀샘이 발달하지 못해서다. 그는 "돼지는 피하지방이 두꺼워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며 "온도가 오르면 사료 섭취량이 떨어지거나 심하면 폐사에 이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일명 고기용 돼지인 비육돈은 고온에 노출되면 사료 섭취량이 평균 10~20% 감소한다. 어미돼지의 경우 27%까지 떨어지는데, 이럴 경우 수정이 안 되거나 모유 생산이 줄어 자연스럽게 아기돼지의 폐사율도 오르게 된다. 또한 생리적으로 피부쪽에 있는 혈류량이 증가하고, 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장 세포도 손상된다.

생산 환경은 더욱 열악해진다. 대장균·살모넬라 등 유해 세균 탓이다. 김 연구사는 "돼지가 고온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물을 많이 섭취하려고 한다"며 "물 섭취량이 증가하면 분뇨량이 늘어남에 따라 유해 미생물도 증가하게 되는 이치다"고 말했다. 돼지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감염 위험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근내지방이나 육색이 떨어지는 등 품질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름철 뒤에는 가격이 급등한다. 폭염이 생산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는 "물과 에어컨 가동 등으로 전기료 부담이 늘어나는데다, 비육돈의 경우 사료 섭취량 대비 성장 속도가 더뎌진다"면서 "어미돼지는 임신율·분만율이 떨어짐에 따라 사료 섭취 기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료비 부담이 그 만큼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사룟값은 기후변화의 직격탄이다. 주원료인 옥수수·대두의 생산량이 요동칠 때마다 돼지고기 단가에 반영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등 특수한 상황에서 생산량이 떨어질 경우 원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이상기후 지속 땐 공급 불안정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사는 "시설적 투자가 가능한 대규모 농가를 제외한 소규모 농가는 없어지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며 "사룟값과 병원성 미생물의 전염성 질병 위험도 상승 등으로 공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행스러운 건 폭염 등 극한 기후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2020년부터 고온 스트레스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영양(사료)·음수 구별 시스템 등과 관련한 연구들을 해 오고 있다"면서 "개발된 기술들을 토대로 만든 책자를 양돈 농가에 보급하는 것은 물론 농가 방문을 통한 기술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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