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비·일조시간 부족 등 작황 부진
기후 대응 위한 다양한 품종 개발 박차

"양파는 기온과 수분에 민감한 작물이에요. 한파와 폭설·폭우 등 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기후가 단순한 기상 변화에 그치지 않고, 생산량 증감에 따라 식재료 등 외식비를 포함한 우리 생활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이유죠."
전남농업기술원에서 양파 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김성준 농업연구사의 설명이다. 양파는 짜장면에 빠질 수 없다. 단맛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짜장면 생산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문제는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대표적인 작물이란 거다. 전남도는 대한민국의 주요 양파 생산지 중 하나다. 전국 재배면적의 37%가 전남에 있다. 전남 지역의 양파 생산량도 전국 총 생산량의 25~30%를 차지한다.

실제 지난해 전남지역의 양파 재배면적은 6천862ha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반면 생산량은 37만3천914t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생육 초기인 2월부터 3월 사이 잦은 강우와 일조시간 부족, 낮은 기온 등 기상 여건이 악화되면서 작황이 부진했다는 게 김 연구사의 설명이다.
무안군의 경우, 지난해 5월 양파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한 1만567t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출하량의 46%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남 지역의 양파 생산 감소가 전국적인 공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5월 기준 양파 1kg당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5% 상승한 1천65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남 지역의 양파 생산은 이상기후로 인해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이는 지역 농가의 소득 감소와 소비자 물가 상승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수급에 따라 부침을 겪었던 짜장면이 대표적이다. 전남농기원이 전략적인 품종 계량에 나선 배경이다.
지금까지 전남은 해안 지역에서 햇양파를, 내륙 지역에서 저장 양파를 생산할 수 있는 적당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었지만 기후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도 증가하고 있다. 전남도 더 이상 양파의 적정 생산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 연구사는 "1차 적으로 내추대성(추대 발생 억제), 내분구성(분구 발생 억제), 다수확성 등의 특성을 갖춘 고품질 국산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며 "품종 육성 과정에서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반 디지털 육종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기후 변화는 막을 수 없으며 코 앞으로 다가온 현실"이라며 "이상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며 "현장의 농가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실제 필요로 하는 품종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양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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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적응과 상업화 가능성은 별개···선제적 준비 필요 신민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 "기후변화에 따른 '과일 주산지' 개념 재정립이 불가피 해요.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농작물 재배 지형도도 새롭게 그릴 때죠."신민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농업연구사의 분석이다. 그는 지금의 기후 변화를 "과거의 계절 편차 수준을 넘어선, 작물 생육 환경 전반을 재구성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생육 기간 중 폭염이나 저온이 한두 차례 오는 정도였다면, 현재는 생육 시기 전체에 걸쳐 기상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아졌다는 취지에서다.실제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1년 이후 과수나 채소 작물의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봄철 이상고온과 여름철 극한호우,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되풀이 되면서다. 과거와 같은 품종, 방식, 지역 만으로는 더는 재배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재배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 연구사는 "특히 사과·배처럼 저온이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하는 과일의 경우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다"며 "전북, 경북 남부에서도 품질 저하나 개화 이상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지구온난화는 이 같은 현상을 가속화 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아주 높은 수준일 때를 가정한 기후변화 시나리오인 'SSP5-8.5'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2070년쯤엔 강원도 고지대 일부 만이 재배적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인 '과일 주산지'의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과수 재배 지도를 새롭게 구축하는 있다.신 연구사는 현재, 장기 시나리오에 따른 작물별 적지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20여 년 간의 기후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아열대기후대가 10% 수준에서 2050년께면 56%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제주도나 남해 일부에서만 가능했던 열대·아열대 작물 재배가 내륙 중부권에서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아열대기후대는 연평균기온이 18℃ 이상이고 겨울철 최저기온이 작물의 생육에 치명적이지 않은 지역이다. 동백나무·감귤 등의 아열대 작물이 노지에서 월동 가능한 기후권을 뜻한다.신 연구사는 "온난화가 무조건 위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그러나 문제는 속도"라고 강조했다.그는 "애플망고나 패션프루트, 레드키위 같은 작물은 이미 도입이 이뤄졌고 일부는 상업화 단계에 들어섰다"며 "그러나 이 역시 품종 개량, 하우스 인프라 구축, 재배 기술 전수 등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관건은 '선제적 준비'다. 정밀한 기후 모형을 바탕으로 행정과 농가가 공유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거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고랭지 배추의 적지 분석에 이어 복숭아·포도 등 주요 과수의 재배 적지도를 새롭게 작성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지금 재배 가능한 지역'이라는 정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기후 조건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재배 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면서 "단기 기상이변에 대한 대응과 중장기 품종 재배 전략, 기술 전환이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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